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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정혜신, <당신으로 충분하다> (푸른숲. 2013, 6.) 딱히 잘하는 편도 아니지만, 혹여 작두를 타는 날이라 하더라도, 혼자만의 말재주로 상대방과의 대화를 이끌어나간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점차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가까운 지인들 또한 나이를 먹으며 각자 선호하는 화술의 방식과 주제의 영역이 천차만별로 갈리게 되기 때문이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 참 즐거운 대화였다, 라고 생각하게 되는 대화는 그래서 상대방의 말을 잘 들었을 때나 잘 들어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에 많았다. 서로간의 교통交通이 이루어지면 재미가 됐든 의미가 됐든 무언가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훨씬 수월하다. 세상에는 남의 말을 마냥 잘 듣고 있는 이도 많다. 하지만 듣는 사람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본성에서 출발한 나는 딱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데도 .. 더보기
부경복, <손석희가 말하는 법> (모멘텀. 2013, 8.) 도서관의 출입구 언저리에는 아주 큰 책상이 있다. 여기에는 반납된 후 원래의 자리에 꽂히기를 기다리는 책들 과, 학생들이 따로 대출을 하지 않고 도서관 안에서 읽은 뒤 이 탁자 위에 올려둔 책들이 있다. 대출과 반납이 활 발한 책들은 대부분 수업의 과제와 관련된 것이고, 도서관 안에서 많이 읽히는 책들은 만화책, 판타지 소설, 자 기계발 류의 것이 많다. 때문에 나는 대체로 이 탁자 위를 눈여겨 보지 않고 그대로 지나가는 편인데, 시간이 많 은 때나 혹은 무척 기대하고 찾으러 갔던 책이 서가에 꽂혀있지 않는 날에는 못내 서운한 마음에 잠깐이라도 뒤 적거려 보긴 한다. 위의 책도 거기에서 찾았다. '손석희처럼 생각하는 법'이나 '손석희가 성공하는 법'과 같은 제목이었다면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 더보기
앨런 피즈/바바라 피즈, <당신은 이미 읽혔다> (흐름출판. 2012,11.) 경험이 쌓일수록, 관심을 갖고 생각을 해볼수록, '대화'에서 정작 말이 차지하는 부분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대화가 이루어지는 도중은 둘째 치고 심지어 대화가 시작되기 이전에도,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 람과 그가 말할 내용에 대한 일정량의 정보를 구비해 놓는다. 얼마 전 시청한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본 내용이다. 제작진은 '실험자'에게 한 번은 단정하고 검소한 차림 을 하게 하고, 한 번은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는 명품을 걸치게 한 뒤 각각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는 거리로 나 가서 시민들에게 두 장의 사진을 보여주고 그가 어떤 사람일지, 그는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을지, 그의 말 을 믿을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설문을 행하였다. 옷을 입은 사람은 동일한 사람이고, 표정, 자세.. 더보기
노변정담路邊情談 비오는 건널목에서, 덜덜 떨며 안내봉을 들고 있는 아주머니를 보고는 얼마 전 읽었던 기사 중 일부가 떠올랐다. 학교 중에는 학부모들에게 급식과 교통정리를 의무로 시키는 곳이 있는데, 이것이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거니 와, 심지어 학교에 부과되어 있는 의무사항인데도 학부모들을 무급으로 착취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맞벌이인 어머니의 경우엔 눈치를 봐가며 휴가를 내서 참가하는데, 평소에 자주 참가하지 못하는 미안함에 일정 금액을 내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진 곳도 있다고 했다. 사진으로는 잘 나오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아주 긴 건널목이라, 신호등의 주기 차가 길었다. 빨간 불이 들어오길 기다려 어머니회세요, 하고 말을 붙여 보았다. 아주머니는 움찔하면서 쳐다 보더니 왜요, 라고 답했다. 아니, 학 교에서 이런 걸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