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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8

2008, 근하신년






차마 지우지 못 하는 문자들이 쌓이고 쌓여 휴대폰의 문자칸에 여유공간이 없어졌다. 수년 전에 usb

선으로 사진을 뽑았던 기억이 있어 문자도 뽑아내어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옛 짐들

을 뒤적여 보았지만 관리가 허술한 탓에 찾아내지 못 했다. 답장들을 저장하는 것은 둘째 치고 받아

볼 수조차 없을 것 같아, 매해 문자로 해 오던 안부인사를 올해는 전화로 직접 하였다.


전화를 하다가 신변의 큰 변화를 겪은 이들과는 통화가 길어지기도 하여, 인사를 마쳤을 무렵에는 자

정까지 고작 삼십여분이 남았을 뿐이었다. 두세시간 정도 컴퓨터 앞에 앉아 속한 커뮤니티에도 인사

글을 올리고 마지막으로 차분히 일기를 쓰며 한해동안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려던 당초의 계획은 연

극 동아리에 짧은 글 하나 올리고 난 뒤에 이미 2008년이 된 터라 틀려 버렸다.


조금 안타깝기는 했다. 후회와 안타까움 등 심경의 큰 변화가 적지 않았으며 또한 적어도 향후 십

년을 결정짓는 선택을 내렸던 한 해, 삼재 중 가장 드세다는 들삼재의 이름값을 톡톡히 한 2007년이

었기에 돌아보며 쓰는 일 자체가 한편으로 즐거울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 값진 시간이 되리라 생각했

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지나버린 일, 지금은 2007년의 마지막 밤이 아니라 2008년의 첫 새벽. 지금부터 할 일

이래봐야 회한을 고이 접는 글쓰기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저차원적 새해 계획 세우기 뿐이지만, 그래

도 지난 일일랑 시간처럼 뒤로 흘려 보내고 나는 다시 굼실굼실 노를 잡는다. 사람의 일은 아랑곳

않고 저 가고 싶은대로 가는 세월 위에 떠서 흘러가는 와중에, 서로 나누기 이만한 말이 또 있을까.

해가 갈수록 그 소복한 의미가 더해만 간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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