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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첩

110213, <대머리 여가수>






대학로 SM 아트홀에서 상연중인 <대머리 여가수>를 관람하고 와 그린 그림이다. 몇 년 전 한남동우회에서 상

연했던
공연의 포스터를 다시 그렸다.


TV나 스크린이 아니라 무대에서 꼭 보고 싶었던 배우 중의 한 명인 안석환 씨가 연출하고 출연하는 작품이라 기

대가
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십 년 전 문과대 극회 '연극과 인생'에 들어가 처음으로 참가했던 공연이라 감

회가 컸다.



이 연극은 극작가 외젠 이오네스코의 부조리 연극 가운데 대표작이라고 불리우는 것으로, 등장 인물들은 동문

서답 격
의 대사를 주고 받으면서도 마치 소통이 이루어지는 듯 행동한다. 이오네스코는 이처럼 기호만이 난무

하는 장면을 통
해 일상, 현대, 인간이라는 것이 실은 얼마나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지고자

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코미디 중에서도 블랙 코미디라 작품의 의도를 알지 못 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지만, 서로 어긋

나는 대
사나 상황이 워낙 우스운 탓에 어린이나 노인 관객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관객 가운데 20대로 추정되

는 한 여성은
그리 재미있지 않은 장면에서도 자지러지게 웃으며 300석 정도의 극장 내에 다 들릴 정도로 '헐'

이나 '대박', '미치겠
다'등의 추임새를 넣어 댔는데, 너무한다 싶어 눈쌀을 찌푸리면서도 한편으로 주위에 아랑

곳하지 않는 그 즐거움이
부럽기도 했다.) 연출인 안석환 씨도 원작의 부조리에 충실하기 보다는 현재 한국에

잘 맞는 코미디 쪽으로 작품 해석
의 방향을 잡은 듯 했다. 


원래 티켓은 4만원이지만 각종 할인이 많고, 일찍 예매하여 앞쪽 좌석을 차지하면 그야말로 무대에 찰싹 붙어

관람할
수 있다. 오랜만의 추천작이다. 다음은 공연 사진. 이 공연은 공연 중 전화 통화와 사진 촬영, 음식 섭취

를 적극 권장하
고 있다.






원작에는 없는 '광대'의 출현. 공연 전의 바람잡이 및 공지 사항 전달을 책임지는데, 그러고 보니 근래 본 연극

들에
는 모두 이러한 역할의 배역이 등장하고 있는 것 같다.


  



공연을 보러 가면 항상 찍게 되는 조명 사진. 나는 마지막으로 무대에 설 때까지도 천장에 조명 달기의 공포를

극복하
지 못했다.






원작의 스미스 부부는 '서씨 부부', 마틴 부부는 '마씨 부부'로 번역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편이 더 좋다고 생

각한다.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은 본인이 빛날 기회보다는 다른 사람을 받쳐주는 일이 많은 캐릭터인 '서씨 부

인'. 호연이었다.







왼쪽이 서씨 부부, 오른쪽이 마씨 부부. 가운데 안석환 씨가 연기하고 있는 것이 십 년 전 생애 처음으로 맡았

던 배역
인 '소방대장'이다. 총 11장 가운데 8장에 등장하여 단 3장 동안만 무대 위에 있지만 가장 임팩트 있는

인물로, 내 역할
이라 그러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대머리 여가수>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안석환 씨는 코믹하고

발랄한 의상을 입었지
만 (저래 뵈도 무려 디자이너 이상봉 선생님 작품) 나는 서대문 소방서에서 빌린 진짜 소

방복을 입었다. 
  






출연 인물이 모두 무대 위에 있는 단 한 장. 재회의 기쁨을 만끽하는 소방대장과 하녀, 외면하는 서씨 부부, 흘

깃거리
는 마씨 부부 등 인물들의 성격이 잘 드러난 한 컷이다. 하녀 역할의 배우는 -역시 이상봉 선생님이 디자

인한- 가슴이
반쯤 드러나는 옷을 입고 무대 바로 앞에 앉은 내 앞으로 오가며 연기를 했는데, 촬영이 권장되었

음에도 머뭇거리다
한 장 찍어두지 못한 것이 통한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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