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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5

제자들에게

 

 

각별히 정이 들었던 기수의 제자들이 다음 주에 수학능력시험을 보러 간다. 딱히 해 줄 것이 없어 떡을 샀다.

 

 

 

 

 

 

 

 

흰 찰떡 한 상자, 콩찰떡 한 상자, 삼색의 두텁떡 세 상자를 샀다. 모든 제자들에게 나눠줄 수는 없는 일이고 세 명씩 네 명씩 직접 얼굴 맞대고 앉아 오랜 시간 가르친 제자들 열댓 명의 것만 준비했다.

 

 

 

 

 

 

 

 

다이소에서 마끈과 투명 포장지를 사다가 엄베덤베 쌌다. 투박하면서도 인간적인 맛 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인데 투박하고 후지기만 해서 신경질이 좀 났다. 친구들하고 나눠 먹으라고 서로 다른 색깔의 떡 다섯 개를 싸고 시험 한 주 전이라 소란스러울 것 같은 마음이 다스려질 법한 문구를 써서 넣었다.

 

 

 

 

 

 

 

 

내가 합격을 기원해 준다고 합격이 되는 것도 아니고. 살아온 결과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니 그것을 바라 주기도 어렵고. 해서. 다 지나가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생각해 보면, 재미가 있든 의미가 있든 참 좋은 때였다고 생각할 수 있는 스무 살이 되길, 하고 빌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마끈 감는 것이 힘들어서 봉지를 쌀 때엔 아무 생각도 안 났고 다 싸고 난 다음에 빌었다. 고생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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