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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없는민주주의의인간적상처들

최장집 外, <논쟁으로서의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2013, 4.) 카테고리에 올리기 위해 독후감을 쓸 때에는, 단 한 번도 예외 없이 '누구를 위해 쓰고 있는가'라는 고민을 갖는다. 나를 위한 것인가, 남을 위한 것인가. 나를 위한다 하더라도 공부를 위해 필요한 지식을 정리해 두는 학생으로서의 나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독서의 과정에서 느꼈던 감흥을 어떤 형태로든 표현하고 싶어하는 독자로서의 나를 위한 것인가. 남을 위한다 하더라도, 내 독후감에 감흥을 받아 그 책을 구해 읽고 또 언젠가는 그 책에 대해 개인적으로 소통할 수도 있는 동지(同志)를 위해서인가, 아니면 저 사람은 저런 많은 종류의 책들 을 읽는구나라고 찬탄해 줄 관객을 위해서인가. 글을 쓰는 '자세', 혹은 '위치'에 대한 생각이 끝내 확립되지 못 한 채로 마치는 독후감은 대개 다시 읽어봐도 조잡할 때가 .. 더보기
한승태, <인간의 조건> 대단하다! 밤새 공부를 하고, 몇 시간 뒤의 출근을 위해 잠시나마 눈을 붙이려 누운 참에 문득 들어본 이 책, 그 대로 끝까지 읽었다. 읽고 나서 다시 보니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제목인데, 동명의 KBS 예능 프로그램이 근래 인기를 끌고 있는 탓 에 아쉽게도 신선해 보이지는 않는다. 조롱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아쉽다. 출판사에서 지어준 것 치고는 최근 접했던 책들 가운데 가장 괜찮은 제목이었는데. 부제는 '꽃게잡이 배에서 돼지농장까지, 대한민국 워킹 푸어 잔 혹사'. 이 제목이 출판사에서 지어준 것임은 저자가 서문을 통해 스스로 밝히고 있다. 그가 본래 의도하였던 제목은 이었다고 한다. 서양장기인 체스에서 가장 흔한 말은 폰pawn이다. 동양 장기의 졸卒에 해당하는 데, 처음 시작하는 폰의 경우에만.. 더보기
최장집,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 몇 달 전의 일이다. 지인과의 대화 중에 '교사는 노동자인가'라는 새로운 화제가 나왔다. 나는 '당연하다'라고 답 을 했는데, 신성한 교육의 행위를 어떻게 노동으로 볼 수 있느냐는 반응을 받았다. 시간 되면 출근하고 업무가 안 끝나면 야근을 하고 몸이 아프면 휴가를 내고, 그 노력의 대가로 월급을 받는 것이 노동이 아니고 무엇이냐, 는 요지의 의견을 펴 보았지만 설득은 성공하지 못했다. 교육을 신성한 행위로 간주하고 교사를 노동자 이상의 무엇으로 숭앙하는 것이 일견 교사의 사회적 위치를 높이는 것 같지만, 사실은 교사가 노동자로서 간취해야 할 당연한 권리들을 주장하는 데에 더 방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는 주장도 먹히지 않았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화의 끝에 나는 아마도 빨갱이 취급을 받았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