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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3

LEGO 21015 피사의 사탑

 

 

 

 

시애틀 스페이스 니들과 서울 숭례문의 레고 모델을 선물 받았던 건축 소녀로부터, 레고 아키텍쳐 시리즈의 다

 

른 모델인 '피사의 사탑'을 받았다. 예상 못하던 선물이라 깜짝 놀랐다. 있던 레고 제품을 분해해서 신품이라 생

 

각하며 다시 조립하는 정신 승리의 놀이 말고 말 그대로의 신상을 뜯어 조립하는 것은 오랜만의 일. 얼른 조립하

 

자. 들썩들썩.

 

 

 

 

 

 

 

 

 

반찬통 같은 사은품일랑 빼고 박스 크기를 줄여달라는 것은 진성당원 레고 팬들의 오랜 불만이건만. 한두 개 생

 

에는 남는 부품도 넣어 두고 해서 그런대로 쓸모가 있었는데 쌓이다 보니 대책없다. 진짜 반찬을 넣자니 반

 

찬도 없고.

 

 

 

 

 

 

 

 

믿고 보는 아키텍쳐 시리즈 조립설명서. 부품수에 비해 좀 터무니없는 가격에 일조하는 요인 중 하나이겠지만,

 

그래도 손에 쥐고보면 고급 안내물 같은 두께와 제본이 마음에 쏙 든다.

 

 

 

 

 

 

 

 

촉감이 좋은 맨들맨들 브릭으로 기단을 만들고.

 

 

 

 

 

 

 

 

기둥이 올라간다.

 

 

 

 

 

 

 

 

대형 모델이 아닌데다 이미 반쯤 조립했는데도 둥근 브릭이 이렇게나 많이 남았다. 특히 흰 색 둥근 브릭은 레고

 

제품에서 많이 쓰이는 부품이 아니라서, 이렇게 득시글득시글 모아놓은 장면은 처음 본다. 부자가 된 기분이다.

 

 

 

 

 

 

 

 

레고 팬이라면 이 사진을 보고 동정과 연민의 한숨 내쉬시리라. 아키텍쳐 시리즈는 실제 각국의 랜드마크를 데

 

포르메 하여 표현해 내는 제품군이라, 완성하고 난 뒤의 아름다움은 이미 보장된 바이지만, 조립의 과정은 반복

 

의 연속이 많다. 한 쪽 기둥 X 5, 혹은 한 쪽 벽면 X 4 하는 식으로 조립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에펠 탑 모델의

 

경우에는 X 32 까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그래도 온통 흰 색만으로 조립해 나가는 사치의 황홀에 취

 

해 정신없이 쌓아올려갔다.

 

 

 

 

 

 

 

 

탑을 쌓아올릴 때에는 부품 간의 단차 없이 곧게 쭉 올라가길래 언제쯤 기울어지려나 싶었는데, 마지막에 기단

 

부에 경첩 역할의 브릭을 붙이는 식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탑이 아니라 땅이 기울어져 있는 실제의 현상을 그

 

반영한 셈이다.

 

 

 

 

 

 

 

 

돈 먹는 귀신 아키텍쳐 시리즈의 얼굴 마담 브릭인 프린팅 타일의 사진. 그러고 보니 사탑(斜塔)의 원래 이름이

 

'leaning tower'인 것도 처음 알았다. 사(斜)가 비스듬하다, 빗기다 등의 의미이니, 정직한 번역이라 할 수 있겠다.

 

아울러 잘 살펴보면 앞서 조립한 기단부의 한쪽을 조금 기울여 조립한 것도 알 수 있다.

 

 

 

 

 

 

 

 

쨘. 완성. 흰 브릭은 깔끔해서 보기 좋은 한편 오랜 시간이 지나면 때를 타는 것이 늘 문제인데, 이 모델의 경우

 

에는 자연스레 때가 타면 그것대로 미감이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앞서 선물받았던 스페이스 니들, 숭례문이 있는 책장에 함께 전시. 책장의 책 앞 부분을 활용하기 시작하

 

면 책을 꺼내드는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특히 레고는 따로 전시 공간을 마련하

 

기가 애매한 부피와 모양의 물건이라 어쩔 수 없었다.

 

 

 

하나하나 조립할 때에도 나름의 만족이 있기는 하나 레고의 참된 향정신성 매력이 십분 발현되는 것은 역시 떼

 

샷. 선인의 말씀대로 레고는 모아야 진리이다. 이로써 어쩔 수 없이 아키텍쳐 시리즈도 수집 목록에 올라갔다.

 

입꼬리는 흐뭇하지만 눈에서는 피가 흐르는 모순의 한 때. 마지막으로 뻥치기 사진 하나 올리고 나는 허둥지둥

 

일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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