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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강도현, <골목사장 분투기> 대학생들도 이 주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일까? 출판소식이 들릴 때부터 잠복해 있다가 학교의 도서관에 들어오자 마자 예약을 걸었음에도 석 달 여가 지난 이제에야 손에 떨어졌다. 출판 전부터 이미 화제가 된 바 있었다. 미 대학에서 수학 전공, 삼일 회계법인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 파생 상품 트레이더로 억대 연봉 등 하여튼 돈과 숫자에 관해서라면 어디 가서도 밀리지 않을 이력의 저자가 홍대에 직접 커피숍을 냈다가 쫄딱 망한 이야기. 생판 남에다가, 다시 돈 좀 벌어보자면 못 벌 스펙도 아니고, 한 차례의 실패를 거름 삼아 다시 카페를 차려 3년째 운영 중이며, 이런 책을 내서 사회적 명망도 얻었다 하니 그런 형이 한 번 망했던 이야기야 겨울밤 간식과 함께 고소하게 즐겨도 좋으련마는. 책에서 다뤄지고 있는 .. 더보기
김기협, <해방일기 1> 공부를 하다 보면 딱히 대학원에서의 주전공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반드시 공부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분야가 있다. 최근의 몇 년 간 나는 주로 그런 분야의 책들을 읽는 데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데, 하나하나 씩을 리스트에서 지워 나가는 동안 끝내 도전하지 못하고 남아있는 주제들이 몇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해방 직 후의 한국사이다. 식민지 시기는 전공인 한국 한문학에서도 어느 정도의 연구들이 진척되어 있어 전공 공부의 일환으로 접할 수 있었고, 6.25부터는 한국 현대 소설을 강의할 때 작품과 연계하여 설명하면서 스스로 다시 한 번 정리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해방 전후부터 6.25까지는 무슨 책으로 첫걸음을 떼어야 할지 몰라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우연한 기회를 만나 추천받았다. 사학자.. 더보기
지승호/이상호, <이상호 GO발뉴스>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 씨의 11월 작. 저자는 2012년에 네 권을 출간하였는데, 출간 순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 다. 오슬로 대학 한국학 교수 박노자를 인터뷰한 , 영화감독 양익준을 인터뷰한 와 를 다른 한 묶음으로 가를 수 있을 것 같다. 모두 인터뷰집이긴 하지만, 전자는 탈자본주의와 서울시장선거라는 '이슈'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 있고, 후자는 영화인 양익준과 기자 이 상호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인터뷰가 이뤄지고 있다. 전자는 깊어서 좋고, 후자는 넓어서 좋다. 책은 총 4장으로 나뉜다. 1장 '요즘 기자로 산다는 건'은 현재 이상호과 관심을 갖고 취재하는 사건, 그리고 만나 는 사람들에 관한 내용이다. 2장 '워스트 5 & 베스트 10+α'는 제목 그대로 이상호가 스스로 뽑은 기자 인생 최고 의 .. 더보기
지승호/박노자, <좌파하라> 열흘 상간에 지승호 씨의 책을 네 권이나 읽게 됐다. 예약의 타이밍과 '도서관의 천사'가 겹쳐 일어난 우연일 수 도 있지만, 한 해에 책을 네 권씩 내는 저자의 왕성한 활동 덕일 수도 있다. 아무튼 그런 저자의 4월 작. 부제는 를 읽기 전에 읽었던 저자의 다른 책은 양익준 감독과의 인터뷰집인 에서 지승호는 인터뷰어라기보다는 양익준의 팬이거나 친구에 가깝다. 여기에는 인터뷰가 이루어지던 시점에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모두 정신적인 공황 상태를 겪고 있었고 마침 서로가 서로에 게 어느 정도 위안이 되어주었다는 점, 성장 환경과 그로부터 발원한 정신 세계에 유사한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 등이 주요했을 것이다. 문자로 정리되어 있기는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술이 익는지 밤이 익는지 모르고 정다운 대화를 주고받는 .. 더보기
