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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지퍼를 내리는 손 한참 책을 읽다가 요의를 느끼고 화장실에 가보면 바지의 지퍼가 이미 열려 있다. 전에 열고 안 닫았을 수도 있 고 공부를 하다가 막혔을 때 답답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열었을 수도 있으니 별스럽게 여기지 않고 튼실히 끝까 지 올리는데, 몇 시간이 지나 다시 화장실에 가 보면 지퍼는 어느새 또 내려가 있다. 바지의 문제인가 싶어 다른 바지를 입어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에서 나는 사람이 공부에 열중하였을 때 그가 앉은 의자 밑에서 스윽하고 손을 올려 지퍼를 살살 내리는 귀신의 정체를 눈치채었다. 더보기
121223, <Headless> 업데이트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메인 화면에는 노출시키지 않지만, 옆의 카테고리 중 에는 각별한 정이 있다. 처음에는 한문 공부를 위해 원문을 번역하면서, 나도 재미있고 읽는 사람도 재미있는 내용은 좀 옮겨둬도 좋겠다 싶어 괴이하고 무서운 이야기들을 골라 실었던 것 뿐인데, 이제는 공부의 한 주제로 무척 큰 관심을 갖게 됐다. 와중, 내용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봐도 재미있겠다 싶어 이야기 중 하나인 '머리 없는 사람'을 그려 봤다. 그림 체는 모로호시 다이지로 선생의 에서 참고하였다. 카테고리에 실어놓은 이야기의 대강은 다 음과 같다. 먼 동쪽 지방에서, 한 병사가 싸우다 죽었다. 머리가 땅에 떨어졌는데도 죽지 않고 그 머리를 들고는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머리는 비록 썩게 되었지만 그 몸은 살아서 자.. 더보기
121211, <거북이> 대선 후보 2차 TV토론을 보면서 그렸다. 모델은 책상 위의 거북이 피규어. 때이른 한파로 대기업에서는 20도 이 상 난방을 못하게 하는 바람에, 타이핑을 할 수 있도록 손가락 끝만 나와 있는 장갑이나 상사의 눈을 피해 사용 할 수 있는 USB 연결용 소형 전열기구들이 잘 팔린다고 한다. 이런 때엔 하루종일 남국의 바다를 헤엄치는 것이 일인 거북이 팔자가 백 배는 나은 것만 같다. 더보기
121210, <피자, 호머 심슨> 왕 큰 피자를 먹어본 기념으로 슥슥. 다음 일정 때문에 시간이 촉박해 밑그림도 없이 후딱후딱 그리다 보니 팔 길이 비율은 전혀 안 맞는다. 그림은 Mick Jones's Pizza 박스 안쪽에 크레파스로. 하얗고 큼직한 판이 탐스러워 그냥 버리기엔 아깝길래 그려 봤다. 박스의 아랫판은 피자치즈가 곳곳에 스민 탓에 눈물의 분리수거. 한 변의 길이는 손바닥과 손가락을 합친 것의 세 배 정도. 무릎에서 복숭아 뼈 정도로, 실제로 보면 압도적이다. 두툴두툴한 질감이 있어서 그리며 짧은 시간이나마 몹시 즐거웠다. 더보기
121205, 인물 3연작 12월 5일 새벽. 다시보기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18대 대 선 후보 1차 3자 토론을 보던 중, 특정 후보의 발언이 유난히 따분해서 그 분이 발언하실 때마다의 틈을 타 슥슥 그렸다. 첫 번째 인물은 의 카일 하이드. 두 번째 인물은 진구지 시리즈의 진구지 사부로. 언젠가 한 까치라도 다시 담배를 피우는 일이 있다면 독주의 만 취에도 고된 하루의 끝에도 아니고 진구지 시리즈의 새 한글판이 나오는 날에일 것이다. 그려놓고 재미있었던 것은 진구지의 눈. 그 눈길이 담배 쪽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중년 남성의 쓸쓸한 여유가 느껴지지만 화면 쪽 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비열한 파충류의 표정이 보인다. 세 번째 인물은 부엉이바위에서 돌아가신 그 분. 토론.. 더보기
