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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사촌 동생 큰집에 할머니의 제사를 지내러 갔는데 사촌동생이 왔다. 고등학생이라고 이삼 년 정도 빠졌는데 수능이 끝나고 나니 핑계가 없어진 모양이다. 사정을 물어보니 지원한 대학에 모두 떨어졌다 한다. 수능 전에도 성적과 희망 대 학 간에 차이가 있어 재수를 하네 마네 갈등이 있었던 모양인데, 다 떨어진 바에야 다시 공부하는 수만 남은 것 이니 어찌 보면 잘 된 셈이다. 일찍 장가를 가서 한두 살 터울의 아들을 둘씩 낳은 큰아버지와 아버지와는 달리, 작은아버지는 마흔이 다 되어 서 장가를 갔고 딸만 하나 두었다. 네 명의 사촌오빠 중 막내인 내 동생과도 열두어 살 차이가 나는 통에 사이는 대체로 서먹하지만, 그 중 셋째인 나와는 내가 재수를 할 때 서울의 작은아버지 댁에 잠시나마 얹혀 살았던 적이 있어서 살갑게 지낸.. 더보기
늘봄 고시원 근처에 일이 있어 갔다가 스무 살에 처음으로 혼자 살이를 시작했던 고시원에 들러 보았다. 10년이 훌쩍 넘었는 데도 고시원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무척 쓸쓸했던 재수 생활을 추억하고 등 따신 지금에 비교하며 행복해 하기에는 고마운 일이지만, 십 년이 지나도록 고시원에 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 면 씁쓸하다. 딱히 잘난 척 할 것도 없이, 나부터가 고시원의 감옥 같은 방에서 벗어난 것이 3년도 안 된다. 고시원으로 들어가는 문에는 전자 자물쇠가 달려 있어 안에까지 들어가볼 수는 없었다. 들어갈 수 있었다 하더 라도 마음에 준비를 하지 않고 간 차에는 아마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이 아래로, 그 시절에 있었던 몇 가지의 일들을 몇 차례고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하였는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