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遊記/2014 교토

0-2. 출국 전에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 가는 것인만큼 여러 책도 읽어보고, 교토의 지도를 그려 탐방할 곳을 체크해 두기도 하는 등 떠나기 전부터 수선을 떨었다. 예산이 얼마 들었다든지 일본 여행의 필수 준비물은 무엇이라든지 하는 등의 사항은 여행을 많이 하시는 다른 블로거들의 정보가 더욱 체계적이고 실용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여기서 교토 여행과 관련해 읽었던 책들을 좀 소개할까 한다.

 

 

여행을 준비하며 읽었던 책들은 대체로 다섯 갈래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는 당연히 가이드북이다. 수십 종에 달하는 도쿄 여행 가이드북에 비해 교토 가이드북은 종수가 많지 않다. 재학 중인 대학의 도서관에도 절판된 것을 포함해 대여섯 권 밖에 없었다. 내가 읽었던 책들을 소개한다. 괄호 안의 숫자는 출간일이다.

 

<교토에 반하다> (2014, 6.)

<교토 일상산책> (2014, 9.)

<시크릿 교토> (2012, 3)

<때때로 교토> (2013, 8.)

<교토, 천년의 시간을 걷다> (2012, 6.)

<교토! 천년의 시간여행> (2010, 5.)

 

모두 실용적인 정보와 글쓴이의 감성이 잘 녹아있는 좋은 책들이었다. 그 가운데 일본에 직접 들고 간 책은 위의 세 권이다. 앞의 두 권은 근래에 출간된 것이라 실린 정보의 신뢰도가 높을 것 같아서, <시크릿 교토>는 크기가 문고판 정도로 가장 작아서였다. 낮에 돌아다닐 때에는 소지하기 편한 <시크릿 교토>를 들고, 밤에 숙소로 돌아와서는 캐리어에서 큰 책을 꺼내어 그 날 갔던 곳과 다음 날 갈 곳의 정보를 찾는 식으로 활용했다. 교토는 골목골목마다 매력적인 가게들이 많이 있고, 또 수백 개에 달하는 절과 신사에서 사시사철 특색 있는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어, 가이드북을 미리 숙지해 두는 것은 물론 여행 중에도 계속해서 정보를 찾는 쪽이 좋다.

 

 

 

 

 

 

두번째는 귀신 책들이었다. 일본은 '팔백만 신'의 세계라고 할 정도로 신의 종류가 다양하다. 그 가운데에는 정령이나 요괴 등과 그 경계가 모호한 것들도 많다. 정해진 위상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를테면 버려지고 잊혀진 신도 수두룩한가 하면 제사를 받는 요괴들도 아주 많다. 게다가 교토는 그런 일본의 천 년 수도이다. 당연히 얽힌 신화와 요괴담이 득시글득시글하다. 교토에 절실하게 가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러한 혼종의 정신 문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관련하여 읽었던 책은 다음과 같다.

 

<일본의 도시괴담> (2002. 11.)

<일본의 요괴학 연구> (2009, 5.)

<환상과 괴담> (2010, 7.)

<쇼코쿠 햐쿠모노가타리> (2013, 3.)

 

이 가운데 추천하고 싶은 것은 <일본의 요괴학 연구>와 <쇼코쿠 햐쿠모노가타리>이다. <일본의 요괴학 연구>에는 일본의 '요괴학'이라는 학문의 정체를 밝히는 형식을 통해 요괴와 관련된 개념 정리, 요괴담의 연원, 요괴담의 활용 등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담겨 있다.

 

<쇼코쿠 햐쿠모노가타리>는 우리 말로 바꾸면 '여러 지방의 백 가지 이야기'이다. '백 가지 이야기'는 일본의 만화나 괴이 소설에 친숙한 분들이라면 잘 알고 계실 한 하위 장르이다. 여러 지방 출신의 사람들이 어느날 밤 모여 백 개의 촛불을 켜 놓고 무서운 이야기를 하나씩 한다. 한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촛불을 하나씩 끄는데, 마지막 이야기를 하고 맨 끝의 촛불을 끄는 사람은 귀신에게 잡혀간다든지 아니면 어마어마한 부를 얻게 된다든지 하는 식의 결말을 갖는다. <쇼코쿠 햐쿠모노가타리>는 17세기 경 이 장르를 확립하고 집대성한 것으로 평가받는 책이다. 독특한 개성을 갖는 괴이담을 통해 일본인의 정신 문화의 일단을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총 100개의 이야기 중 약 1/5 정도가 교토 지방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여행 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써먹기도 좋다. '교토' 정도가 아니라 '교토의 어느 거리의 어느 골목', '교토의 강의 몇 번째 다리' 정도의 구체적 지명까지 나오기도 하니 일부러 그 장소에 가보는 것도 재미있는 루트가 되겠다.

 

 

 

 

 

 

 

다음은 문학 관련 논문과 저서들이다. 이번의 여행에서 잡았던 키워드 중 하나는 '도시샤 대학'이었다. 우리 말로는 동지사同志社라고 하는 도시샤 대학은 정지용이 6년간 수학했던 곳이자 그를 존경하였던 윤동주가 일본 특별고등경찰에 체포되기 전까지 1년 정도 재학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90년대 중반에 동주 시비가, 2000년대 중반에 지용 시비가 세워졌다.