최장집,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 몇 달 전의 일이다. 지인과의 대화 중에 '교사는 노동자인가'라는 새로운 화제가 나왔다. 나는 '당연하다'라고 답 을 했는데, 신성한 교육의 행위를 어떻게 노동으로 볼 수 있느냐는 반응을 받았다. 시간 되면 출근하고 업무가 안 끝나면 야근을 하고 몸이 아프면 휴가를 내고, 그 노력의 대가로 월급을 받는 것이 노동이 아니고 무엇이냐, 는 요지의 의견을 펴 보았지만 설득은 성공하지 못했다. 교육을 신성한 행위로 간주하고 교사를 노동자 이상의 무엇으로 숭앙하는 것이 일견 교사의 사회적 위치를 높이는 것 같지만, 사실은 교사가 노동자로서 간취해야 할 당연한 권리들을 주장하는 데에 더 방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는 주장도 먹히지 않았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화의 끝에 나는 아마도 빨갱이 취급을 받았던.. 더보기
우석훈, <시민의 정부 시민의 경제> '우띨' 우석훈 씨의 2012년 10월 신작. 본래는 전 독후감인 편의 끝부분에서 시민단체에 관 해 언급하며 이어서 이 독후감을 쓸 작정이었는데, 쓰다 보니 내용이 길어져서 권 별로 나눈다. 함께 엮어 생각 하면 더 재미있는 독서를 할 수 있으니 이 책을 읽을 분은 와 같이 읽으시면 좋겠다. '정치'의 참여자를 그 참여도에 따라 선 상에 배열해 보면, 맨 아래에는 정치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투표도 하 지 않는 유권자가 있을 것이고, 맨 위의 정점에는 공당의 당직자와 국회의원들이 포진해 있을 것이다. 87년 체제 가 이루어진 이후, 우리 중 다수는 아주 오랫동안 그 사이에 누가 있는지를 고민해 보지 않았다. 마음에 맞는 대 통령 하나와 국회의원들을 뽑아 놓으면 그들이 말했던 대로, 혹은 그들이 행해줄 .. 더보기
지승호 外, <시민은 현명하다> 박원순 씨가 서울 시장 보궐 선거에서 당선된지 1년하고도 한 달 여가 지났다. 트위터와 진보 성향 언론을 통해 간간히 전해지는 시정을 살펴보면, '박 변'이자 '우리의 원순 씨'였던 행정의 달인으로서의 그의 면모는 대체로 잘 발휘되고 있는 것 같다. 커다란 공사나 알맹이 없는 구호로 지면을 장식하기보다는 협동 조합이나 도서관 등 과 같이 시민의 삶과 직접 맞닿아 있는 곳에서의 성과를 쌓아나가고 있는 듯 하다. 그의 행정을 평가하는 데 있어 이렇게 좋은 소식을 전해듣는 것도 하나의 참고할 점이지만, 나는 오히려 나쁜 소 식이 전해지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참고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독후감을 쓰고 있는 시점은 2012년 11월 21일 의 새벽으로, 18대 대선의 야권 단일화 후보로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 민주.. 더보기
김종배, <삼십대 정치학> MBC 라디오 프로그램 에서 11년간 '뉴스 브리핑' 코너를 진행하다가 이 정권 하에서 퇴출 당하고 현재는 인기 팟캐스트 를 매일 진행하고 있는 시사평론가 김종배 씨의 9월 신작. 일찌감치 예약을 걸어두었는데도 몇 바퀴나 돌아 11월 중순인 이제에야 손에 떨어졌다. 바로 전의 저작인 의 경우 예약을 하지 않고도 바로 서가에서 빌릴 수 있었던 것을 떠올려 보면 적어도 연 대 도서관 사용자들에게 있어 이 주제가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었던 것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위의 사진에서 표지를 두껍게 가린 띠지를 벗겨내고 나면, 정장을 입은 채 백팩을 메고 있는 젊은 남자의 사진이 나온다. 짧게 잘라 세운 머리, 몸에 다소 밀착되어 있는 느낌을 주는 정장, 그리고 언뜻 정장과는 잘 매치되지 않 는 백팩. 모두 30대 .. 더보기
