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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6일차 - 3. 우지의 맛 물론 도지에 역사적인 기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규모가 큰 절인만큼 부적과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다른 절과 신사보다는 큰 것이 있다. 위의 사진은 그 중 오미쿠지おみくじ를 찍은 것이다. 일본의 영화나 만화 등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 중 하나로, 포장은 제각각이지만 결국에는 그 안에 운세가 적힌 종이를 뽑는 것이 목적이다. 첫 번째 오미쿠지는 복을 부르는 고양이 마네키네코招き猫 미쿠지. 두 번째는 단출하게 행운 오미쿠지. 세 번째는 리락쿠마 오미쿠지. 네 번째는 칠복신 오미쿠지. 칠복신이나 마네키네코 등의 전통적인 캐릭터야 그렇다 치더라도 오미쿠지와 같은 전통 문화에 리락쿠마를 접합시키는 세련된 손길에는 무척 놀랐다. 나중에 돌아다니면서 보니 도라에몽 오미쿠지도 있고 건담 오미쿠지도 있고. 나는 여행.. 더보기
6일차 - 2. 도지同寺, 구카이空海, 오헨로お遍路 도지東寺에 갔다. '동사東寺'라는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다. 고수는 꾸미지 않는 법이다. 절이 지어진 것은 796년의 일으로 물경 천이백 년 전의 건축물이다. 당시에 헤이안쿄平安京라고 불리웠던 교토는 계획도시로서 바둑판 모양 모양으로 구획되었다. 지금도 교토의 거리에 산조三条, 시조四条, 고조五条 등의 숫자가 들어간 이름이 나란히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 바둑판 모양의 정문, 즉 출입구가 동명의 영화로도 유명하며 수많은 괴담의 무대가 되는 라쇼몽羅城門이고 라쇼몽 양쪽에 배치된 것이 사이지西寺와 도지東寺이다. '서사西寺'는 이후 몰락하여 지금은 폐사터만 남아있지만 도지는 오늘날에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이다. 다시 찾은 교토에서 첫번째 방문지로 도지를 고른 것은 봄맞이 특별 전시회를 하고 있었기 때.. 더보기
6일차 - 1. 교토에 간 구보처럼 여행 6일차이자 교토 여행의 1일차.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하루만 비 오고 만다면야 목 좋은 술집 차고 앉아 다른 여행객들과 노닥거리면 그만이지마는 1주일 동안 맑은 날이 하루 있을 것이라면 비 온다고 놀 수는 없지. 게다가 발이 젖는 것이라면 이미 나오시마에서 이골이 났다. 끙차 하고 일어난다. 꼼짝없이 일주일 동안 우산 쓰고 다닐 판이라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딱 쳐다 봤을 때 가장 기분 좋은 색깔의 우산으로 골랐다. 샛노란 우산. 교토 여행이 끝날 때까지 좋은 친구 되어 주었다. 덕분에 여행을 다녀온 지 반 년이 넘은 지금도 길을 걷다 샛노란 우산을 마주치면 문득 교토 생각이 나 즐겁다. 그러고 보면 여행을 갈 때마다 독특한 색이나 모양의 가방이나 팔찌, 티셔츠 등을 일부러 사서 입고 쓰고 .. 더보기
5일차 - 교토 상경 4월 12일 일요일. 8일부터 20일까지 13일 간의 여행 중 5일차이다. 이 날은 나오시마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교토로 올라가기로 했다. 아침에 일찍 떠나 교토에서의 오후를 누려도 되지만 섬에 체류한 나흘 동안 가장 좋은 볕이 든 것이 분하여 점심 무렵까지 노닥거리기로 했다. 마침 나오시마의 골목은 어슬렁거리며 노닥거리기에 최적화된 곳이기도 하다. 산책 길, 멋진 자연이나 안도 다다오의 작품보다 더 내 눈을 잡아끌었던 것은 언젠가 꼭 키워 보고 싶은 샴 고양이의 실루엣. 반투명 창이라 뚜렷하게 보이지 않아 한층 애틋하였다. 이전의 경험에 비해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태도라면, 즐길 수 있을 때에는 즐기자, 로 요약할 수 있겠다. 여행을 할 때의 나는 잠자리나 먹을 것, 혹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할.. 더보기
4일차 - 쇼도시마小豆島 마실 과연 일기예보대로 날씨는 맑았다. 하지만 한쪽 하늘에는 여전히 구름이. 황해의 아들인 나는 바닷가에 서서 바람 냄새를 킁킁 맡았다. 새벽녘까지도 마르지 않아 골치가 아팠던 운동화. 드라이어를 켜서 그 위에다 씌워놓는 등 난리를 치고서야 그나마 좀 말랐다. 기껏 해 났을 때 작심하고 걸어다니려고 아침 나절부터 신발끈 단단히 묶는다. 세토 내해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나오시마이지만 볼거리가 나오시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가볼 만한 곳이 꽤 있다. 나는 이날 나오시마 인근의 두 섬인 테시마豊島와 쇼도시마小豆島에 가보기로 했다. 왼쪽이 나오시마, 오른쪽이 테시마, 테시마 옆의 작은 섬이 쇼도시마이다. 주목적지는 쇼도시마이고 시간이 남으면 테시마도 볼 예정이지만 나오시마에서 쇼도시마로 바로 가는.. 더보기
3일차 - 젖어봅시다 나오시마 지난해 11월에 교토를 찾았을 때에는 겨울이라 그랬는지 3주 가량 체류하면서도 비 걱정이 없었다. 이번의 여행에서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날씨부터 체크하는 것이 습관 됐다. 2015년 4월 10일 금요일. 여행 3일차의 아침. 이층 침대에서 내려다보니 폭우 소리가 들리고 창문은 온통 어둑어둑하다. 뱀부 빌리지에는 조식이 제공된다. 빵과 커피는 무한정으로 먹을 수 있지만 냉장 보관이 필요한 잼과 물은 양심껏 먹어야 한다. 주인이 상주하지 않고 별채에 머물면서 이따금 드나들기 때문인 것 같다. 나오시마에 관한 기록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팁은 식당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잼 못 먹어 죽은 귀신처럼 잼 반 빵 반 해서 몇 번씩 구워 먹었다. 세토 내해를 바라보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