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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귀신 꿈 대낮에 책상에 기대어 앉아 졸다가 꿈을 꾸었다. 꿈에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해가 뉘엿뉘엿 지는 무렵 학교 앞의 도로에 서 있었다. 앗차, 집에 가야지, 하고 나는 학교 쪽으로 몸을 돌렸다. 고작해야 백 미터 안짝일 거리를 걷는 동안 해는 삽시간에 졌 다. 학교를 올려다 보니 불 켜진 교실이 많지 않았다. 꿈 속의 나는 교실이 3층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중앙 계단을 이용해 1층부터 올라가는데, 선생님과 학생 들이 띄엄띄엄 내려오고 있었다. 복도의 불이 다 꺼져있어 몸의 윤곽만 보일 뿐 얼굴은 볼 수 없었다. 안녕, 안녕 히 가세요, 라고 인사해 보아도 그들은 내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천천히 갈 길을 갔다. 팔을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이 눈에 띄었다. 3층에 올라섰을 때 기분은 .. 더보기
근섭이 큰집의 마루에서, 작은 TV 앞에 누워 영화를 보고 있었다. 곁에는 할머니와 큰엄마, 엄마, 작은엄마가 제사 음식 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TV에서 하는 영화는 길지 않은 분량의 귀신 영화였다. 큰 한옥을 배경으로 노인과 아이들이 뒤섞여 굿판을 구경 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그 영화의 주된 줄거리는, 명절을 맞아 시골에 놀러간 일곱 명의 아이가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귀신을 보게 되면서 차례차례 죽어 나가는 것이었다. 영화의 마지막에야 밝혀지는 사실은, 영화 속에서 는 큰 역할이 없고 항상 의기소침해 있던, 주인공의 동생인 '근섭이'가 첫 장면의 굿판에서 귀신과 눈이 마주쳤 고, 그때 귀신이 근섭이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면서부터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는 것이었다. 생각치 못했던 결말에 깜짝 놀란 .. 더보기
오랜만의 몽타주 놀이 한여름. 방에 앉아 있자니 선풍기를 쐬든 물에 적신 수건을 걸치고 있든 어떻게 해도 더위를 피할 길이 없길래 해가 지기를 기다려 산책을 나가 보았는데, 아주 밀도가 옅은 온수 속을 헤엄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에 휩싸여 있다, 무언가의 안에 들어와 있다, 는 불쾌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눈이 무척 뻑뻑해지는 자정 쯤에나 바람 쐬는 겸 해서 다시 나가보기로 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이면지의 구석에 이런저런 그림을 끼적이며 놀았 다. 개중 웃는 여자와 웃지 않는 여자의 그림 두 장이, 배치의 순서에 따라 몽타주 효과가 달라지는 것 같길래 재 미삼아 올려본다. 1번. 웃는 여자 → 웃지 않는 여자 2번. 웃지 않는 여자 → 웃는 여자 나는 개인적으로 2번, 그러니까 웃지 않는 얼굴에서 웃는 얼굴로.. 더보기
박창주 수십 명의 사람들과 함께 도망치는 꿈을 꾸었다. 장소는 을씨년스럽고 넓은 황야에 학교와 비슷한 건물이 여러 채 서 있는 곳이었다. 황야 밖으로 계속해서 달려 나가면 어딘가에 가 닿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꿈 속에서는 오직 건물들만이 안전한 곳이라고 여겨졌다. 한 건물에서 나가 다른 건물로 달리는 도중이라든지, 건물 내의 복도에서 꺾어질 때라든지 하는 순간마다 일행 중의 한 명씩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 한 명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는 중인지 모두 알 수 없 었지만, 아무튼 도망치지 않으면 나도 사라지게 될 것이고, 사라지고 난 뒤에는 아주 끔찍한 꼴을 당하게 될 것 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낮부터 시작해서 해가 다 지고 난 뒤까지 달리고 또 달렸다. 긴 시간 달렸지만 내내 공포로 .. 더보기