121130, <신터 클라스와 피트> 그림과 캐릭터에 대한 설명은 2012년 12월 3일자 일기(http://chleogh.tistory.com/1718)에 써 두었다. 골판지에 마커, 금펜, 은펜. 더보기
121129, <Porco Rosso> 얼마 전 에 나오는 비행정의 프라모델을 만들어 선물로 줬던 김 선생이, 의 원화가 실린 작화집 를 빌려 줬다. 원화는 라는 제목의 3부작이었는데, 몇몇 조 연들이 안 보이거나 덜 입체적일 뿐이지 이야기의 큰 얼개는 이미 다 짜여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일어를 못하는 터라 한자만 떠듬떠듬 짚어가는데도 고작 스무 장 남짓한 분량에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니, 하 고 감탄하게 됐다. 그림이 무척 아름다워, 연구실의 책상에 두고 이따금 졸리면 작은 그림부터 하나씩 습작을 해 볼까 한다. 오늘 그린 것은 바람을 맞는 마르코. 마땅한 펀치 라인이 떠오르지 않아 말풍선은 일단 비워 두었다. 더보기
121127, <사랑은 팔차선 일방통행> 고스톱 담요 위에 레고 1X1 브릭으로. 담요 펴면 없어질 그림이라 한편으로 아쉽고 한편으로 마음 편하다. 모델 은 인기 웹툰 의 새디. 더보기
121122, <바바라 너는 스파이였어!> Babara(1938-1965) 이따금 재미삼아 유입 검색어를 확인해 본다. 사람들이 어떤 검색어로 내 홈페이지를 찾아 오는지, 글들 중 어떤 것에 특히 많이 모여드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와중 추억의 만화 의 별 의미없는 대사 중 하 나인 '바바라 너는 스파이였어'라는 유입 검색어가 눈에 띄었다. 이제 와 그걸 검색하는 사람도 이상하고 그 검 색결과가 내 홈페이지에 있다는 것도 이상했다. 찾아보니 십 년 전의 일기에 에 나온 '바바라 찬가'라는 노래의 가사를 옮겨적은 적이 있었다. 별 걸 다 일기로 썼네,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러다 숨이 막히 는 것이 아닐까 싶게 웃어대며 만화책을 읽던 청소년기가 떠올라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단일화 토론을 귓등으로 들으며 그렸다. 우에스기 타다히로의 원화에.. 더보기
121113, <데일리> 에 관한 글을 접하게 되어, 식후의 졸린 틈을 타 그렸다. 애들 먹는 음료수 광고에도 가슴골이 나오는 요즘에 다시 보아도 섹시한 코스츔인데, 인터넷이나 케이블 채널은 둘째 치고 SBS도 없던 그 시절엔 오죽했을 까.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옆돌기를 하면서 그녀가 찾아와 주기를 바란 것이 도대체 몇 번이던가. 언젠가 반드 시 그 지위를 복권시키리라 다짐하면서 80년대에 바친다. 평생에 흠모하였던 여성 중 다섯 손가락 안에는 반드 시 들어갈, 오, 데일리. 더보기
121109, <욕심은 끝이 없구나> 무척이나 갖고 싶었던 것을 가진 뒤의 빈 마음을 채운 것은 포만감이 아니라 또다른 허기. 칸노 요코 여사의 음 악이 귀신과 같았던 애니메이션 에서 주인공이 타던 애기愛機, 소드피쉬Swordfish. 더보기
120907, <수제 상장> 힘을 내요 미쓰 김과 회사원들. 더보기
120731, <분노와 절망> 국적과 양념에 관계 없이 닭이라면 환장하는 내가 그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것은 굽네 치킨.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뻔히 아는 어떤 사람이 자기가 지금 굽네 치킨을 먹고 있다며 보낸 문자를 보고 마음을 표현해 보았다. 책 을 읽다 문자를 받고는 책상 위 이면지에 밑그림도 없이 슥슥 그렸는데 의외로 얼굴 모양새와 표정이 그럴 듯하 게 나와서, 틈이 나면 낙서를 해 댄 것이 그런대로 효용이 있었구나 하고 잠시 뿌듯했다. 아무튼 그러나 주된 마 음은 분노와 절망. 더보기
120730, <잠도 오지 않는 밤에> 7월 30일. 태어나 주어 고맙다. 더보기