한만수, <잠시 검열이 있겠습니다> 재미있어 보이긴 하는데 책 읽을 시간은 많지 않아 어쩔까 고민하다가, 출판사인 개마고원의 이름을 보고 집어 들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 부제인 '먹칠과 가위질 100년의 사회사'와, 책날개에 소개된, 꾸준히 검열에 관한 논문을 집필해 온 국문학도로 서의 저자의 이력을 보고 식민지 시대나 박정희 시대의 검열에 관한 문화사가 아닐까 생각했던 것이 본래의 기 대였다. 하지만 이 책에서 논쟁적으로 언급되는 검열의 역사는 주로 이명박 정권 하에서 일어난 일들에 집중되 어 있고, 이따금 등장하는 식민지 시대의 사건이나 혹은 유럽에서의 사건 등도 이명박 정권 하에서의 사건과 연 계되는 수준에서 등장한다. 말하자면 '100년의 사회사'라는 부제는 읽는 사람으로서도 좀 낯부끄럽다. 아울러 40여개에 달하는 꼭지들 중 .. 더보기
이명준, <엔엘 그들은 어떻게 주사파가 되었는가> 딴지일보 등의 인터넷 매체에서 연재물의 형태로 접했었는데, 도서관에서 다른 책을 찾으러 갔다가 찾는 책 근 처에 꽂혀있는 것을 보고서야 책으로 묶여 출간된 사실을 알게 됐다. 인터넷의 연재물과 제목이 똑같지 않았더 라면 조갑제 선생의 또 하나의 역작 쯤으로 생각하고 굳이 꺼내들지 않았을 터이다. 부제는 '한 NL 운동가의 회 고와 성찰'. 반독재와 민주화 시기를 걸쳐 96년 연대 사태까지, 개별 사건에 대한 평가는 입장에 따라 갈릴 수는 있으나 적어 도 학생운동사에서 연세대는 분명히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신입생으로 입학하던 2001 년에는, 연대의 학생운동사라는 분명한 주제를 가지고 탐구하지 않는 이상 평범한 학생으로 'NL'이나 'PD'등의 약어를 듣는 일은 흔치 않았다. 청소.. 더보기
페니웨이, <한국 슈퍼로봇 열전> 얼마 전 올린 '데일리'의 그림을 그려보고 싶게 만들었던 바로 그 책. 이런 책이 나올 것이라는 소식을 기획 단계 에서부터 전해 듣고 출간일을 기다렸었지만, 막상 나온 뒤에는 높은 정가 탓에 어디선가 우연히 만나게 되기를 기약하는 수 밖에 없었는데. 도서관에서 우울한 근현대사 책을 읽다가 기분 전환을 할 겸 재미 삼아 검색을 해 보니 학교의 도서관에 떡하니 있었다. 부제인 '태권브이에서 우뢰매까지'에서 보이듯, 이 책은 로봇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시대 순으로 소개하며 각각의 작품에 대해 감상과 평론을 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삼고 있다. 따로이 한 꼭지를 차지하는 작품의 수는 1968년 작 부터 1990년 작 까지 총 36개이며, 하나의 꼭지는 6에서 20페이 지 가량의 분량이다. 이전에 비하면 의미 있.. 더보기
나카노 교코, <무서운 그림으로 인간을 읽다> 시리즈를 집필한 나카노 교코의 최신작. 저자와 책을 직접 접해본 적이 없더라도, 온라인이나 오 프라인의 서점을 기웃거린 분이라면 다음의 그림이 들어간 표지를 기억하실지도 모른다. 이 그림은 네덜란드의 화가 얀 반 에이크의 이라는 작품인데, 작가의 위상이나 그림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보다는 왼쪽 남성이 우리나라의 한 고위 공직자와 무척 닮아서 화제가 된 바 있었다. 아무튼, 이 책은 전작들인 시리즈의 연장선 상에 있다. 계속해서 작가의 작품들을 접해 온 사람들 은 소재가 되는 그림과 해설이 겹치는 것을 몇 차례고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원시원하게 바뀐 새 편 집 방식에 맞춰 읽어나가는 재미도 색다르고,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이겠지만 그림 읽는 공부라는 것이 반복하면 반복할 수록 조금씩 더 보이는 것.. 더보기
김수박, <사람 냄새>. 김성희, <먼지 없는 방> 보리 출판사에서 나오는 '평화 발자국' 시리즈의 9권과 10권이다. '평화 발자국' 시리즈 중에서는 과 를 접하고 또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었다. 특히 에서는 재일동포인 리정애 씨가 일본과 한국의 두 나라 모두에서 타자로 취급받는 현실과 그에 대한 감정의 토로가 생생하게 전해져 그간 두루뭉술하게만 알고 있던 '자이니치'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어지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출판사의 소개에 따르면 이 시리즈는 '우리 겨레가 겪은 전쟁과 폭력, 일상에 뿌리박힌 차별, 우리가 지켜야 할 자유와 인권 들을 아우르'기 위해 기획되었다 한다. 의 표지에 들어간 로고나 의 표지에 나오는 방진복 그림 등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이 책들은 삼성, 그 중에서도 삼성 반도체 공장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삼성을 다루는 책.. 더보기
