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아포리아. 2013,3.)
길고 길게 썼다가, 스스로의 눈에도 마뜩찮은 부분이 많아 모두 지웠다. 그만큼, 현재의 유시민과 한 결과물인 이 책을 접하는 내 심상이 복잡하기 때문일 것이다. 책 자체로만 좁혀서 말하자면, 미완성품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다. 만약 누군가가, 그거 무슨 책이야, 라고 물어오면, 근래에 읽은 저작들 중 가장 긴 설명을 필요로 하는 책일 것이다. 이 책의 곳곳에는 여러 유시민이 오 도카니 서 있다. 범박한 제목에서 최초로 연상되는, 청년, 그리고 저자의 동년배들을 위한 제언을 나직하게 읊는 '지식소매상' 유시민이 있고, '하필, 지금' 정계를 은퇴한 저간의 사정과 심경을 고백하는 전 진보정의당 공동대 표 유시민이 있다. 1980년 5월의 어느날 서울역 앞에서 십만 대학생 앞에 섰던 20대의 유시민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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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피즈/바바라 피즈, <당신은 이미 읽혔다> (흐름출판. 2012,11.)
경험이 쌓일수록, 관심을 갖고 생각을 해볼수록, '대화'에서 정작 말이 차지하는 부분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대화가 이루어지는 도중은 둘째 치고 심지어 대화가 시작되기 이전에도,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 람과 그가 말할 내용에 대한 일정량의 정보를 구비해 놓는다. 얼마 전 시청한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본 내용이다. 제작진은 '실험자'에게 한 번은 단정하고 검소한 차림 을 하게 하고, 한 번은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는 명품을 걸치게 한 뒤 각각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는 거리로 나 가서 시민들에게 두 장의 사진을 보여주고 그가 어떤 사람일지, 그는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을지, 그의 말 을 믿을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설문을 행하였다. 옷을 입은 사람은 동일한 사람이고, 표정,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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