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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람차

송도유원지 지난 7월, 서울 강남역에서 인천 연수동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처음 타 봤다. 버스는 원래 있던 노선을 따라 인천을 구 비구비 돌았을 뿐이지만, 졸업한 고등학교를 지나고 당구를 치러 드나들던 인하대를 지나고 면허 실기시험을 보던 옥 련동을 지나는 그 길이 내게는 마치 추억 투어 기획상품과도 같았다. 차창에 달라붙어 정신없이 구경하는데, 버스는 목적지인 연수동에 닿기 전 마지막으로 크게 돌아 송도유원지를 끼고 달렸다. 부동산 광풍이 불기 전 인천 사람들이 '송도'라고 말하면 대개 송도유원지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윗 세대부터 우리 세 대까지 송도는 꾸준히 중고등학교 시절의 소풍지였고 사랑을 고백하는 데이트 장소였고 아이가 걷게 되면 처음으로 데리고 가는 가족 야유회지였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언젠가 일기장에.. 더보기
대관람차  태풍이 몰고 온 비가 내려도 전자기기 가득한 방 안에 있으면 연신 땀이 난다. 학교 뒷산이 지척에 보이는 위치라 문만 열어두면 산바람이 내려온다. 산동네 사는 기쁨 만끽하면 좋겠지마는 가내에서는 대체로 정글소년 모구리처럼 벌거벗 는 것을 대원칙으로 삼고 있는 나는 오가는 다른 방 사람들에게 굳이 보일 모습은 아니라 생각해서 그저 창문만 열어 둔다. 바람보다 벌레가 더 많이 들어오는 꼴이라 마음의 위로만 될 뿐이다. 와중에 먼먼 나라로 떠난 지인에게 반가운 메일을 받았다. 평온한 안부와 함께 온 사진은 석별의 선물로 내가 건네었 던 대관람차. 오르골 기능이 있어 플라이 미 투 더 문을 들을 수 있다고 하여 기꺼이 샀던 것인데 막상 택배로 받아보 니 레퀴엠 비슷한 클래식이 나왔다. 처연한 멜로디 탓에 먼.. 더보기
다녀왔다. 엄마가 입원을 했다. 목이 아픈 것 반, 좋은 병원에 자리가 난 것 반이라고 했다. 박지성이 선전을 해서 더 유명해졌다 는 한방 병원은 송래에 있었다. 혹시나 해서 검색해 보니 신촌에서 바로 가는 버스가 있었다. 며칠 날씨가 풀리나 싶었 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머리 위로 눈이 내렸다. 중동역 근처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놀이공원이 있다. 크기는 초등학교 운동장의 반만큼이나 될지 어떨지, 버스를 타 고 지나가며 볼 수 있는 것은 관람차와 청룡열차 정도이다. 원래는 어떤 모양이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본 바로 는 항상 양쪽으로 이차선 도로와 공사판을 두고 사이에 끼어 있었다. 말하자면, 양 옆의 도로가 빵, 공사판이 햄인데 그 사이에 들어간 치즈나 상추 꼴로 정작 놀이동산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것처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