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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꿈을 꾸었다. 음은 똑같고 박자만 다른 네 마디의 기타 멜로디가 계속해서 흘러 나왔다. 꿈 속의 세상에서는, 행 복해지기 위해서는 그 멜로디를 평생동안 들어야 한다고 했다. 평생동안 듣기로 결정했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 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행복해지기 위한 기본 조건에 불과할 뿐이었다. 나는 그 소리를 평생 들을지 아닐 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는데도 멜로디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귀를 틀어막자 이번에는 머리 속까지 울려왔다. 지 겨울 뿐 아니라 무섭기까지 하다고 생각하자 소리는 더 크게 들려왔다. 잠시 후에는 길가의 소음이나 주변 사람 들의 대화는 거의 들리지 않고 시끄러운 기타 소리만 들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대로 평생을 살아야 한단 말인 가, 하고 소름끼쳐 하다가 나는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깼다지.. 더보기
'뽀뽀뽀' 종영 지난 2007년 '뽀뽀뽀 아이조아'로 타이틀을 바꾸었던 영유아 프로그램 '뽀뽀뽀'가 내일인 2013년 8월 7일의 아 침, 7754회를 마지막으로 종영된다. 1981년 5월에 시작되었으니 같은 해 8월에 태어난 나와는 동갑이다. 사람 이라면 요절이지만 방송 프로그램으로서는 희수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TV를 통해 시청한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으니 내일 종영되나 십 년 후에 종영되나 어차피 안 볼 프로그램이기는 마찬가지이고, 이름만 바뀔 뿐이지 작가도 PD도 그 자리에 남아 포맷만 바뀐 새 영유아 프로그램을 진행하겠지만, 그래도 삼십 년이 조금 넘는 인생에서 적어도 5, 6년 이상 매일 아침 접하던 타이틀과 주제가가 영영 사라진다는 것은 확실히 쓸쓸한 일이다. 내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이 사.. 더보기
정경섭, <민중의 집> 책을 다 읽고 난 뒤 내가 처음으로 내뱉은 말은 '알맹이다!'였다. 마침 직전에 슬라보예 지젝의 를 끙끙거리며 읽고 난 뒤, 뭘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마음에 있던 터에 직격탄을 맞은 셈이 다. 마포 민중의 집 대표인 정경섭 씨의 2012년 8월 작이다. 수 년 전, 민중의 집 설립에 관한 기사를 접했을 때 내 마음에 들었던 것은 불온한 일탈을 저지를 때 드는 쾌감의 한 종류였다. 내가 처음 접한 '민중의 집'이라는 단어의 용례는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돈 까밀로' 시리즈에서 공 산주의자인 빼뽀네와 그 일당들의 소굴을 지칭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최초로 읽었던 번역본에서는 민중의 집 도 아니고 인민의 집이었다.) 하지만 그 실제의 내용은 문화, 인문강좌나 동아리 활동 등 지역공동체에 가까.. 더보기
오가와 히토시, <철학의 교실> 한 줄 평. 쉬워서 즐겁다. 이 책은 '죽음', '연애', '행복' 등과 같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고민할 수 밖에 없는 문제들에 대해, 그 문제를 깊이 탐구한 열네 명의 철학자들의 말을 빌려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그들의 사상을 요약해 놓은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장치를 통해서 쉽게 전달하려고 한 것이 이 책의 뛰어난 장점이라고 하겠다. 여기에서는 가장 인상적인 두 가지를 살펴보자. 첫 번째 장치. 철학자들은 일본의 어떤 교실에 '직접' 등장하여 인물들의 구체적인 고민에 답한다. 예를 들어 선 생님께 혼나서 성질이 난 고등학생 앞에 미셸 푸코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와 '권력'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하는 식이다. 이러한 소설적 형태는, 저자가 직접 고민에 답하다가 철학자들의 원론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