그림자 없는 아이 세상에 전하는 말에 의하면, “늙은 사람의 아이, 귀신이 낳은 아이, 꿈 속에서 잉태하여 낳은 아이에게는 그림자가 없다.” 라고 하나, 이는 시골 사람들의 어리석은 말로 믿을만한 것은 못된다. 하지만 옛 책에 증거가 있는 것은 의심할 수가 없다. 응소(應劭)의《풍속통(風俗通)》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진류(陳留) 땅의 아흔 살 먹은 부유한 노인이, 소작인의 딸을 첩(妾)으로 삼아 한 번 관계를 갖고 나서 죽었다. 후에 그 첩이 아들을 낳자, 본처의 아들이 첩에게 말하였다. "우리 아버지는 연세가 많아서 성교를 할 수 없었을 것인데, 한 번 동침을 하였다고 어찌 아들이 생기겠소. 당신 이 밖에서 음란한 짓을 해 놓고 우리 집안을 더럽히려는 것이 아니오." 그리고는 서로 재산을 놓고 다툰 .. 더보기
130117, <그림자 없는 아이> 세상에 전하는 말에 의하면, “늙은 사람의 아이, 귀신이 낳은 아이, 꿈 속에서 잉태하여 낳은 아이에게는 그림자가 없다.” 라고 하나, 이는 시골 사람들의 어리석은 말로 믿을만한 것은 못된다. 하지만 옛 책에 증거가 있는 것은 의심할 수가 없다. 응소(應劭)의《풍속통(風俗通)》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진류(陳留) 땅의 아흔 살 먹은 부유한 노인이, 소작인의 딸을 첩(妾)으로 삼아 한 번 관계를 갖고 나서 죽었다. 후에 그 첩이 아들을 낳자, 본처의 아들이 첩에게 말하였다. "우리 아버지는 연세가 많아서 성교를 할 수 없었을 것인데, 한 번 동침을 하였다고 어찌 아들이 생기겠소. 당신 이 밖에서 음란한 짓을 해 놓고 우리 집안을 더럽히려는 것이 아니오." 그리고는 서로 재산을 놓고 다툰 .. 더보기
김수항이 죽기 전날 밤 귀신 꿈을 꾸다 문충공 김수항은 용모가 매우 수려하였다. 일찍이 한 마리 나귀를 타고서는 한 동네를 지나가는데, 역관 집안의 딸이 창문 틈으로 그를 보고서는 마음으로 흠모하게 되었다. 그를 지아비로 삼고자 생각하였지만 입 밖으로 내 기가 어려워, 마침내 병에 걸려 거의 죽을 지경이 되었다. 그 아비가 캐묻자 딸은 비로소 이유를 말하였다. 아비는 이야기를 다 듣고 김공을 찾아가 인사한 뒤 딸을 거두어 처로 삼아주기를 청하였다. 김공은 성격이 본래 강직하여, 그 딸의 행실이 바르지 못한 것을 크게 질책하였다. 아비는 두려워 벌벌 떨면서 집으로 돌아와 딸에게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딸은 그 말을 듣고는 눈물을 삼키며 죽고 말았다. 후에 김공은 대신의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탄핵을 받아 섬으로 귀양을 가게 되었고, 유배 몇 년 후에.. 더보기
130112, <김수항이 죽기 전날 밤 귀신 꿈을 꾸다> 문충공 김수항은 용모가 매우 수려하였다. 일찍이 한 마리 나귀를 타고서는 한 동네를 지나가는데, 역관 집안의 딸이 창문 틈으로 그를 보고서는 마음으로 흠모하게 되었다. 그를 지아비로 삼고자 생각하였지만 입 밖으로 내 기가 어려워, 마침내 병에 걸려 거의 죽을 지경이 되었다. 그 아비가 캐묻자 딸은 비로소 이유를 말하였다. 아비는 이야기를 다 듣고 김공을 찾아가 인사한 뒤 딸을 거두어 처로 삼아주기를 청하였다. 김공은 성격이 본래 강직하여, 그 딸의 행실이 바르지 못한 것을 크게 질책하였다. 아비는 두려워 벌벌 떨면서 집으로 돌아와 딸에게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딸은 그 말을 듣고는 눈물을 삼키며 죽고 말았다. 후에 김공은 대신의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탄핵을 받아 섬으로 귀양을 가게 되었고, 유배 몇 년 후에.. 더보기
130110, <지퍼를 내리는 손> 한참 책을 읽다가 요의를 느끼고 화장실에 가보면 바지의 지퍼가 이미 열려 있다. 전에 열고 안 닫았을 수도 있 고 공부를 하다가 막혔을 때 답답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열었을 수도 있으니 별스럽게 여기지 않고 튼실히 끝까 지 올리는데, 몇 시간이 지나 다시 화장실에 가 보면 지퍼는 어느새 또 내려가 있다. 바지의 문제인가 싶어 다른 바지를 입어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에서 나는 사람이 공부에 열중하였을 때 그가 앉은 의자 밑에서 스윽하고 손을 올려 지퍼를 살살 내리는 귀신의 정체를 눈치채었다. 더보기
