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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희정, <노동자 쓰러지다> (오월의 봄. 2014, 6.) 유명하지만 의외로 모르는 사람도 꽤나 있는 이야기이다. 책의 한 부분을 인용해 보자. "기쁜 소식이 있다. 독일은 한 해 평균 80만 명이 일하다 다치는데, 한국은 고작 그 10분의 1도 되지 않는 8만 명이 다친다는 소식이다. 우리가 '선진국이긴 선진국'이라 좋아하려는데, 좀 찜찜하다. 안타깝게도 다른 말을 하는 통계수치가 있다. OECD 국가 중 한국 산재사망률 1위. 이 상이한 수치는 한국 산업재해의 재미있는 현상 중 하나이다. 한국의 산업재해율은 소위 선진국이라 일컫는 국가들보다 낮다. 한 예로, 2009년 미국의 전체 노동자 중 2.5%가 일하다 다친 반면, 한국은 고작 0.7%의 산재율을 보였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천 명이 일해 2-3명이 다치는 동안, 한국에서는 1명이 다칠까 말까라는 이야기.. 더보기
마영신, <남동공단> (새만화책. 2013, 3.) 남동공단은 인천시 남동구에 위치한 수도권의 대표적 공업단지이다. 상대적으로 외곽에 위치해 있고 인근에 공공시설이나 명소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이름이긴 하지만 인천 토박이도 평생 가 볼 일 없는 곳 중 하나이다. 나도 이십대의 후반이 되어서야 우연히 버스를 타고 지났을 뿐이다. 지나던 날이 기억난다. 바둑판처럼 잘 구획된 사차선 양쪽으로 중소형의 회사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오가는 사람이 적어 조금 을씨년스러운 것 말고는 안산이나 대구 등에서 보아 온 흔한 공단의 모습일 뿐이었다.별다를 것 없는 그 모습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상상하던 모습이 별다른 것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릴 적부터 주위의 사람들에게 들어오던 남동공단은 '경부선 라인만 발전을 시켜.. 더보기
허소희 外, <종이배를 접는 시간 - 한진중공업 3년의 기록> (삶창. 2013, 5.) 5월 말까지 해야 하는 종합소득세 신고를 했다. 스스로 뭐라고 생각하든, 국가의 행정 체제에 잡히는 내 공적 신분은 '강사 / 과외 강사/ 학원 강사'이다. 이제의 나는, 내가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 자체 를 부끄러워 하지는 않는다. 내공이 쌓였기 때문은 절대로 아니고, 덜 모자란 사람이 더 모자란 사람을 한 발이 라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도 분명 교육의 한 형태라고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다. 내 수업의 특징 중 하나는 딴 소리를 많이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현대 소설을 강의하면서 나는 소설의 내용 자체보다 소설이 집필된 시기의 사회상과 작가 개인의 삶을 설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 정작 내용은 잘 모르지만 교과서에도 나오고 EBS 문제집에도 나오고 하는 통에 이름만 들어.. 더보기
한승태, <인간의 조건> 대단하다! 밤새 공부를 하고, 몇 시간 뒤의 출근을 위해 잠시나마 눈을 붙이려 누운 참에 문득 들어본 이 책, 그 대로 끝까지 읽었다. 읽고 나서 다시 보니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제목인데, 동명의 KBS 예능 프로그램이 근래 인기를 끌고 있는 탓 에 아쉽게도 신선해 보이지는 않는다. 조롱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아쉽다. 출판사에서 지어준 것 치고는 최근 접했던 책들 가운데 가장 괜찮은 제목이었는데. 부제는 '꽃게잡이 배에서 돼지농장까지, 대한민국 워킹 푸어 잔 혹사'. 이 제목이 출판사에서 지어준 것임은 저자가 서문을 통해 스스로 밝히고 있다. 그가 본래 의도하였던 제목은 이었다고 한다. 서양장기인 체스에서 가장 흔한 말은 폰pawn이다. 동양 장기의 졸卒에 해당하는 데, 처음 시작하는 폰의 경우에만.. 더보기
최장집,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 몇 달 전의 일이다. 지인과의 대화 중에 '교사는 노동자인가'라는 새로운 화제가 나왔다. 나는 '당연하다'라고 답 을 했는데, 신성한 교육의 행위를 어떻게 노동으로 볼 수 있느냐는 반응을 받았다. 시간 되면 출근하고 업무가 안 끝나면 야근을 하고 몸이 아프면 휴가를 내고, 그 노력의 대가로 월급을 받는 것이 노동이 아니고 무엇이냐, 는 요지의 의견을 펴 보았지만 설득은 성공하지 못했다. 교육을 신성한 행위로 간주하고 교사를 노동자 이상의 무엇으로 숭앙하는 것이 일견 교사의 사회적 위치를 높이는 것 같지만, 사실은 교사가 노동자로서 간취해야 할 당연한 권리들을 주장하는 데에 더 방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는 주장도 먹히지 않았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화의 끝에 나는 아마도 빨갱이 취급을 받았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