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장/2012

먹고 산다.

 

 

 

직접 겪었던 것 중에 가장 끔찍했던 열흘 여의 폭염마저도 한 방에 기억에서 잊게 해 준 바가지 폭우의 뒤. 그 더

 

위를 이겨가며 집에서 차려 먹기가 귀찮아 에어컨 나오는 식당을 찾아 매식을 하는 식생활을 이어온 덕에, 쌀통

 

이 빈 것은 보름이 넘었는데도 그냥저냥 지냈다. 큰 비가 온 뒤로 자정이 넘으면 이따금 서늘한 바람이 몇 줄기

 

쯤 부는 틈을 타, 소소한 반값 상품을 주워들으러 나서는 밤의 마트 쇼핑에서 10kg 도정미를 업고 왔다. 돈을 주

 

고 물건을 사는 것은 똑같은데, 두루마리 휴지와 쌀을 살 때에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어쩐지 더 절실해진

 

다. 새 쌀의 첫 끼니는 해가 진 뒤의 늦은 저녁. 막 지은 쌀밥의 김과 끝물의 비냄새가 섞인 밤바람에, 돈을 벌어

 

밥을 해 먹고 사는 것의 무게가 새삼스럽다. 멸치와 김치만 있으면 그럭저럭 한 끼니 무난히 지나가는 취향 없

 

는 입맛도 이런 날에는 참 다행이다.

 

 

 

 

'일기장 > 20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고양이  (4) 2012.08.24
독도의 호랑이  (1) 2012.08.21
한라봉이 있는 아침  (1) 2012.08.09
Buon compleanno, la lana.  (0) 2012.07.30
어젯밤  (3) 2012.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