김수항이 죽기 전날 밤 귀신 꿈을 꾸다 문충공 김수항은 용모가 매우 수려하였다. 일찍이 한 마리 나귀를 타고서는 한 동네를 지나가는데, 역관 집안의 딸이 창문 틈으로 그를 보고서는 마음으로 흠모하게 되었다. 그를 지아비로 삼고자 생각하였지만 입 밖으로 내 기가 어려워, 마침내 병에 걸려 거의 죽을 지경이 되었다. 그 아비가 캐묻자 딸은 비로소 이유를 말하였다. 아비는 이야기를 다 듣고 김공을 찾아가 인사한 뒤 딸을 거두어 처로 삼아주기를 청하였다. 김공은 성격이 본래 강직하여, 그 딸의 행실이 바르지 못한 것을 크게 질책하였다. 아비는 두려워 벌벌 떨면서 집으로 돌아와 딸에게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딸은 그 말을 듣고는 눈물을 삼키며 죽고 말았다. 후에 김공은 대신의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탄핵을 받아 섬으로 귀양을 가게 되었고, 유배 몇 년 후에.. 더보기
지퍼를 내리는 손 한참 책을 읽다가 요의를 느끼고 화장실에 가보면 바지의 지퍼가 이미 열려 있다. 전에 열고 안 닫았을 수도 있 고 공부를 하다가 막혔을 때 답답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열었을 수도 있으니 별스럽게 여기지 않고 튼실히 끝까 지 올리는데, 몇 시간이 지나 다시 화장실에 가 보면 지퍼는 어느새 또 내려가 있다. 바지의 문제인가 싶어 다른 바지를 입어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에서 나는 사람이 공부에 열중하였을 때 그가 앉은 의자 밑에서 스윽하고 손을 올려 지퍼를 살살 내리는 귀신의 정체를 눈치채었다. 더보기
석득 늦은 새벽, 문과대의 연구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집에 가기 위해 짐을 쌌다. 전열기 앞에 앉아있다 보니 뻑뻑해진 눈을 비벼가며 1층으로 내려갔는데, 로비의 사방 문이 모두 잠겨 있었다. 몇 달 전, 문과대에 대도둑이 출몰하여 새벽 한 시 이후로는 문을 잠궈두었던 적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항의 탓인지 딱히 이유 같지가 않아서 그랬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24시간 개방으로 돌아갔는데, 주말이라 잠겨 있었던 것일까. 시계를 보니 네 시 오십 분이었다. 다섯 시 쯤엔 수위 아저씨가 첫 순찰을 도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십 분 정도야 뭐, 하며 소 파에 앉았다. 문과대의 1층은 말하자면 네모난 국자 모양이다. 국자 부분이 소파와 자판기 등이 있는 로비이고, 국자와 국자 손잡이가 연결되는 부분에 .. 더보기
121223, <Headless> 업데이트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메인 화면에는 노출시키지 않지만, 옆의 카테고리 중 에는 각별한 정이 있다. 처음에는 한문 공부를 위해 원문을 번역하면서, 나도 재미있고 읽는 사람도 재미있는 내용은 좀 옮겨둬도 좋겠다 싶어 괴이하고 무서운 이야기들을 골라 실었던 것 뿐인데, 이제는 공부의 한 주제로 무척 큰 관심을 갖게 됐다. 와중, 내용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봐도 재미있겠다 싶어 이야기 중 하나인 '머리 없는 사람'을 그려 봤다. 그림 체는 모로호시 다이지로 선생의 에서 참고하였다. 카테고리에 실어놓은 이야기의 대강은 다 음과 같다. 먼 동쪽 지방에서, 한 병사가 싸우다 죽었다. 머리가 땅에 떨어졌는데도 죽지 않고 그 머리를 들고는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머리는 비록 썩게 되었지만 그 몸은 살아서 자.. 더보기
<귀신 소리 찾기> 컨디션이 좋은 날 봐야지, 집중해서 볼 수 있는 날 봐야지, 더 더운 날 봐야지 하고 내처 미루다가 끝내 여름이 가도록 못 본 단편영화, . 인코딩해서 PMP에 넣어설랑 봤다. 만원버스와 홍대길 등 사람으로 꽉꽉 찬 곳을 지나며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화면으로 보았는데도 보고 난지 한 시간 정도가 지난 지금까지 뒷 목이 뻣뻣하다. 귓구멍에 꼭 맞는 이어폰을 끼고 소리를 들어서 그런 걸 거야, 하고 애써 변명을 해 본다. 그렇 지 않아도 날이 갑자기 추워져 몸이 으슬으슬하던 판이었는데 괜한 짓 했다 싶다. 책 읽기는 틀렸고, 오늘은 일 찌감치 이불 휘어감고 추리소설이나 좀 읽다 자야겠다. 꿈에 나오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생각을 하면 높은 확률로 꿈에 나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어쩔 줄을 모르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