 

정지용은 귀국 후에도 문학 뿐 아니라 사회 정치 분야에서도 여러가지 활동을 펼쳤기 때문에 그의 평전에서도 교토에서의 삶만이 특별히 부각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윤동주는 형무소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살았던 곳이이기에 평전에서 교토와 관련된 언급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윤동주 평전>은 윤동주의 삶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인물인 사촌 송몽규, 그 송몽규의 손녀인 송우혜 씨가 직접 집필하였고 또 몇 차례의 증간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료를 보충해온 터라 독서의 가치가 높다. 가장 최근에는 2014년 5월에 증간된 바 있다.

 

문학 작품의 경우는 반대이다. 윤동주는 체포당하면서 짐을 모두 압수당했기 때문에 교토에서 쓴 시가 남아있지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의 마지막 시는 교토로 오기 전 잠시 도쿄에서 살았을 때 친구에게 편지로 보낸 것이다. 따라서 교토에서의 문학으로 한정할 경우 윤동주에 관한 연구는 있을 수가 없다. 한편 정지용은 도시샤에 있을 때 이미 활발하게 작품 발표를 하였던 시단의 수퍼스타였고 돌아와서도 교토에서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시들을 썼기 때문에 관련한 연구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내가 정지용의 시세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던 논문은 다음과 같다. 

 

<정지용 시에 나타난 도시 문명에 대한 반응>

<정지용 초기시의 ‘보는’ 주체와 시선(視線)의 문제>

<조선 문인의 기록에 나타난 오사카, 교토 그리고 에도의 심상지리>

<한국 근대시에 나타난 일본 체험 양상>   

 

하지만 논문을 구하는 것이 어렵거나 여행을 앞두고 굳이 그렇게까지 공부하고 싶지 않은 분이라면 정지용의 시 중 <압천>과 <카페 푸란스> 전문 정도만 읽고 가도 좋다. 두 시 모두 정지용의 대표작이며 교토의 모습과 정서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네번째는 교토의 역사와 문화재에 관한 책이다. 이 파트에서는 교토의 박물관 도록도 찾아보았고 '한 권으로 읽는' 따위의 일본사 책도 몇 권이나 뒤적거려 보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유홍준 선생님의 책 두 권을 들고파느니만 못하였다. 유홍준 선생님은 '도래인'을 키워드로 하여 2013년부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을 펴내기 시작하였는데 총 4권 중 3권과 4권이 교토에 관한 것이다. 학생들의 2학기 중간고사 기간인 10월에 갈 수도 있었던 교토 여행을 기말고사 기간인 11월 말로 미룬 이유 중에는 이 일본편의 4권이 2014년 11월 중순에야 출간된 것도 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브랜드인만큼 섬세한 선택의 사진과 맛깔나는 설명은 굳이 다시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거기에 450쪽이 넘는 빵빵한 볼륨으로 두 권. 수백 개의 절과 신사, 그마다 딸린 정사와 야사, 미학적 가치 등을 재미있는 키워드로 엮어 낭창낭창 설명해 주시니. 나는 참말이지 이런 책이 나온 뒤에 교토에 가게 된 것을 얼마나 감사하게 생각했는지 모른다. 무거워서 매일 들고 다니지는 못했지만 술을 마신 뒤라도 숙소에서 밤마다 펼쳐놓고 거듭해 읽었던 것은 바로 이 책이다.

 

 

 

 

다섯번째는 교토를 배경으로 하는 일본문학 작품들이다. 매력적인 장소들이 많아서인지, 배경이 교토인 소설들은 대체로 교토의 공간을 묘사하는 데 열성을 들이는 것들이 많다. 덕분에, 여행을 가기 전에는 뭐 이렇게 쓸데없는 풍경 묘사가 많아, 싶었던 불만이 여행에 다녀온 뒤로는 엎드려 감사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바뀌었다. 미처 사진으로 찍어오지 못했던 곳들까지 눈앞에 보이듯 그려주니 감사해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고전 가운데 교토를 배경으로 하는 가장 유명한 작품은 역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라쇼몽>과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고도>, 그리고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이다. 오래 전의 소설들이긴 하지만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모토로 하고 있는 교토인만큼 지금의 여행객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가 있다.

 

한편 방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교토 여행객이라면 강렬한 환호를 내지를, 젊은 작가들의 현대소설도 있다.

오카자키 다쿠마는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이라는 시리즈를 통해, 교토의 한 카페를 배경으로 하여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여주인의 추리 활약상을 보여준다. 국내에는 총 3권이 발매되어 있다.

마키베 마나부와 모리미 토모히코는 특정한 시리즈 외에도 교토를 배경으로 하는 여러 권의 소설을 써낸 작가들이다. 마키베 마나부의 대표작으로는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는 <카모가와 호르모>가 있고, 모리미 토모히코는 익숙한 이름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의 작가이다. 교토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또 계속해서 거주하면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는 이 둘은 묶여서 '교토 2인방'으로도 불리운다. 국내의 온라인 서점에서 모리미 토모히코의 책은 모두 신간으로 구입할 수 있는데 반해 마키베 마나부의 책 가운데에는 절판된 것이 많다. 나도 한두 권은 중고서점에서 구해서야 읽을 수 있었다. 참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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