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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멋진 몰카 >- 완전무결의 컨시어지 영화 '멋진 악몽'의 개봉 기념으로 일본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멋진 몰카'. 隱이 '숨다, 몰래'의 뜻이고 '撮'이 '취하다', 현대 한자에서는 '찍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으니 합치면 '몰래 찍다'가 된다. '몰카'라는 우리식 표현 에 멋지게 대응되는, 좋은 제목이다. 미타니 코키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인지 어떤지, 아무튼 어떤 분이 한글 자막을 만들어 함께 올려 주었길래 고맙게 보았다. '멋진 몰카'는 영화 '멋진 악몽'의 캐스트들이 전부 등장하여 찍은 새로운 TV 드라마이다. 영화에서 패전 무사의 유령을 법정의 증인으로 세우는 기상천외한 발상을 했던 여 변호사 후카츠 에리가 드라마에서도 다시 주인공을 맡았다. 이 작품에서 그녀의 역할은 손님들의 부탁을 충실히 들어주는 '컨시어지'. 미타니 코.. 더보기
멋진 악몽 보고싶은 영화가 있는데, cgv의 상영관도 많지 않고 그나마도 대학로, 압구정처럼 먼 곳들이어서 다른 극장에서 는 안 하나 찾아 봤다. 마침 바로 옆의 이대 ecc 안에 '아트하우스 모모'라는 곳에서 상영을 하고 있었다. 곧 내 려갈 영화라 부랴부랴 예매를 하여서 혼자 보러 갔다. 혼자 영화를 보러가는 것만 해도 오랜만이데, 혼자 이대를 걷는 것은 도대체 언제 이후의 일인지 기억도 안 났다. 나는 항상 교내의 위락시설인 ecc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 각해 왔는데, 막상 가 보니 뽀대 나고 편해서 부러운 마음이 일견 들기는 했다. 저-쪽 반대편은 계단처럼 되어 있 어서 앉을 수 있는데, 비오는 날 거기에 앉아 가운데의 푹 패인 곳으로 빗물이 흐르는 모습을 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맨 끝쪽에 숨어 있었.. 더보기
바쁘다. 앙코르와트에 다녀온 뒤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여기저기 신청해 놓은 면접들을 보러 다니고 또 그 뒤처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일기장에 적는 글의 기준으로 무엇보다 솔직함을 꼽고 있기에 쓰지 못할 일이나 하지 못 할 말은 딱히 만들지 않고 살지만, 그래도 쓰기 싫은 것을 굳이 한가지 꼽으라면 무엇으로 호구지책을 삼는지 정도일 것 같다. 공부 외의 시간을 들여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이 그리 유쾌하지 않은 탓이다. 이번 학기 나는 한 고등학교에 방과후 학습 선생님으로 출강을 하고 있다. 학원이나 과외에 비하면 수입이 형편 없고, 이름이 난 학교라 강단에 서기 전까지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래도 공교육의 일원이 되어, 학교의 교실에서, 삼십 명이 넘는 교복들을 앉혀 놓고, 준비해 간 강의록을 손에 들고.. 더보기
2007년 3월, <라디오의 시간> 일본의 츄오 대학에 교환 학생으로 가 있는 김신각 선생이 자신의 블로그에 영화 ost를 구했 다는 일기(http://shingak.tistory.com/122)를 올렸다. 은 극작가 미타니 코키의 데뷔작으로, 그 가 쓰고 연출하였던 동명의 연극을 영화화한 것이다. 1997년 일본 아카데미에서 대부분의 상을 휩쓸었고 우리 나라에는 라는 제목으로 2000년대 초반에 개봉되었다. 자고 일어나면 술먹고 연극하 고 연애하던 천둥벌거숭이 시절에, 넋을 놓고 이 영화를 보던 기억이 난다. 무척 재미있었고, 눈물이 아주 많이 났었다. 스물여섯의 겨울에 제대하고 다음 해 연극부로 돌아와, 신입생과 갓 2학년으로 올라간 학생들이 대부분인 상황 에서 자연스럽게 연출을 맡게 됐다. 그 때 골라든 것이 이었다. 사실 꼭 그 작.. 더보기
