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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7

17대 대통령선거 투표

아침이나 점심에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일부러 늦은 오후를 택해 투표소인 동사무소를 찾았다.

정몽준의 배신에 치를 떨며 숙취에 시달리는 몸을 이끌고 서울에서 인천까지 간신히 내려와 아슬아

슬하게 투표를 마치고는 구토하던 것이 벌써 오년전이라니.

지정된 번호를 미리 외워가기도 했고, 투표소에 사람이 많지 않기도 해서 금세 찍고 나왔다. 나 혼자

만의 느낌인지, 혹은 투표 후 돌아와 본 포탈에 대문짝만하게 실린 '투표소에 보이지 않는 젊은이들'

이라는 기사 표제때문인지 -죄송한 말씀이지만- 다음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살아계실 수 있

을지 의문인 노인들만 잔뜩 본 것 같다. 인천 남구 관교동 동사무소 투표소의 분위기만으로는, 이회

창씨가 이미 당선된 듯 하였다.


마지막까지 문국현씨와 권영길씨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3번을 찍었다. 5년전에 비해 심정적 지

지도는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투표권의 포기보다는 백배 낫지 않은가, 싶어 눈 감고 도장을 콱 눌러

버렸다. (대부분 동의하시겠지만 차라리 투표권의 포기가 국가의 장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여

겨지는 후보가 반 이상이었다.)


부모님은 한국전력의 근무자 전원에게 자신이 당선될 시에는 공기업 민영화를 저지하고 정년을 2

년 더 늘려 주기로 약속하는 메일을 돌렸다는 2번 후보를 찍으신 듯 하다. (옳은 일인가 아닌가를

떠나서, 부모님의 소망을 망치고 싶은 것은 절대 아니고, 그리고 아버지의 정년이 더 늦춰지면 나

도 장가까지의 유예기간을 조금 더 받는 것이므로 반길 일이지만, 믿을 사람을 믿으셔야지. 이명박이

도대체 뭐가 아쉬워서 욕먹어가며 공기업 민영화를 반대하고 공무원 정년을 늘여준단 말인가.)


아무튼 혹여 나중에 3번을 찍은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나라 망치는 선택을 했다고 한숨을 쉬셨던 5년

전보다는 덜 미워하실 듯.


학부의 마지막 시험이 내일이기 때문에 혹여나 개표방송이 재미있어지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 대이

변이 일어난다면야 끝까지 시청한 뒤 밤을 새워 공부하고 시험 봐도 아까울 것이 없지마는, 대이변이

일어나서 누가 된들 기쁘다 할 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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