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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김상구, <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





내일인 9월 20일 밤, MBC <PD 수첩>에서는 지난 1년간 여의도 순복음교회 내에서 조용기 원로목사와 그의 가

족들을 둘러싸고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방영할 예정이다. 이 방송을 놓고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는 방송 금

지 가처분 신청을 내었으나 오늘 PD 수첩 제작진을 통해 법원이 신청을 기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단 준

비한 내용은 원본 그대로 전파를 타게 되었지만, 우선 기독교 신자들의 물리력 행사가 우려되고 있으며 또한

광우병 방송과 관련해 법원에서 MBC 제작진의 손을 들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에게 사과 방송까지 내보

낸 MBC 임원진이 또 하나의 거대권력인 종교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제기한 이 번 건을 묵과하지는 않으리라

는 예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총선을 앞두고 기독교당 창당 움직임까지 일어나고 있는 한때라 더욱 관심을 갖

고 읽게 된 책이다.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 사무처장인 김상구 씨의 7월 신작. 부제는 '종교, 믿음을 팔고 권력을
 
사다.'이다.


380여 쪽의 책은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 '한국 종교는 사회적 성역인가'는 특히 세금과 관련해 한국 종교, 그 중에서도 주로 기독교가 누리고 있는

비정상적 특혜를 지적한다.

2부 '한국 종교의 뒤틀린 모습'에서는 한국 기독교가 행한 역사적 왜곡, 대형 교회에서 일어나는 '학위 장사'와

'세습 행위', 불교 사회에 온전히 남아있는 남존여비 사상 등 종교가 갖고 있는 어두운 면을 총체적으로 고발하

고 있다.

3부 '종교계 개혁을 위한 기틀, 종교 법인법'에서는 저자가 지난 10년 간 주장해 온 '종교 법인법'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설명한다.


먼저, 지적할 부분부터 언급하고 넘어가자.

하나. 종교 간 형평성의 문제. 부분적으로 언급되는 불교계에의 비판을 제하고 이 책의 대부분은 기독교에 대한
 
일갈에 할애되어 있다. 한국에서 여러 종교 가운데 기독교가 차지하는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다른 종교에 비해 기독교가 저지르는 불법, 혹은 비윤리적 행위가 가시권 안에 상대적으로 많기 때

문일 수도 있다. 아무튼, 종교 전반에 관한 내용을 기대하고 책을 잡은 사람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으니 미리 알

아 두자.  

둘. 내용 구성의 문제. 위에서 3부로 갈라놓은 것은 책의 목차를 따른 것이나 그 대강의 내용은 내가 정리한 것

으로, 실제로 읽어보면 흐름이 반드시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종교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해 보는 데에 유용한 자료일 수 있으나 반드시 한 권으로 이 책에 묶였어야 할지 의문이 가는
 
내용도 적지 않으며, 주제에 합당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좀 더 효율적인 배치를 고려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

은 부분도 종종 눈에 띈다.

셋. 방송국에 압력을 행할 정도로 거대한 세력인 종교에 맞서 긴 세월을 싸워온 탓인지 저자의 어투가 시종일

관 격앙되어 있어,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자세한 내용을 알게 되었거나 책을 읽으면서도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

겠는 사람으로서는 감정의 보폭을 맞추기가 무척 어려울 것 같다. 예를 들면, 하나의 작은 주제에 대해 원인 -
 
경과 - 결과 - 문제점 - 해결책 등을 지적하여 몇 개의 문단으로 글을 구성할 때, 저자는 이따금 모든 문단의 마

지막 문장을 비판, 혹은 탄식으로 끝마친다. 독자로서는 논리적인 흐름이 끊겨 집중하기가 어렵고, 한편으로는

그가 품은 통한의 크기에 위압감을 느끼게 된다. 내용 상으로는 공분해야 마땅한 것인데, 실제로는 '아, 이 사람

은 그 문제에 이렇게까지 화내는구나', 혹은 '나는 왜 이 사람만큼 화가 나지 않는 것일까' 정도로 생각하게 되

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조리법이 거칠지언정 재료의 신선도와 영양가는 확실하다. 기독교에 대한 감정적인 비난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그들이 현실적으로 누리고 있는 특혜, 그 특혜의 부실한 근거,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책과 논거까지를

총체적으로 망라한 것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아울러 또 하나의 장점으로 꼽고 싶은 것은 독자의 타게팅이다. 컨텐츠가 훌륭해서 살아남는 책들도 이따금 있

지만, 대다수의 성공한 책은 독자층을 명확히 예측하고 기획된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양심적 각성이 필요한 종

교인'이나 '기독교 사회의 언행에 염증을 느낀 비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납세자'에게 읽히기 위

해 쓰인 책이다.

