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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새해 인사 서울 생활 십 년에도 월세 인생인 나는 아직 인천 시민이지만. 아마도 2011년 서울 시장 재보궐 선거 때 박원순 펀드에 가입했었기 때문에 그 정보가 남아 있어 문자가 온 모양이다. 격을 깨는 인삿말이 '원순씨' 다워서 웃음 이 나다가도, '직장, 진학, 혼인 문제'를 주책 없이 묻지 말아달라는 건 결국 중장년 층에게 하는 말인데 지방선 거 있는 해에 괜한 꼬투리라도 잡히면 어쩌시려고, 하는 생각도 든다. 하기사 내 고향 인천에는 시정을 두 번이 나 전설적으로 말아먹었던 전임 시장이 다시 출마한다고도 하고, 사석에서는 대통령을 누님이라고 부른다고 으 스대며 권력을 휘두르는 여당 실세가 나올 수도 있다 하니, 서울 걱정해 줄 때가 아니긴 하지마는. 더보기
서울에서 나이 서른셋에 제약회사의 전무가 되게 되었다. 삼 년 전, 제약회사 회장의 딸과 결혼했기 때문이다. 회장의 딸 은 재혼이었다. 노리고 만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된 결혼이었다 생각했다. 장인이자 회장은 전무가 되기 전 일주일의 휴가를 주었다. 딱히 갈 곳이 없어 고향엘 갔다. 고향도 서울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서울이 아닌 주제에 서울이 되고 싶어 발버둥치는 것은 오히려 서울만 못 했다. 오랜만에 만난 고향 후배는 순박하기 짝이 없어 한심했고, 일찍 세무서장이 된 친구는 적어도 고향에서는 갑 중의 갑인 자신의 처지가 서울에서의 성공보다 결코 못하지 않음을 나타내기 위해 갖은 거드름을 다 피웠다. 여자를 만났다. 순박한 후배로부터는 러브레터를 받았고, 세무서장인 친구와는 자는 사이인 여자였다... 더보기
황교익/정은숙, <서울을 먹다> (따비. 2013. 3.) 짬이 나면 '초능력이 두 개만 생긴다면 무엇을 택할까', '딱 한 곡, 내가 작곡하고 부른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어 떤 노래를 고를까' 따위의 잡상까지도 마다 않는, 그래서인지 때이른 흰머리가 장마 뒤 잡초처럼 쑥쑥 잘도 나는 천성이지만,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잡상 계의 수퍼스타는 어쩐지 내 마음을 잡지 못했 다. 사람은 그때그때의 깜냥, 그러니까 능력과 그릇, 딱 그만큼의 지식과 품성을 담고 있기 마련이다. 어차피 그 때 모르고 있었던 거라면, 미래에서 내가 슝 하고 날아가 붙잡아 앉혀 놓고 일일이 가르쳐 주더라도, 제가 직접 생각하거나 겪기 전까지는 크게 깨닫고 몸에 새기지는 못할 것이다. 그 정도의 애매한 각오라면 모르고 살았던 것의 결과와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경로를 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