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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1

8월 22일 홍대 벼룩시장, 한강 플로팅 스테이지 우쿨렐레 콘서트




서늘한 바람에서 추석의 느낌이 났던 어제보다는 더웠지만 그래도 불볕더위는 확실히 넘긴 일요일을 틈타 홍대 앞과
 
한강을 쏘다녔다.







홍대 앞 놀이터의 벼룩 시장에서, 부채에 선택한 문구의 캘러그래피를 써 주거나 미리 만들어 놓은 엽서를 파는 분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름을 물어 보고는 즉석에서 작은 명함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확대해서 올려 놓으니 큰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손바닥 반 정도의 크기이다. 내 이름을 써 준 것이 기분 좋기도 하고 공짜로 뭔가를 받고 보니 뭐라

도 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아래의 엽서를 구입했는데, 집에 돌아와서 다시 꺼내어 보니 결국은 작은 종이에 글

자 두 개 쓴 것에 불과했다. 사람 좋은 얼굴로 첨단 마케팅 전략을 발휘하였구나,  깨닫고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서 좋거나 선한 의도로 이름이 불리워지는 일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힘 있는 글씨체로 쓰여진 내 이

름을 보고 있자니 재미가 있어 다음 번에는 다른 이름도 부탁해 봐야지, 하고 생각했다.






이것은 엽서. 정감있는 글씨체에 그림을 덧붙이니 훌륭한 작품이 된다. 연습을 해 두었다가, 주변에 축하할 일이 생길

때에 즉석에서 그리고 써 주면 의미가 배가될 것 같다. 꽃의 표현이 단순하면서도 아름답다.
 






한강변에서 못 보던 것을 발견했다. 예전의 야외수영장을 개조한 것일까? 둔치를 걷다가 바로 들어갈 수 있게 되어있

어, 몸을 홀딱 적셔가며 뛰노는 아이들 뿐 아니라 잠시 곁을 지나던 어른들도 발을 적신다. 수질 관리만 잘 된다면 서

울의 명물로 소개되어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이 손오공처럼 꺅꺅 소리를 질러가며 정말로 신나게

놀고 있었는데 사진으로는 현장의 활기가 전해지지 않아 아쉽다. 서울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산책 삼아 꼭 한 번 들러

보시길 권한다.






오늘 한강을 찾았던 주 목적인 '플로팅 스테이지'에서의 우쿨렐레 합연회. 서울랜드의 큰 축구공을 반으로 잘라 강에

띄워놓은 것 같은 플로팅 스테이지는 아무리 봐도 전시행정 이상의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오늘 공연만의 특성인지는

몰라도, 실질적으로는 강 위에 있는 연주자들과 둔치에 앉아 있는 관객들간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덕분에 우쿨렐레
 
독주나, 연주 사이의 사회자의 말은 거의 들리지가 않았다. 행사만을 놓고 보면 준비가 부족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

렵겠지만 둔치에 넓게 퍼져앉은 관객들은 한강을 쳐다보며 서로 환담을 나누거나 적당히 듣다가 다른 쪽으로 산책을
 
떠나기도 하는 등 공연보다는 마실에 의의를 둔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나는 어, 서울시민, 좀 멋있는데, 하고 생각

했다.






나도 우쿨렐레 소리가 들리면 좋고, 안 들리면 그만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풀밭에 벌렁 누워 노을을 보거나 동행과 장난

을 치거
나 하며 팔자좋게 시간을 보내다가 왔다. 구름이 많아 달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아쉬움을 밑천 삼아 다음

엔 돗자리도 챙기고 도시락도 싸다가 다시 한 번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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