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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3

여름날

 

 

 

 

 

 

읽던 책이 얼마 안 남아서 한 장만 더, 한 장만 더 하고 읽다가 강의하러 갈 시간이 다 됐다. 밥과 반찬을 차리고

 

치우고 할 시간이 안 되는 통에, 버스 타러 가는 길에 빵집에 들러 카레 고로케를 샀다. 가게 앞에 뿌려놓은 수돗

 

물에서 바작바작 소리가 나는 것 같은 한낮. 패딩 잠바를 입고도 감기 걱정을 하던 몇 주 전의 모습일랑은 간데

 

없고 날은 개불알 늘어지는 여름날. 물 한 모금 마시고 워석워석 고로케를 베어무는데, 이름모를 빵 한 조각과

 

물 한 통 들고서는 가이드북 따라 인도의 시내를 활보하던 때가 떠올랐다. 갑작스런 더위에 새로 입은 티셔츠가

 

금세 젖었지마는 불평의 마음 한 조각 없이, 이렇게 싼 값에 추억이 떠오르다니, 하고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그

 

나저나 인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적어도 은퇴하기 전까지 다시는 카레를 입에 안 대리라 맹

 

세했던 것이 고작 7년 전인데, 참으로 관대한 입맛이다.

 

 

 

 

 

 

 

 

 

 

꼴까따의 빅토리아 메모리얼 앞 벤치에서.

 

 

 

 

 

 

 

 

 

다즐링의 노점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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