공지영, <의자놀이> 말은 내용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말에는 말하는 사람이 있다. 김수환 추기경께서 '우리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 겠다'라고 말씀하시면 금언이 되지만, 수 조 원 대의 탈세를 저지른 기업 총수가 그렇게 말하면 블랙 코미디가 된다. 말에는 말하는 태도가 있다. 남에게 해악을 끼친 사람이 '사죄'가 아니라 '위로'를 말하면 그것은 두 번째 의 폭력이 된다. 말에는 말의 맥락이 있다. 비리가 몇십 가지나 드러난 이가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말하면 그 말은 아무런 중량도 가질 수 없다. 곧, 말하는 사람이나 태도, 말의 맥락이 어긋난 말은 말로서 존재하기가 매우 어렵다. 나는 기왕에 작가로서나 일반인으로서의 공지영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이 책의 소재인 쌍용자동차 사건에 접 근해 가는 태도와 서술의 기법도 그다지.. 더보기
강준만, <멘토의 시대> 1 기원전 8세기께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가 남긴 서사시 를 보면,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전쟁에 출정하면서 집안일과 아들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친구인 멘토르Mentor에게 맡긴다. 오디세우스가 전쟁에서 돌아오기까지 무려 10여년 동안 멘토르는 텔레마코스의 친구, 선생, 상담자, 때로는 아버지가 되어 그를 잘 돌보아주었다. 이후로 멘토라는 그의 이름은 지혜와 신뢰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주는 지도자를 뜻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p21) 멘토라는 단어의 역사적 유래를 다루는 고전적 방식으로 출발하는,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강준만 씨의 20 12년 5월 작. 출간되자마자 학교 도서관에 예약을 걸어두면 강준만의 책은 대체로 내가 제일 처음 받거나 두세 명 정도를 기 다렸다가 받을 수 있는 편인데, 이 책은 한 템.. 더보기
강준만, <멘토의 시대> 2 쓰다 보니 생각할 점들을 누락하고 요약만 일삼는 건 오히려 별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여겨져, 꼭 필요한 부분과 이런저런 내 군말들을 덧붙이다 보니 내용이 길어졌다. 두 편으로 나눈다. 앞 장에서는 열두 명의 인물들 중 다 섯 명을 소개했고, 여기에서는 나머지 일곱 명을 소개하기로 한다. 6. 멀티, 관리자형 멘토. 박경철. 개인적으로는 3사의 토론에 등장하는 패널들 전체 중에 세 손가락 안에 꼽게 좋아하는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 클리닉 원장. 첨예한 논쟁을 벌이는 중이거나 혹은 상대방이 말도 안 되는 꼴통일 경우에도 절대로 남의 말을 끊 고 들어가지 않고 경청하는 자세야, 물론 아름답긴 하지만 그만이 갖춘 미덕은 아니다. 나는 그가 나오는 TV 토 론의 영상을 몇 개 정도 가지고 있고 틈이 나면 이따금 거.. 더보기
댄 애리얼리,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 우리는 왜 부정행위에 끌리는가> 원제는 . 위의 표지 사진 에서 갈림길 아이콘이 있는 것은 띠지로, 벗겨내고 나면 흰 여백만이 남아 깔끔하다. 지하철의 광고판 등에서 흔 히 보는 과장된 표정의 외국인 얼굴은 좀 부담스러워, 원서의 표지 디자인은 어땠을지 궁금해 검색을 해 보았다. 외국어 문학 입문 시간 교재처럼 생긴, 엄청 재미없을 것 같은 원서 느낌. 여기에 비해 보면 좀 낫다 싶긴 하면서 도 아무튼 아쉽긴 아쉽다. 내용은 제목 그대로이다. 우리는 왜, 언제, 어떤 마음으로 부정한 행위를 저지르는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부정 행위를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행동경제학자인 저자가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행한 실험들과 그를 통해 정립된 이론이 정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행동경제학은 거칠게 표현하자면 경제학과 심리학의 중간 쯤에.. 더보기