<오래된 아이>, 7월 10일 대학로 열린극장 작년 이맘때쯤 아주 즐겁게 관람했던 공포연극 의 극단인, 극단 '옆집누나'의 2011년 공포연극, . 이 극단은 여름이 돌아올 때마다 공포연극을 상연하는 모양인데, 꽤 재미있게 보았던 의 연출이 이번 작품에서 도 연출을 맡고 있길래 기대하며 예매했다. 작은 입장권에 인쇄된 포스터만으로도 섬뜩했던 에 이어, 포스터 의 귀신이 아이유와 함께 지친 30대의 삶에 활력을 가져다 주는 카라의 한승연 양과 닮아 느낌이 좋았다. 먼저, 스토리. 간단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매 해 열리는 축제 때마다 목사의 비밀스런 주재 아래 구성원들이 식인의 의례를 갖는 마을이 있다. 15년 전, 목사의 딸인 '인후'가 이 장면을 목격한 뒤로 홀연히 사라지게 된다. 그 뒤로 실의에 빠진 목사의 아내 앞에 돈이나 그 외의 이 익을 .. 더보기
<두 여자>, 6월 24일 대학로 라이프 시어터. 내 인생 첫 소셜커머스 상품은 공포 연극 티켓. 사랑티켓보다 싸길래 기뻐 날뛰며 관람하고 돌아왔다. 이제 와 말씀드리지만 작가와 바람둥이라는 이중 인격을 감쪽같이 연기한 (2002), 충격적인 반전을 통해 윤회의 영겁성이라는 화두를 던진 연출 데뷔작 (2003) 등 나는 공포 연극에 혼을 바쳤던 연극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춘기의 사촌 동생을 데리고 공포 연극을 보러 갔다가 그녀석이 기말고사 내내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고 작은 아버지, 작은 어머니께 꾸지람을 들은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제 버릇 개 못주고 이토 준지처럼 겅중겅중거리며 또 보러 다 녀왔다. 이번 작품은 포스터만으로는 역대 가장 기대되는 연극 중 하나였던 . 공포 연극은 본래 웃음(혹은 드라마)과 공포라는 '이완 - 긴장'의 반복 구조에 .. 더보기
2001년 가을, 연극과 인생 제 17회 정기공연 <대머리 여가수> 대학로에서 를 관람하고 와 어제의 일기를 쓰고, 10년 전 내가 이 연극을 하던 때 연출이셨던 경호 형 에게 예전 생각이 난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메일에 세 장의 사진을 첨부해 답장을 주셨다. 공연 중에는 촬영을 자제해 주길 부탁했고, 사실 그 때엔 디지털 카메라를 갖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사진이 남아 있는 지 궁금하지만 아무튼 크게 기뻤다. 위 사진은 소방대장의 등장 장면으로, 벨이 울리면 사람이 있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에서 마침내 승리한 스미스 부인과 마틴 부인의 득의양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좌절하는 마틴 씨의 내면 연 기가 빛난다. 본명은 셜록 홈즈인 하녀 메어리의 주제넘은 등장. 마틴 부부와 스미스 부부가 마뜩찮아하는 가운데 소방대장은 그의 '첫 불을 꺼 준' .. 더보기
연극과 인생 제 27회 정기공연 &#039;라디오의 시간&#039; 연출의 글 인도에서 있었던 일이다. 갠지스 강가에서 머물며 산책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로 소요하던 나는 며칠 전부터 눈여겨 보던 보트를 흡 족하게 그리고는 신이 나서 걷고 있었다. 거리에서 산 인도옷의 허리춤에는 인도피리가 꽂혀져 있었고, 짐이라 고는 바지끈에 매달아 놓은 숙소의 열쇠 뿐이었다. 화장터를 지날 무렵 강가에 앉아 있던 늙은 힌두교 사제가 그 쪽으로 가는 나를 한참이나 바라 보다가 목소리가 들릴 만한 거리가 되자 ‘너는 참 행복해 보이는구나’라고 말을 건네왔다. 이전의 나였다면 멈춰 서서 감사의 인사를 하든지, 혹은 앉아서 대화를 시작했겠지만, 그날의 나는 웃음을 짓거나 멈추지도 않고, 자신의 입에서 대답이 나오는지조차 의식하지 못 한 채, 마치 들이마쉰 숨 을 내뱉는 만큼이나 자연스럽게, ‘그렇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