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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김희수 외,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저자 4명이 법학자이거나 법에 관련한 글을 쓰시는 분들이어서 그런지, 구조가 확실해서 어려운 내용임에도 읽

기가
쉬웠다. 그런만큼 차례를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내용이 전달되지 않을까 싶다.


1부 검찰의 역사

1장 검찰의 역사를 보는 눈    2장 이승만 정권과 검찰    3장 박정희 정권과 검찰   

4장 전두환 노태우 정권과 검찰   
5장 김영삼 정권과 검찰    6장 김대중 정권 이후의 검찰


2부 검찰의 현주소

1장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지닌 검찰    2장 대한민국 검사의 지위와 권한    3장 검찰의 궤도 이탈


3부 우리 시대가 바라는 검찰

1장 사법 개혁의 단골 메뉴, 검찰 개혁    2장 검찰 개혁을 위해 기울인 노력   3장 환부를 드러낸 검찰과 법무부

4장 검찰 바로 세우기   5장 법치주의의 수호를 기다리며


차례에서 드러나듯이 3부 구성은 검찰의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한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검찰에서 일어나

고 있는
각종 폐해가 개개인의 인성 탓이 아니라 이미 고착화된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2부, 그리고 실질적

인 대안을 제시
하고 있는 3부이다.


지난해 스폰서 검사 사건이 발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격발시켰던 것은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의 '네가

뭔데?'
라는 발언이었다. 방송을 위한 취재 중인 PD에게조차 예외가 없었던 고압적 자세가 정서적 반발감을 불

러일으켰던 것
이다. 같은 방송 내에 검찰 내부의 비리를 감독관리해야 할 감찰부에서조차 향응 관계가 있었다

는 더욱 충격적인 사실
이 밝혀졌지만, 당시와 이후 가장 큰 관심을 몰고다녔던 것은 역시 박기준 전 검사였다.

박 씨는 이후로도 복직 신청 항소를 제기하는 등 계속해서 논란거리를 만들어 냈는데, 내가 궁금해 하는 것은

만약 그
가 자숙했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이다. 검사야 옷벗어도 변호사 개업하면 그만이고, 퇴직한 지검

장들이 이전의
자기 관할지역에서 버젓이 사무소를 내어 온갖 사건을 빨아들이듯 가져가며 100%에 가까운 승

률을 자랑하는 것이 우
리의 '상식'이다.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이 정도도 모르면 비웃음을 산다. 그런데 박기준

씨가 위와 같은 혜택을 깨끗
이 포기하고, 과오를 모두 인정한 뒤 사회봉사라든지, 국익을 위한 일에 자신의 재

력과 체력을 쏟아부었더라면 어땠을
까. 나는 우리 국민들의 검찰 조직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바뀌었을 것이라

고 생각한다. 그런데 근본적인 문제는, PD수
첩과 이 책이 지적하고 있듯 검사 개인에게 지나친 권력을 몰아주

는 현 제도에 있다. 제도를 고치지 않으면, 제 2의 박
기준이 양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순리이다. 박기준 씨 개

인이 그 뒤로 깨달은 삶을 살았든 여전히 향응이나 지름길
등에 익숙한 삶을 살았든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보다 중요한 것은 다시 그런 인물이 나오지 않도록 제도를 개혁
하는 일인데, 우리 국민의 여론은 그처럼 치밀하

고 근원적인 데까지는 좀처럼 나아가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그 정도
고생했으면 됐지 뭘'이라든지 '능력이 아

깝지 않은가'같은 반응 정도로 그쳤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나간 사건들 중 어떤 사건이 잘못되었는지, 그 사건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이며 그 사람

은 현재
무슨 위치에 있는지, 또, 제도의 어떤 점이 문제이고, 그 제도를 개혁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등을

명확하게 지시
해 놓은 점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이 책에는 삼성 비자금 사건이나 노무현 대통령 조사 사건 등

의 책임 관련자 들이
실명으로 실려 있는데, 나도 처음에는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

다. 그러나 그건 '정감'에 기
초한 정서적인 판단일 뿐이고, 실제로는 그러한 정서적 판단 때문에 그들이 잠시의

비난에만 버텨낸 뒤 또다시 특권을
누리거나 혹은 영전하는 일들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이런

방법적 접근을 취하고 있는 책은 좀 더 많
이 나와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삼성의 백혈병 노동자들에게

보상금을 지불하지 않도록 의결한 사내 회의는 어
떤 것인지, 구성원은 누구인지. 종합부동산세를 감면해 주도

록 투표한 국회의원은 누구인지, 지역구는 어디인지.
'국회의원은 다 나빠', '삼성이 다 그렇지'와 같이 구체적

인 대상이 없는 구호는 시민으로부터 현실적인 행동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 하지만 이름과 얼굴을 알면, 하다못

해 친구라면 술자리에서라도 한 마디 충고할 수 있는 것이고, 오다가
다 마주치면 쏘아봐 주기라도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인상적이었던 부분 하나만 적어두고 끝내려 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에 검사들이 자주 임용되는 것은 정동기 씨

사건을
접하는 중에 알게 된 바 있었다. 그런데 법령에 따르면 검사는 다른 부처에 파견될 수가 없다고 한다. 그

래서 검사들은
일단 휴직이나 퇴직을 한 뒤 민정수석을 지내고, 임기가 끝나고 나면 다시 복직을 하는 형식을

취한다고 한다. 뒷구멍
으로 돈 받아먹는 거야 내 눈으로 볼 수 없으니 별 수 없다지만, 정부와 법무부의 최고위

직에서 이러한 편법적 행위를
자행하고 있으면서 법치 사회를 운운하다니. 정말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