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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2

1993년, 경주.



어째서 항상 똑같은거야-!,라고 불평을 하면서도, 전국 어디에서 오든 국민학교 수학여행이 경주였

다는 것은 하나의 공통된 화제로 작용하여 즐겁습니다. 같은 여관에서 쉬었던 사람들도 만날 수 있

으니. 사진의 배경은 경주 시내에 있는 '호반장'이라는 여관입니다. 앞에 흉가가 있었는데, 이것까지

기억하는 사람을 재수하는 동안 만난 적이 있지요. 게다가 제가 수학여행을 갔던 '93년은 대전에

서 엑스포가 있던 해라서, 바로 경주로 가지 않고 대전에 들렀던 것까지 일치하더라고요.


수학여행 가면, 왜, 장기자랑 같은 거 하잖습니까. 다른 반들은 대충 몇명이 나와 노래 부르고, 조금

괜찮았던 아이템이 당시 유행하던 '난 알아요'에 맞추어 춤을 추었던 6반 학생들.

하지만 승학국민학교 2회 졸업생, '93년 경주 수학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3반의 패션쇼!

기획부터 주연까지 모든 역할을 맡아 했던 행사라 기대가 컸고 만족도 컸습니다. 다른 반 사람들은

장기자랑이 있던 날 휴식시간에 모여 대충 맞추어 본 것에 불과하지만, 우리 반은 여행 가기 전부터

교실에 모여 컨셉과 배경음악, 사회자까지 맞추어 테크니컬 리허설까지 했다구요. 그 중에서도 노른

자가 바로 저였지요. 그러니, 대학에 와서 처음으로 간 분장카페에서 어우동 코스프레를 하며 제가

얼마나 회상에 젖었겠어요. 어쩐지 보는 사람들마다 물어와 신기한 노릇이지만, 제 옆에 있는 떠꺼

머리 총각 분장은, 아가씨입니다. 그것도 아주 멀쩡하게 성 정체성을 찾아 살고 있는 아가씨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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