제임스 길리건,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먼저 총평. 알차다. 내용도, 내용을 논증하는 방식도. 책날개와 위키피디아를 참고해 저자를 소개해 보자. 저자인 제임스 길리건은 전 하버드대 의대 교수이자 현 뉴 욕대 정신과 교수로, '폭력'이라는 주제를 일관되게 연구해 온 학자이다. 주로 폭력이 일어나게 되는 심리적 요 인과 그 예방책을 탐구해 왔는데, 그러한 그의 이력 때문에 매사추세츠 주 교도소는 그에게 수감자들의 정신 건 강을 책임지는 총괄자(director)를 맡아주도록 부탁하였다. 정신의학자에게 도움의 손길을 구할 정도로 수감자들 의 자살과 살인의 비율이 특별히 높았기 때문이었는데, 십 년 후 저자가 총괄자의 자리를 떠날 때에 그 비율은 양 쪽 다 거의 0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개인적 차원에서 폭력이 왜 일어나고 어떻게 예방하면 좋을지를 탐구.. 더보기
임병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정치평론가 임병도 씨, 필명 '아이엠피터'의 2012년 7월 작. 저자는 정치시사 블로그 계의 거목이다. 책날개에서는 그의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월평균 50만 명'이라 고 소개하는데, 정치시사 블로그의 독자들이 비교적 충성도가 높은 독자들임을 감안하면 반드시 50만 명이라고 보기에는 어렵겠지만, 아무튼 엄청난 숫자인 것은 틀림없다. 나도 이따금 블로그 계의 풍향을 살피기 위해 포털 DAUM의 블로그 서비스인 'View'란을 방문하곤 하는데, 지속 적으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는 글들은 대체로 연애, 맛집, 연예 카테고리에 국한되어 있다. 그 외의 카테고리 에 속하는 글들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은 대체로 하나의 폭발력 있는 이슈가 있을 때일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국제 카테고리라면 연평도 피.. 더보기
남규홍, <출세 만세> SBS 교양국의 PD인 저자가 2010년 신년특집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던 '나는 한국인이다' 시리즈 4부작 를 정리하고 방송에 나가지 못했던 부분들을 덧붙여 낸 책이다. 저자는 2011년에는 신년특집 '나는 한국인 이다' 3부작 을 제작하였고 이후 정규편성된 의 PD를 맡아 지금까지 재직해 오고 있다. 2012년 신년 특집이었던 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나는 한국인이다' 시리즈를 모두 즐겁게 시청하였고 그 중 와 은 영상화일로도 갖고 있 다가, 이런 책이 출간된 바 있었다는 것을 알고 찾아서 읽어 보았다. (저자는 이후 도 책으로 만들었다고 한 다. 이후의 독서를 기약한다.) 책은 총 4부인데, 순서는 바뀌었지만 방송 프로그램 4부의 구성과 동일하다. 방송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들을 문 자로 다시 한 번 차.. 더보기
우석훈, <일인분 인생> 오랜만의 독서일기이다. 시간이 되는 한 독서는 늘 하고 있는 일이니 책을 읽지 않아 쓸 것이 없었다는 변명은 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왜 쓰지 못하는 것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 카테고리의 독자를 명확히 타케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나왔다. 읽어보고 책을 살지 말지 고민하는 이에게 건네는 글이라면 명확한 목차 정리 와 체계적인 요약이면 된다. 이전부터 내 블로그를 읽어와서 나 개인에게 애정을 갖고 있는 이에게라면 내 기준 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재편집하여 에세이 형식으로 쓰면 된다. 어느 쪽이든 분명하게만 정해 두었더라면 좋았을 것인데, 원인은 생각하지 않고, 요약만 하는 글은 내가 쓰나 남이 쓰나 똑같지, 그렇다고 나한테 의미있 는 부분만 떼어내서 마음대로 써 버리면 책 내용은 전혀 안 .. 더보기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몇 년 만에 다시 읽었다. 감상이 어땠네 깨달음이 어땠네 이러쿵저러쿵 말로 해 봐야, 조르바는 코웃음치고 말 것이다. 참고할 것도 없어 개발괴발 혼자서 그려본 그림이나마 어지간한 글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아 덧붙인다. 더보기