당장 나부터도 채플을 4학기 이수하여야 졸업할 수 있는 대학에 입학하여 툴툴거리면서도 결국 이수를 하였고,
 
애 다섯을 안 낳으면 감방에 처넣겠다느니 여자는 기저귀 차고 설교 강단에 올라갈 생각하지 말라느니 하는 목

사님 설교 내용을 전해 들어도 저런 정신 나간 양반이 있나, 하고 생각을 했을 뿐 종교가 내 삶에 미치는 악영향

에 대해 구체적인 대응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납세의 의무가 부과되어 있

는데도 소득세를 내는 목사가 정말로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 종교 단체가 (종교적 목적이 아닌) 고유 목적

사업용으로 보유한 부동산에 대해 종합부동산세가 전액 비과세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면서는 화를 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금이라는 것이 비전문가가 함부로 언급할 만큼 간단한 체계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세금과 관련한 모든 원칙 가운데 제 1 원칙이 아닌가? 게다가 그 소득의 출처와 운영,

분배가 불분명하고 불합리한 데에야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직접적으로 세금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실정법 위반에 해당하는 명의 신탁을 통해 대량의 부동산

을 소유하는 행위, 사학 재단을 소유하여 돈 세탁의 수단으로 삼거나 재단의 재산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행위,

교회 건물은 공익 성격이 있어 담보 처분이 어려운데도 대형 교회를 신축하며 공적 성격이 강한 농협과 축협으

로부터 대규모의 대출을 받아온 행위 등은 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내게도 얼마든지 그 피해가 미칠 수 있는

일이다. '사기꾼'이라고 명찰 붙인 사람이 저질렀어도 용서해 주기 어려운 일인데, 하물며 믿음이란 간판을 내

건 집단이라면. 그리고 그 집단이 문명사회의 기본적 합의 가운데 하나인 정교분리에 반기를 내걸고 정치집단

화까지 목표하고 있다면.


이처럼 왜곡된 상황에 대해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종교 법인법'이다. 우리나라의 종교단체들은 이미 대부

분 '종교 관련 비영리 법인'으로 등록되어 있다. 그런데 이 법인에 관련된 '종교 법인법'이 없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전 세계 227개국 가운데 관계 법률이 없는 것은 우리나라 뿐이라고 한다. 종교 법인의 권한과 책임에 관

련된 법이 제정되면 세습, 탈세, 배임, 횡령 등의 부정적 현상이 법적 근거를 가진 처벌에 의해 일소되고 종교의

역할과 평가가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후보가 되어도 추기경부터 찾아 사진 한 방 찍고 보는 것이 기독교인 2천만 사회에서

정치인들의 어쩔 수 없는 행보이다. 그러니 다음 선거의 공천이고 뭐고 이 문제 해결하고는 국회의원 더 안 해
 
먹겠다는 이상한 사람이 이백 명쯤 나오지 않는 다음에야 법제화까지는 멀고 먼 길이 되겠지만, 그래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위해서나, 소수의 목회자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선량한 교인이자 납

세자들을 위해서나.


이런 사고들을 진행하는 데에 이 책은 언론 보도 사실과 수치로 증명된 결과 등 충분한 논거를 제공해 준다. 책

의 꼬리에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의 종교 법인법을 통째로 번역해 싣고 있어 사회의 구성원으로

서 종교는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본인만의 생각을 좀 더 정교하게 가다듬을 수 있다. 오늘날 남한에

서 빨간 십자가가 안 보이는 집에 살고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생각해 보면, 교인이든 교인이 아니든 자신의 현

실과 관련있는 내용이라 생각하고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