120722, <The Bat Pod>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인 를 보고 왔다. 전작에 필 적한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엄청나게 높은 기대치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나름으로 선방한 느낌. 칭찬하려면 칭찬할 수도, 흠 잡으려면 흠 잡을 수도 있으니 각자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 그림은 새로운 악당 베인이나 오랜만에 등장한 캣우먼보다 영화 내내 내 눈을 잡아끌었던 배트맨의 오토바이, 'The Bat Pod'. 외국의 블로거 가운데에는 직접 이 탈것을 만들어 사진을 올리거나 심지어 판매하는 이들도 있더라마는. 갖지 못할 거 그려나 보았다. 앞바퀴가 윙윙 돌아갈 때마다 사바세계의 번뇌도 잠시 휙. 더보기
120721, <인도사이다> 한 그림을 그려서 두 개의 카테고리에 한꺼번에 올리는 것은 좀 치사스런 일이긴 하지만, 에 올리는 것 은 곧 뒤로 밀릴 터이라 이왕에 그린 것 에도 한 날에 올린다. 스쿠터를 타고 사막을 횡단하는 꿈을 꾸고 나서 그린 그림. 꿈 속에 나왔던 것은 베스파 스타일이었지만 벤리와 함께 한 번은 꼭 그려보고 싶었던 모델인 줌머를 그려봤다. 만약 가까운 미래에 탈 것을 사게 되면 아마도 차를 사겠지. 그렇게 타고 싶으면 이십 대에 좀 무리를 해서라도 한 번쯤 타 보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사춘기 없이 소년에서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이 느낄 법한, 애매한 후회 같 은 감정이 지나간다. 붉은 낙타가 또 한 마리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는구나. 더보기
120627, <그리스인 조르바> 를 다시 읽고 나서, 해변에서 자유로이 춤추는 그 장면을 그리고 싶어졌다. 참고할 자료가 있 을까 싶어 검색을 해 보니 안소니 퀸 주연의 영화 포스터가 먼저 나왔다. 내 머리속의 조르바는 웃통을 벗어제끼 고 어부들의 허름한 바지를 걷어 입고 백발을 질끈 묶은, 말하자면 공무도하가의 백수광부 같은 이미지였는데 안소니 퀸의 조르바는 성공한 그리스 부동산 재벌 같아서 참고할 바가 못 되었다. 춤추는 자세도, 그리고 싶었던 것은 강백호의 리바운드 같은 힘찬 점프였는데, 포스터의 자세는 사교용 포크 댄스 같아 눈만 버리고 말았다. 그 림을 그리고자 하는 열정이 중요한 것이지, 어떻게 하면 좀 있어 보이게 그릴 수 있을까 하는 잔꾀는 조르바 스 피릿이 아니라고 자위하며 못난 결과나마 이렇게 올려둔다. 더보기
120622, <손가락 나무> 꿈을 꾸었다. 믿던 측근에게 배신을 당해 손가락을 잘렸는데, 아파하며 쳐다보고 있자니 잘린 부분에서 두 개의 손가락 마디가 솟아났다. 손가락의 뿌리부터 난 것이 아니니 육손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없을까 생각하며 고개 를 갸웃거리다가 잠에서 깼다. 꿈 속에서 새로 난 손가락이 있던 자리가 근질근질했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120523, <3주기> 3년이나 지났다. 이제 이의를 외치기 위해 쥐는 주먹은 온전히 산 자의 것이어야 한다. 추억으로 불러내는 것조 차 미안한 까닭에, 잘 쉬시라느니 등의 작은 부탁도 하지 않겠다. 이제부터는, 정치나 역사에 관한 글을 쓰는 중 이라 반드시 기재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당신의 이름 석 자도 찾지 않으련다. 마지막이다. 안녕, 노무현. 더보기
120519, <그 해 늦봄> 그림으로 그리려고 사진의 자세를 관찰하다가 알게 됐다. 때리는 형은 그 자세에서 젖힐 수 있을만큼 힘껏 팔을 젖혔고, 맞는 형은 팔을 뒤로 빼고 가슴팍을 앞으로 내밀어 몽둥이가 날아올 방향에 머리를 갖다 대었다. 다른 어디에선가 인연이 닿았더라면 그 우직하고 성실한 성격으로 배가 잘 맞는 벗이 될지도 몰랐을 둘은 그 해 늦봄 에 광주에서 만났다. 더보기
