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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눈두더쥐 해가 보고 싶어서. 녹을 것을 알면서도. 광복관 앞뜰. 더보기
얼려 먹기 한파의 즐거움. 창문 밖에 음식 얼려먹기 시간이 돌아왔다. 정확히는 창문 밖이 아니라 외창과 내창 사이의 공간 이다. 귤이나 두유, 초콜릿 따위를 두고 생각날 때 먹으면 시원해서 아주 좋다. 최근에는 약간 서늘한 정도이길 래 혹한이 몰아친다는 날을 기다려 외창은 열어두고 내창만 닫아 보았더니, 설 때 큰집에서 가지고 온 수정과가 셔벗처럼 서걱서걱 얼었다. 살얼음 위로 마침 어디서 받은 곶감 하나 얹어 먹는다. 더보기
뜨거운 안녕 밖에 다녀와서 히터의 전원 버튼을 눌러보니,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되던 것이 피식피식 소리를 내더니 만 더운 바람은 안 나오고 부품 타는 냄새만 새어나온다. 뒤집었다가 눌러보고 몇 차례 걷어차고 눌러봐도, 계속 작동시키다가는 큰 불 날 것 같은 느낌만 강해질 뿐 나아지는 기색은 전혀 없다. 그렇지 않아도 바꿀까 생각은 하던 차였다. 한 뼘 조금 넘는 작은 크기의 기계라 방 안의 공기를 다 덥히려면 한 참이 걸리기도 하고, 싸구려라 타이머 기능도 없어 자기 전에는 꼭 끄고 자야 하는 것이 성가셨던 것이다. 와중 소셜커머스에서 온 안내 메일에는 각종의 전열기들이 저렴한 가격에 올라와 있었다. 그래도 쉽사리 새 물건을 사지 못했던 것은 좁은 고시원에서부터 새벽의 연구실, 그리고 3년째 살고 있는 지금 .. 더보기
121211, <거북이> 대선 후보 2차 TV토론을 보면서 그렸다. 모델은 책상 위의 거북이 피규어. 때이른 한파로 대기업에서는 20도 이 상 난방을 못하게 하는 바람에, 타이핑을 할 수 있도록 손가락 끝만 나와 있는 장갑이나 상사의 눈을 피해 사용 할 수 있는 USB 연결용 소형 전열기구들이 잘 팔린다고 한다. 이런 때엔 하루종일 남국의 바다를 헤엄치는 것이 일인 거북이 팔자가 백 배는 나은 것만 같다. 더보기
초겨울 광장시장 먹거리로 이름나 사람이 붐벼도 억척스런 이모님이 연신 농담을 하여도 시장에 가면 쓸쓸하고 그리워 마음께와 사타구니가 꼭 옥죄는 기분이 든다. 젊은날 여름밤에 친구들과 왁자지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안타까움보다는 언젠가의 노년에 찬 바람 불면 함께 늙은 친구 한 명과 구석에 앉아 있고 싶다는 기대가 좀 더 컸다. 더보기
깽깽 일어나서 시원하게 한 잔 마시려고 창가에 수정과를 놓고 잤더니 밤사이에 얼어 있었다. 평생의 기억에 남을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년에 비하면 훨씬 매서운 한파가 드문드문 있었던 이 겨울. 부실한 집을 갖거나 그나마도 갖지 못 했던 이들이 무사히 살아남아 봄을 맞게 되길 바란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겨울밤 혼자 식사를 하면, 너무 빨리 먹기 때문에 종종 가벼운 체기를 갖는다. 불규칙한 수면 주기와 함께 건강을 해치는 주범 일 것 같은 그런 습관도, 자기 전 한 병 먹는 맥주 때에는 아주 고마울 때가 있다.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마시면, 이런 기분이 되기까지 몇 병은 지나야 할 것이다. 지난 일기에 쓴 것처럼 마시기 전에 겨울 창문 바깥에 두었던 맥주는, 따로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자연스레 차가워진 것 이라 왠지 더 신나고, 더 맛있는 것 같다. 옥장판에 엉덩이 지지며 바싹 구운 훈제 오리를 먹고 맥주를 마신다. 맥주는 무려 멕시코 산. 부러울 게 없다. 더보기
여기는 툰드라 신촌에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것은 입학을 하기 위해 오다니던 10년 전 이후 처음 본다. 장 보러 다녀오는 길마저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탐험, 그 난이도는 내쇼널 지오그래픽이다. 에스키모가 먹다 남은 생선을 눈 사이에 묻어두듯, 내창과 외창 사이에 귤이나 맥주를 놓아두고 이따금 생각이 나면 꺼내어 먹는다. 따뜻한 방에서 눈내리는 광경을 보며 세계 각지의 맥주들을 마시는 재미란 각별한 것이지만, 남은 음식 뿌려주며 얼굴을 익혔던 동네 고양이들은 마음에 밟힌다. 오늘 마시려고 놓아둔 맥주는 선물받은 칭따오, 안주는 마트에서 할인 스티커 붙여 사 온 훈제 오리. 고양이 들을 초대해서 함께 반주하고 싶은 밤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