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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펜을 버릴 때 다 쓴 펜을 버릴 때에는 묘한 느낌이 든다. 특히 이 펜처럼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면 더욱 그렇다. 이만큼 이나 어딘가에 줄을 치고 뭔가를 썼구나, 하고 조금 뿌듯하다가, 이만큼이나 잉크를 써 제낄만한 공부를 하였나 생각해 보면 부끄럽지 않기가 어렵다. 학내 문구점에서 학생 할인을 받으면 천 원이 안 되는 값에 사는 펜 하나 를 버리면서도 이런저런 심상이 드는데, 어렵게 구하고 귀하게 썼던 붓을 더 이상 쓰지 못하게 됐을 때 옛 문인 들이 마치 친구가 죽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던 것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새 펜을 사야 했는데 설 연휴 중이라 문구점은 이곳이고 저곳이고 열지를 않아, 편의점에 들러 써 본 적이 없는 펜을 샀다. 집에 돌아 와 종이 위에 그어 보니, 굵은 선이 끊이.. 더보기
김태권, <히틀러의 성공시대 1> '믿고 보는 김태권!'. 와 로 이미 유명세를 얻은 바 있는 작가의 2012년 11월 작. 원작은 토요판에 연재 중이며 1월 3일 현재에는 12월 14일에 올라온 47화가 게재되어 있다. 1권 에는 그 중 21화, 1930년 총선에서 히틀러의 나치당이 약진하는 내용까지가 실려 있다. 바야흐로 히틀러의 '성 공시대'가 시작되는 즈음이다. 작가의 책을 펼쳐들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독특한 그림체이다. 중세 유럽의 청동 판화로부터 그 대로 발전해 온 것만 같은 굵은 펜 윤곽선은 주로 일본 만화에 익숙해져 온 눈에는 몹시 낯설다. 이 낯선 느낌이 지나치면 불편함이 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김태권의 그림체는 딱 신선함의 경계 위에 서 있는 것 같다. 그 림을 보는 것 만으로도 따로이 새로운 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