120518, <손> 지하철에서 슥슥. 옆에 앉은 할아버지가 빼꼼, 하고 그리는 모양새를 훔쳐보시더니 뭐야, 하고 피식 웃으면서 고 개를 돌렸다. 나는 못된 영감님이시구나, 하고 생각했다. 더보기
120518, <달마도 1>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요새 귀신 꿈을 자주 꾸기도 하고 해서 벼르던 달마도를 그려봤다. 흉몽을 막는다든지 수 맥의 방향을 바꾼다든지 하는 달마도의 효용에 대해, 나는 대체로 흥미를 가지고 보고 있는 편이다. 결과야 두고 보면 알 것이고, 아무튼 선 몇 개로 순식간에 슥슥 그리는 재미가 있어 앞으로도 자주 시도하게 될 것 같아 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원화는 17세기의 손 꼽히는 화가 가운데 한 명인 취옹 김명국의 달마도. 원화보 다는 얼굴이 길쭉하게 그려졌지만 비율은 나쁜 것 같지 않아 스스로는 만족한다. 조만간에 달마에 대해 공부해 서 일기를 써 봐야겠다. 더보기
120515, <봄이라, 꽃씨 날린다.> 그래도 선생이라고 스승의 날에 꽃 몇 송이 받았다. 지난 주말 아버지의 밭에서 팔자좋게 휘적거리며 민들레 씨 불어대던 것도 생각나고 해서, 그려봤다. 원화는 기모노의 전통 문양 중 하나. 골판지에 마카, 은펜. 더보기
120427, <손> 사람을 기다리다 봄볕 드는 편의점 앞 비치파라솔에 앉아 그렸다. 목적이 있어서라기보다는 항상 그리기 쉬운 곳에 있어 손을 자주 그리는데, 한참 쳐다보니 주름과 굳은살이 눈에 띄고 그것들을 만든 일들이 머리에 떠오른 다. 이래서 자화상을 그리나보다, 하고 초보 미술 팬이 멋대로 생각한다. 2012년 4월 27일, 중곡동에서.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누드 오랜만에 그린 누드. 곡선을 그리는 일이란 언제나 즐겁기 짝이 없지만 음영을 나타내는 데 배움이 없는 한은 점점 더 깊어진다. 그림 그리는 시간보다 후보정 어플에 더 시간을 쓰고 있으니 이 얼마나 한심한 노릇이냐. 공부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살아왔으면서도 주위에 가르침 구할 미대생 한 명 없는 것도 속타기는 매한가지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선물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이라는 소설을 강의하면서 작가인 박태원의 사진을 나눠 주었다. 나는 오랫동안 그의 머리스타일이 일본의 개구리형 요괴인 '갓파'처럼 생겼다고 생각해 왔다고 했더니, 한 놈이 다시는 듣지 못할 명강의는 듣지 않고 이런 그림이나 그려서는 수업이 끝난 뒤 건네고 도망갔다. 밀레 그라찌에. 또 그려봐라.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세상만감 일이 있어 정장을 입고 오전의 강남역을 지나는데, 평소에는 한 번 받아본 적 없는 명함과 전단이 발걸음을 막는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120302, <오토바이 소년> 안젤리나 졸리가 영화 '툼 레이더' 촬영을 위해 캄보디아에 머물 때 자주 방문해서 유명해졌다는 식당인 의 오토바이 소년. 경찰 제복 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자세히 보니 식당에 오는 손님들의 오토바이를 관 리하고 있었다. 나는 반바지에 티셔츠 한 장 걸치고도 남국의 더위에 혼절할 지경인데 제복 입고 군화 신고는 물 한 통 가끔 홀짝거리며 평온하게도 앉아 있는 그 모습. 다 그린 뒤 북 찢어 건네자 기분좋게 웃어 주었다. 더보기
120227, <사무라이> 연필로 그리고 색연필로 채색, 포토샵으로 프레스코 효과. 우측 상단의 이름만 군대 고참이나 직장 상사의 이름 으로 바꾸어 걸어 놓읍시다. 숙면의 지름길. 돈은 안 받으니 얼마든지 쓰십시오. 더보기
120105, <그 꽃> 연작, 두 번째. 오랜만에 은펜 썼다. 은펜은 칠하는 과정이 무척 즐겁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