김지룡/갈릴레오SNC, <사물의 민낯> 야릇한 감정에 길게 썼다가 다시 읽어보니 영 후져서, 다 지우고 짧게 다시 쓴다. 책. 섹시한 제목과 잘빠진 표지 디자인 외에, 별 거 없다. 50여 개의 '사물'의 기원과 얽힌 이야기가 전부. 그 가 운데에는 '엉클 오스카!'의 아카데미 상 이야기와 같은 리더스 다이제스트 급 일화도 상당하다. 얽힌 이야기도, 네이버나 구글을 몇 번 툴툴 털면 나오는 수준의 것들이다. 그런데도 읽었던 건 저자 김지룡 씨 때문이다. 90년대 후반 고등학생이었던 내게, 명문대를 졸업하고 무사히 취 업하였으나 인생이 재미없고 때마침 일본 만화에 미쳐있기도 하고 해서 무작정 일본으로 떠났다는 그의 책의 서 사는 서두부터가 컬쳐 쇼크였다. 다음도 없고 네이버도 없고 케이블도 우리 집에는 없던 시절에, 잘 나가던 어른 이 만화책이.. 더보기
마틴 린드스트롬,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추천받아 읽었다. 표지날개의 안내에 따르면, 저자인 마틴 린드스트롬은 '존경받는 브랜딩의 권위자이자 브랜드 미래학자'로, '일 년에 300일 정도를 전 세계로 출장을 다니면서 수많은 CEO와 유명인, 심지어 왕실을 위해 자 신의 지식과 혁신적인 방법론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2009년 유례 없는 경 기 침체의 한가운데서', '지난 20년 동안 마케팅과 브랜딩 전쟁의 최전선에서 목격했던 수많은 속임수와 음모를 세상에 폭로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별로, 예쁘지는 않다. 20년이 넘게 '브랜드'로 돈 잘 벌어먹고 이제와 폭로를 해서 잘 살아보시겠다? 게다가 저 자의 다른 책 중 하나는 WSJ에 의해 '최고의 마케팅 도서 10'에 선정되었으며, 본인은 2009년 '신경.. 더보기
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먼저, 돈 헤이즌(Don Hazon)의 추천사 중 일부를 인용한다. 2004년 11월 대선에서 민주당의 패배는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순간 모두가 의기소침해졌지만, 곧 엄청난 반향이 잇따랐다. 수백만 진보주의자들은, 이것이 대체 어떻게 된 일이며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알고 싶어 했다. 많은 이들은 단순히 강력한 반(反)부시 메시지로 유권자들을 겨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론 조사에서 예측된 바대로, 많은 미국인들은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의 도덕적 정체성과 가치관에 투표하는 편을 택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가치관에 대해 의사소통하는 법을 터득하지 못했다. 존 케리는 사실에 기반한 통계 자료를 엄청난 양으로 제시하여 논쟁에서 이기고, 새로운 정책들.. 더보기
오가와 히토시, <철학의 교실> 한 줄 평. 쉬워서 즐겁다. 이 책은 '죽음', '연애', '행복' 등과 같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고민할 수 밖에 없는 문제들에 대해, 그 문제를 깊이 탐구한 열네 명의 철학자들의 말을 빌려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그들의 사상을 요약해 놓은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장치를 통해서 쉽게 전달하려고 한 것이 이 책의 뛰어난 장점이라고 하겠다. 여기에서는 가장 인상적인 두 가지를 살펴보자. 첫 번째 장치. 철학자들은 일본의 어떤 교실에 '직접' 등장하여 인물들의 구체적인 고민에 답한다. 예를 들어 선 생님께 혼나서 성질이 난 고등학생 앞에 미셸 푸코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와 '권력'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하는 식이다. 이러한 소설적 형태는, 저자가 직접 고민에 답하다가 철학자들의 원론을.. 더보기
