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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가지의 네덜란드

13. 약속 잡기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건 네덜란드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면이 아닙니다. 물론 즉흥성이라는 개념을 좋아할 수

 

있지만, 실제로 실천을 하는 건 대체로 아주 어려워 합니다. 친구의 집에 '지나가다 들른다'는 건 네덜란드 사

 

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뭐? 갑자기 들른다구? 정해 놓은 약속도 없이?  그건 절대로 안 돼!

 

 

 

네덜란드 출신이 아닌 사람들은 네덜란드 사람들과 약속을 잡으려고 할 때에 그 사람들이 다이어리나 아이폰을

 

꺼내 들고는 약속을 잡는 모습을 보면 크게 놀랄 것입니다. 한 명을 더 초대할 때마다 이 약속 잡기 전쟁은 더욱

 

격렬해지지요. 어디 보자, 나는 3주 후쯤이면 시간이 괜찮은데, Fokke는 다음 주 밖에 안 된다고 하고. Marieke

 

는 수요일만 가능하다고 했지. 됐다, 그럼 6주 3일 후에 보면 되겠네!

 

 

 

이런 문화 현상에 맞서 싸울 수도 있지요. 하지만 네덜란드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언제나 스케쥴 표를

 

꺼내 약속 시간을 정하는 이 습관이 당신을 잡아먹어버릴 겁니다. 믿든지 말든지, 많은 네덜란드 사람들은 "휴식

 

시간"까지 스케쥴로 정해 놓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12월 3일 : 밤에 소파에서 빈둥거릴 것' 처럼요!

 

 

 

제 네덜란드 친구 중 하나가 언젠가, 이제 나는 다이어리 같은 건 완전히 치워버렸어! 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다이어리의 노예가 되지 않고 더 자연스럽게 살아가겠다고 말이지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

 

었느냐 하면, 제일 친한 친구와 저녁 약속을 잡는데 스케쥴 표를 보며 서로 맞추다 보니 넉 달 후에나 가능한 걸

 

보고는 때려치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같이 앉아있던 다른 네덜란드 친구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어 했습

 

니다. "그건 불가능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만날거야?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겠어! 생일을 체크하는 것 정도는

 

하겠지? 응? 응?"

 

 

 

스케쥴 표 없는 인생의 아름다움에 대해 자랑스럽게 설교하였던 것이 몇 분 전이었는데, 그 친구는 탁자를 내려

 

다 보더니만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음...다른 사람들이 다 스케쥴 표대로 움직여서, 나 혼자 즉흥적으로 살아

 

간다고 해도 약속을 잡는게 쉽지 않더라구..." 모르긴 몰라도, 그 친구는 아마 쓰레기통에서 다이어리를 다시 꺼

 

내고 계획적인 삶으로 돌아갔을 것입니다. 아무튼 간에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대세를 거스르는 행동을 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요.

 

 

 

 

 

 

 

 

 

 

오늘의 댓글

 

 

Stingo : 난 네덜란드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여기로 이사오기 전까지는 다이어리를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조차 전혀 몰랐어. 그렇지만 분명

 

히 말해두고 싶은 건, 네덜란드 밖의 사람들은 다이어리 없이도 잘 살아간다는 거야. 다이어리가 없다고 항상 늦고 약속을 잊어버리는 건 아

 

니라구.

 

 

Manja : 바로 이거야. 이거 때문에 난 딱 2년 반만 네덜란드에서 살고 바로 이민을 해 버렸다구. 융통성 없이 말이야, "그럼 우리 석달 후 오

 

전 일곱 시 이십오 분에 보자" 같이 말해대는 통에 도망쳐 버렸지. 한번은 내가 생사가 달린 문제를 가지고 친구에게 급히 만나볼 수 있겠느

 

냐고 물어봤어. 그게 화요일이었는데, 농담 아니고, "다이어리 좀 볼게... 토요일 아침 어때?"라고 말을 하더라구. 내가 이 얘기를 하면, 대부

 

의 네덜란드 사람들은 내가 왜 충격을 받았는지 이해를 못 하더라.

 

 

Mark : 시간 약속을 칼 같이 잡는게 좀 지나쳐 보이긴 해도, 그렇게 얻어진 효율성 덕분에 네덜란드가 세계에서 제일 짧게 근무하는 거 아니

 

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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