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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

110719, <똘똘이 스머프> 그의 원래 이름은 Braniy Smurf. 번역 이름이 더 마음에 꽂히는 희귀한 사례이다. 스머프 사회가 소비에트 연방을 본따 만들어졌다는 설은 수많은 음모론 가운데 비교적 힘 있는 설득력을 갖추 고 있는 편에 속한다. 그 이론에 따르면, 수염이 인상적인 파파 스머프가 풍부한 경험의 소유자이자 최고의 권 위자인 마르크스를 상징하는 한편, 둥글고 큰 안경으로 '지식'의 이미지가 잘 형상화된 똘똘이 스머프는 레온 트로츠키를 나타낸다고 한다. 사진을 검색해 보면 실제로도 무척 닮았다. 스머프를 보고 자란 동년배들 가운데 허영이나 타잔과 같은 마이너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을 술회하는 것은 드 물지만 접한 바가 있다. 그러나 똘똘이 스머프를 좋아했노라고 고백하는 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마도, 대 체로 거의.. 더보기
110320, <챌린저 호의 수성궤도 진입을 기념하며> 챌린저 호가 6년이 넘는 우주항해 끝에 마침내 수성의 궤도에 진입하였다는 뉴스를 읽었다. 혜성을 빼고 위성까 지만 세어도 태양계에는 백 개가 넘는 천체가 있는데, 목성의 위성인 에우로파와 같은 천문계의 수퍼스타에 비 하면 수성은 몇 개 되지 않는 행성임에도 그닥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태어난 날의 수호성이기도 하 고, 가장 좋아하는 신인 헤르메스의 이름이 주어진 별이라는 개인적 이유로 좋아했던 것 뿐이었는데, 이 소식을 듣고 나서 갑작스레 과학적 호기심을 갖게 됐다. 이후에 관련하여 나오는 소식은 천문인의 한 사람으로서 성실 히 전달하기로 한다. 그림의 원본은 까르티에의 보석 세공품. 루나 랜더(Lunar lander)를 형상화한 것 같은데 선만 뽑아내기에는 실물 보다 오히려 쉬울 것 같아 .. 더보기
110213, <대머리 여가수> 대학로 SM 아트홀에서 상연중인 를 관람하고 와 그린 그림이다. 몇 년 전 한남동우회에서 상 연했던 공연의 포스터를 다시 그렸다. TV나 스크린이 아니라 무대에서 꼭 보고 싶었던 배우 중의 한 명인 안석환 씨가 연출하고 출연하는 작품이라 기 대가 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십 년 전 문과대 극회 '연극과 인생'에 들어가 처음으로 참가했던 공연이라 감 회가 컸다. 이 연극은 극작가 외젠 이오네스코의 부조리 연극 가운데 대표작이라고 불리우는 것으로, 등장 인물들은 동문 서답 격의 대사를 주고 받으면서도 마치 소통이 이루어지는 듯 행동한다. 이오네스코는 이처럼 기호만이 난무 하는 장면을 통해 일상, 현대, 인간이라는 것이 실은 얼마나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지고자 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코미.. 더보기
110207, <풍선기구> 질 좋은 골판지가 생겨서, 예전부터 따라 그려보려고 챙겨두었던 엽서를 꺼내었다. 원화는 흰 바탕이기 때문에 좀 더 채도와 명도가 높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공상과학소설의 굉장한 팬이었는데, 그 가운데 열기구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우주선이나 고대 문명 등에 비해 묘한 사실성이 있어 더 흥분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톰 소여의 모험 가운데 미국에서 이집트까지 날아가 스핑크스를 보았던 에피소드나, 쥘 베른의 소설에서 달까지 갔던 두 신사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미국에서 이집트나 프랑스서 달나라나, 인천 서울 간보다는 조금 더 먼 정도겠지 싶었던 시절의 일이다. 잡스런 지식이야 늘었겠지마는, 즐겁기는 그 때가 더 즐거웠다. 더보기
101105, <하나비(花火)> 즐겁게 읽고 있는 본격 서도 만화 5권에 등장한 글씨이다. 개별 작품으로서는 모두 비슷하게 생긴 등장 인물들이나 평범한 갈등 구조의 서툰 배치 등이 영 별로이지만, 한문의 초급 전공자에게는 한자의 서 체 별 설명과 같은 서도와 관련된 여러 개념들을 만화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천금과 같은 자료이 다. 새로 산 금 펜의 색감도 좋았고 촬영도 바탕인 골판지의 질감이 잘 드러나게 되어서 꽤 흡족했다. 제목은 아마도 이라는 시트콤이 대유행하던 출판 당시의 한국 사정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라 추측만 해 오다가 이번에 원제를 검색해 보았다. 일본에서의 원제는 . 곧 NHK에서 드라마화한다고도 하고 동방신기가 그 주제가를 불렀다고도 하여 원제의 번역을 해 놓은 블로그 하나쯤 찾는 것은 쉬우리라 생각했는데,.. 더보기
