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고

노회찬 (1956-2018) 말에는 크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과 그것이 밖으로 드러난 형식이 있다. 충실한 내용이 있어도 형식이 소략하면 거친 말이 되고 형식은 화려하되 내용이 공허하면 간교한 말이 된다. 내용과 형식이 모두 갖추어진 말은 그 외의 장식 없이도 충분한 영향력을 갖는다. 비유하면 한 끼로 든든한 백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물며 그 위에 유효한 맥락이나 비유, 유머 등의 장치를 활용하는 전략까지 더해진 말은 상찬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다. 듣고 접한 정치인 가운데 말이란 무엇인가 뿐 아니라 말에서의 유머란 전략은 무엇인가를 가장 잘 꿰뚫어 보고 나아가 훌륭한 활용까지 실천해 낸 인물인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금일인 2018년 7월 23일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하였다. 경찰은 자필로 작성된 유서가 발견되었.. 더보기
쇠귀 신영복 (1941-2016) 신영복 선생이 돌아가셨다. 2016년 1월 15일의 일이다. 선생은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1968년에 수감되어 1988년에 출소하였다. 이십 대 후반에 수감되어 긴 세월을 보내면서 좌절과 분노에만 사로잡히지 않고 동양철학에의 사유를 깊게 이룬 한편 재소자를 상대로 이루어지는 서예 교육에 열성을 보여 한글 글씨체의 일가를 이루기도 했다. 본디는 경제학과 출신이나 생애의 말기에는 몸담고 있는 성공회대의 수업에서는 물론 여러 사회 강연을 통해 생명과 동양철학에 바탕을 둔 깊이 있는 강의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았다. 수감되던 68년에는 둘째치고 선생이 출소하던 88년에도 나는 여즉 천둥벌거숭이라 선생의 이름도 몰랐다. 대학에 들어간 뒤로도 무엇을 했던 사람인지 아는 정도에 그쳤다. 선생의 말씀을 직접 읽게 된 .. 더보기
140812, < 로빈 윌리암스 (1951-2014) >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죽었다. 현지 경찰은 사인을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한다. 슬픔의 감정을 가장 능숙하게 다루었던 코미디언이었던만큼 그 퇴장도 영화의 한 장면인 것만 같다. 변변한 영어학원 하나 없는 인천에서 혼자 영어 공부해 보겠다고 자막없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수백 번 돌려보 던 소년기의 기억이 있다. 그 가운데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언제나 즐거웠던 장면은 에서 그가 더빙을 맡은 캐릭터인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오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내게는 가장 친근한 목소리의 배우 가운데 한 명 이 되어, 서른이 넘은 뒤로도 이따금 피곤해질 때에는 유투브에서 그의 이름난 스탠딩 코미디 씬들을 찾아 듣곤 했었다. 그 목소리와 몸짓, 그리고 독특하게 일그러지는 웃는 입매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