강준만, <자동차와 민주주의>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의 2012년 3월 신작. 독후감을 시작하기 전에 반성문부터 쓰자. 나는 약 1년 전 저자의 다른 문화사 서적인 의 독후감을 쓰면서, 하나의 소재에 대해 이렇게 근면하게, 집착의 흔적이 느껴질 정도로, 방대한 자료를 다루었으면서 정치적 주장이나 현실적 대안에까지 나가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었다. 고백하건대, 그때 나는 강준만을 몰랐다. 그의 이름도 모른채 '한국 현대사 산책' 20여 권 중의 몇 권을 읽은 것과 90년대 학번 선배들로부터 전해들은 수상쩍은 전설 등이 그에 대 한 앎의 전부라고 해도 좋았다. 그래서, 그렇게 용감한 평을 달 수 있었던 것이다. 출간되어 있는 책을 거의 다 접하고, 개중 반 수 정도는 중고서점에서 틈틈이 모은 지금에 .. 더보기
피터 노왁, <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 이것이 전부다. 문화비평가 이택광 교수의 추천사 중 일부를 인용한다. 이 책이 주장하는 것은 간단하다. 현재를 만들어내고 있는 인류문명의 자산이 실은 포르노, 전쟁, 패스트푸드라는 '나쁜 것들'을 통해 발전했다는 사실이다. 엉뚱해 보이는 이런 생각은 저작 동원하는 다양한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구체적인 설득력을 획득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세 범주는 각기 독립적이라기보다 상호 관련성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이것이 전부다. 저자는 공들인 조사를 통해 위의 주장의 사례들을 계속해서 나열하되, 그것의 선악을 판단 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데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미 익숙한 사물이나 기술 등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는 기쁨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고, 별다른 목적 없이 흥미만을 .. 더보기
미하엘 엠바허 글 / 베른하르트 앙게러 사진, <유혹하는 자전거> 저자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따로 검색을 하였는데 한글 정보는 별로 없다. 아무튼 건축 디자이너이자 '세 계 최고의 자전가 수집가 중 한 명'이라는 미하엘 엠바허 씨의 2011년 작. 이 책은 그가 수집한 자전거들을 소개 하는, 일종의 컬렉션 북이다. (홈페이지인 http://www.embacher-collection.com 에 가 보면 그의 소장 목록을 확 인할 수 있다. 디자인도 깔끔하고 인터페이스도 간료하다.) 어디선가 본 듯한 한국 제목. 원제는 'Cyclepedia : A tour of iconic bicycle designs'이다. 나는 원제 쪽이 건조하 고 단아하여 훨씬 마음에 든다. 짧은 서문과 자전거 디자인의 약사(略史)에 몇 장을 할애한 뒤, 책은 곧장 자전거의 박람회로 뛰어들어간.. 더보기
폴 발렌트, <누구나 10초 안에 살인자가 될 수 있다> 맛깔나는 제목과 눈길끄는 표지에 언젠가 볼까말까 목록에 올려두었던 책. '착한 사람을 괴물로 뒤바꾸고, 평범 한 일상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인간 심리의 비밀'이란 부제를 보고 조금 잘 포장한 심리학 대중서라는 예상을 하 고 있었기 때문에 볼까말까 고민을 했던 것이다. 심리학 대중서 카테고리에서는 주로 미국인, 혹은 영미권의 서 양인을 대상으로 하여 정립된 이론을 도식적으로 한국인에 대입시킨 것이나 '야심만만'이나 '화성남자 금성여 자' 류의 뻔한 남자여자 이야기, 혹은 자기계발서 등 만을 보아왔기 때문에 그리 선호하는 분야는 아닌데, 마침 얼마 전 살인자들의 내면심리를 독특하게 묘사한 이라는 만화를 재미있게 보았던 터라 집어들게 됐다. 결과는 영 딴판. 표지를 잘 살펴보니 원제는 'In Two Minds'..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