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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M

최인주의 '기타'




7월 15일 새벽 한 시 반. 기타리스트 최인주.


먼저 공지. 동영상의 볼륨이 조금 크니 미리 조절하고 재생하시라.







프로젝트 M의 은총 가득한 첫 게스트. 백분토론 보고 평화로이 잠들려던 뻔한 금요일 새벽에, 묵혀뒀던 카테고리 하

나를 다급히 시작하게 만든 영웅이다. 중학교를 제외하고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동문이며 지금도 본가는 이웃한
 
아파트인 동네친구. 현재는 횡성에서 보건소 의사 아저씨로 군 복무 중. 


시작하지 얼마 되지 않은 원거리 연애에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서울까지 왔다가, 그냥 내려가긴 아쉬웠는지 인근에 살

고 있는 내게 새벽 한 시에 전화 주었다. 대학 시절 클래식 기타 동아리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사 놓고 물어볼 데 없어 쳐다만 보던 검은 고양이를 업고 나갔다.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라 코드표 보는 법이나 잠깐 배

우고 그간의 이야기 나눠 봐야지 싶었는데, 인주는 시트를 눕히고 틀어 앉아서는 즉석에서 하트브레이킹 연주를 몇 개

나 들려주었다. 받는 사람이 고맙다 못해 미안해지는 지경까지 신경을 써주는 것에는 내가 아는 사람 가운데 세계 제

일. 그 상냥한 마음 언젠가는 빛 보리라 홀로 예언하였었는데, 마침내 좋은 사람 만나 연애 잘 하고 있다니 덩달아 기

분이 좋기도 하고, 여자친구 사진을 본 뒤로는 배가 아프기도 하고 그랬다.


이 카테고리는 간단한 인물소개를 한 뒤 주로 인터뷰 형식으로 꾸며야겠다 계획하고 있었는데, 좋은 아이템이 생겨 갑

작스레 시작하느라 준비가 미진한 것도 있고, 인터뷰이가 내일 출근을 위해 지금 강원도 횡성으로 긴 여정을 떠나야

한다고 하기도 하고, 말 꾸며서 붙여봐야 비오는 날의 이 연주에 어울릴 만한 문장이 내 깜냥에서 나오겠나 싶기도 해

서, 이렇게 대충 묶어 일단 올린다. 올리는 동영상은 사실 맨 처음에 찍은 것으로, 계속해서 찍었던 서너 컷 중에는 가

장 그의 손이 덜 풀리고 실수가 잦은 것이었다. 하지만 몇 번 찍히며 카메라에 익숙해지기 전에 기타에만 몰두하는 표

정이 나와 있어 멋있기도 하고, 촛점을 잘못 맞춰 흐릿흐릿하게 나온 영상이 마치 쓸쓸한 대도시의 비오는 밤을 은유

한 것처럼 보일 수 있을까 싶기도 해서, 끝까지 완주한 영상이 아님에도 굳이 택했다. 최 의사는 실력이 드러나지 않아
 
부끄럽고 안타까우시겠지만, 그 마음 잘 갈고 닦아서 다시 한 번 이 카테고리 등장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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