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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정혜신, <당신으로 충분하다> (푸른숲. 2013, 6.) 딱히 잘하는 편도 아니지만, 혹여 작두를 타는 날이라 하더라도, 혼자만의 말재주로 상대방과의 대화를 이끌어나간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점차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가까운 지인들 또한 나이를 먹으며 각자 선호하는 화술의 방식과 주제의 영역이 천차만별로 갈리게 되기 때문이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 참 즐거운 대화였다, 라고 생각하게 되는 대화는 그래서 상대방의 말을 잘 들었을 때나 잘 들어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에 많았다. 서로간의 교통交通이 이루어지면 재미가 됐든 의미가 됐든 무언가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훨씬 수월하다. 세상에는 남의 말을 마냥 잘 듣고 있는 이도 많다. 하지만 듣는 사람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본성에서 출발한 나는 딱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데도 .. 더보기
김현철, <울랄라 심리카페> (추수밭. 2013,1.)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의 논문과 책을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누군가가 나를 작고 깨끗한 방에 가둬 놓고, 지금의 '나', 그러니까 내 생활양식, 가치판단의 기준, 정신세계 등 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는 인물, 사건, 서적 등을 백 개쯤 써 보라고 한다 치자. 당연한 이야기이겠 지만, 백 개를 다 쓸 때까지는 나갈 수 없다. 잡생각이 많은데다 평소 버스나 지하철에서의 시간을 이런 문제들 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대부분 쓰고 있는 나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정답'이 존재한다 는 가정 하에, 내가 쓴 백 개 중 몇 개나 '정답'과 일치할까? 이런 의문을 갖게 된 것은 상담의 과정에서 상담의가 찾아내는 고민, 증상의 원인들이 실제로 본인은 전혀 자각 하지 못하고 .. 더보기
폴 발렌트, <누구나 10초 안에 살인자가 될 수 있다> 맛깔나는 제목과 눈길끄는 표지에 언젠가 볼까말까 목록에 올려두었던 책. '착한 사람을 괴물로 뒤바꾸고, 평범 한 일상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인간 심리의 비밀'이란 부제를 보고 조금 잘 포장한 심리학 대중서라는 예상을 하 고 있었기 때문에 볼까말까 고민을 했던 것이다. 심리학 대중서 카테고리에서는 주로 미국인, 혹은 영미권의 서 양인을 대상으로 하여 정립된 이론을 도식적으로 한국인에 대입시킨 것이나 '야심만만'이나 '화성남자 금성여 자' 류의 뻔한 남자여자 이야기, 혹은 자기계발서 등 만을 보아왔기 때문에 그리 선호하는 분야는 아닌데, 마침 얼마 전 살인자들의 내면심리를 독특하게 묘사한 이라는 만화를 재미있게 보았던 터라 집어들게 됐다. 결과는 영 딴판. 표지를 잘 살펴보니 원제는 'In Two Minds'..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