101027, 淫畵 3연작 시월 말 그려댄 음화 3연작. 아래의 두 그림은 출처를 알 수 없는 포스터, 위의 그림은 유명한 구스타브 쿠르베 의 을 보고 그린 것이다. 원화는 사진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사실적인 표현이 두드러져 선만으로 그려내긴 어려운 작품이지만 다행히 외곽선만을 따낸 덮개 그림본이 따로 있어서 쉽게 임화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질감을 잃어버린 가슴 아래나 배꼽 근처는 역시 아쉽다. 아래 두 장의 그림에 관련해서는, 골판지에 마침내 코발트 블루가 아닌 다른 색의 마카들을 시도해 봤다는 것에 개인적인 의의를 둔다. 라 고 이름붙인 좌측 하단의 그림은 육감적인 면을 강조하기 위해 빨간색을, 라고 이름붙인 우측 하단의 그 림은 그리며 떠올린 이의 선호색을 따라 보라색을 칠해 봤는데 각오했던 것보다는 나쁘지 않았다. 더보기
101025 <붓다> 이 그림은 그리자마자 다른 이에게 선물을 했고, 같은 그림과 미륵반가사유상을 그려 보았으나 실패했다. 비율 을 따져가며 그리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했는데 그리는 과정도 별 재미없었고 결과도 좋지 않았다. 그 리고 싶은 때에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고 싶은 방식으로 그리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아무튼, 은 선의 느낌 이 오브제에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 한동안 불화를 좀 시도해 볼까 한다. 참고하여 나름의 변형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원 자료도 많고, 그리면서도 선 하나하나에 왠지 의미가 서린 듯한 기분이 든다. 원화는 박대성 화백의 . 191x191cm의 대작이다. 종이에 석채, 흙, 먹으로 그렸다고 정보가 나와 있는데, 흙도 흙이지만 '석채'란 단어는 처음 보는데 마음이 확 끌린다. .. 더보기
101024 <가지나무> 며칠 전에 그린 것이 이사할 때의 박스로 여러 장 만들어 둔 그림판 가운데 마지막 여섯 장에 그린 작품들이어 서 한동안은 그릴 일이 적겠다 싶었는데, 맥주를 마시고 들어오는 길에 질 좋은 택배상자가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워 와서는 크기 별로 잘라 놓고 중간 사이즈의 그림판을 골라 일단 손에 익은 나무 그림을 다시 그 려 봤다. 가지의 표현은 좀 익숙해졌답시고 지난 번보다 크게 패턴화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전작에 비해 큰 그림판을 택해 조금 더 넉넉하게 여백을 둔 것은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나무에도 여백에도 더 힘이 실 린 느낌이다. 몇 장 더 도전하고, 과정의 결과물들은 주위에 선물하려 한다. 생일이나 의미 있는 날을 맞은 이에 게 우선 선물할 것이지만 혹여 갖고 싶은 분은 개인적으.. 더보기
101013 <도로시> 몇 주 전 홍대의 어느 커피숍에서 건너편에 앉은 아가씨의 티셔츠에 그려져 있는 것을 본 뒤 내내 직접 그려보 고 싶어하던 캐릭터였다. 본래는 캐릭터가 아니라 다른 것에 주목을 한 것인데 점차 본래의 목적보다 캐릭터 쪽 에 눈이 가서, 나중에 그릴 때에도 한 번에 특징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게 관찰하려 노력했다. 예술을 위해 관찰한다고 생각하니 장시간 쳐다보고 있어도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지인의 결혼 소식을 전해 듣고는 선물로 보내려 그리기 시작했다. 캐릭터만 완성하고 난 뒤에는 투자한 시간만 큼 만족스런 결과가 나오지 않아 기분이 좀 별로였지만 시험삼아 배경을 넣어 보니 꽤 그럴듯한 그림이 되어 아 주 기뻤다. 그림의 제목이자 소녀의 이름인 도로시는 내 개인적인 제인 도우. 딱히 생각나는 이름.. 더보기
윌리 더 그라운드키퍼 택배 상자를 그냥 버리기가 아까워, 마카가 다른 질감의 면 위에서는 어떤 색으로 나타나는지 실험도 해 볼겸 여러 크기로 잘라 이런저런 그림을 그려봤다. 오늘 올리는 것은 심슨가족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인 윌리 더 그라운드키퍼. 화면을 꽉 채웠지만 실제로는 손바닥 크기라 나중에 컵받침이라고 뻥치고 선물로 쓸 생각이다. 골판지 위에 마카를 써 보니 투박한 색 표현이 미국만화를 연상시키는 데가 있어서, 이어 키스 해링의 그림도 몇 개 따라 그렸다. 걸맞는 내용의 일기를 쓸 때 함께 올리기로 한다. 서른 번째 생일이었던 어제는 소소하게 잘 지나갔다. 문자와 메일로 축하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