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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캄보디아에 다녀왔다. 2월 29일부터 3월 4일까지, 캄보디아에 다녀왔다. 본래는 앙코르 와트를 다녀왔다고 말할 작정으로 떠난 여행 이었는데, 정작 기억에는 캄보디아에서의 일들이 더 많이 남았다. 6년 만의, 두 번째 해외 여행. 앞으로 시간과 돈이 허락하는 한 많이 다녀봐야겠다는 생각이 한층 더 강해져서, 따로이 '遊記' 카테고리를 만들어 그 곳에 이 번 여행기를 적어 두기로 한다. 더 많은 내용은 여행기로 넘긴다. 더보기
캄보디아 여행기 캄보디아에 다녀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앙코르 와트 유적군으로부터 3-4km 떨어진 도시인 씨엠 리업에 다녀왔 다. 긴 역사 가운데 몇 차례나 제국의 중심이었던 때도 있었다고는 하나 현재는 앙코르 와트를 찾는 관광객들의 소비를 주 수입원으로 하여 살아가는 작은 도시이다. 할 일은 많고 갈 수 있는 시간은 짧아 바쁘게 다녀오느라고 인도에 갔을 때만큼 공부를 많이 하지는 못한 터라, 유적지의 정보 등에 대해서는 많이 적지 못한다. 체감 온도가 40도 언저리를 맴도는 날씨에다 배탈이라도 났다 가는 큰 사단이 나겠다 싶어 음식도 되도록 입에 맞는 것 위주로 먹었던 통에 이색적인 사진도 적다. 그러나 6년 전 인도 여행을 마치며 어쩐지 그것이 마흔 전까지 마지막 여행이 될 것 같아 서운해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 .. 더보기
2일차 오전. 따 쁘롬 자유 여행이지만 역사와 신화가 얽힌 유적지들이 많아, 4박 5일 가운데 하루는 가이드를 신청했다. 그와 함께 찾은 첫 번째 유적지는 인기 코스 가운데 하나인 따 쁘롬. 들어가는 길부터 심상치 않다. 이 유적을 만든 이는, 우리나라로 치면 장수왕 쯤이라고 할 수 있는 자야바르만 7 세. 앙코르 유적군을 공부하고 둘러보면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왕의 이름은 딱 둘인데, 그 중 하나가 강력한 군사 력으로 앙코르 제국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우리 나라로 치자면 광개토대왕과 그 이미지가 흡사한 수리야바르만 2세이고 다른 하나가 그를 바탕으로 한층 더 융성한 통치를 자랑했던 그의 다음다음 대 왕, 자야바르만 7세이 다. 다음다음 대라고는 하나 모계사회인 크메르 왕조의 특성상 손자는 아니다. 이 유적은 자야바르만 7세가.. 더보기
2일차 오후. 앙코르 와트 앙코르 와트로 들어가는 길의 뱀신 나가. 앙코르 와트 뿐 아니라 다른 사원들에서도 맹활약한다. 입구에서부터 사원으로 뻗어있는 길의 양쪽에 놓여 그 몸통이 난간 역할을 한다. 특히 이 지역의 사원들은 해자나 연못으로 둘러싸여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용적인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앙코르 와트로 들어가는 이 나가의 몸통은 현재 군데군데 끊어져 있는데, 꽤나 많은 사람이 빠졌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나가의 머리는 일곱 개. 앙코르 와트 유적군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나가의 머리는 한 개, 세 개, 다섯 개, 일곱 개로 그 종류가 다양하다고 한다. 홀수인 이유는 우선 조형적인 미를 추구하기 위함이겠지만 따로이 종교 적 의미도 있을 것이라 여겨져 가이드에게 물어보았으나 답을 구할 수 .. 더보기
2일차 오후. 프놈 바껭 프놈 바껭은 서력 900년 언저리에 세워진, 앙코르 지역 최초의 산상 사원이다. 바껭 산에 있어 이름이 프놈 바 껭인 모양. 바껭 산은 67m의 낮은 산이라 별다른 각오 없이도 수월하게 오를 수 있었다. 코스도 본래의 직선 코 스 쪽은 금줄로 폐쇄하고 산책길처럼 산을 칭칭 도는 길로 걷게 되어 있었다. 산 속에는 스펑과 같은 괴이한 나 무는 없고 수종이 우리 나라와 비슷한 것들이 많았고 오가는 이들의 9할 이상이 선캡을 쓴 우리나라의 여행객들 이었기 때문에 캄보디아인지 서울의 뒷산인지 알 수 없는 묘한 체험을 했다. 위의 사진은 산 정상의 신전 입구 를 지키고 선 난디. 난디는 시바 신이 타고 다니는 숫소이다. 난디가 있는 것으로 보아 힌두교의 사원임을 짐작 할 수 있다. 사원에 있는 동자승들. 사진으로.. 더보기
3일차 점심, 레드 피아노 점심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뚝뚝 운전사를 보낸 뒤, 레드 피아노를 찾았다. 음식을 주문하고 늘 어져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저 청년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경찰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레드 피아노로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 사람들의 오토바이를 정리해 주고 열쇠를 맡아주는, 일종의 주차 대행 요원이었다. 주차 대행 요원이 이 더위에 왜 제복을 입고 군화까지 신 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진짜 경찰이라면 경찰이 왜 식당의 주차 대행을 해 주는지는 더욱 알 수 없고. 그런 내 잡상과는 관련 없이 꿈쩍 않고 앉아있는 것이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마침 요리도 늦게 나오고 해서 그림을 석석 그렸다. 당신을 그렸다고 말하고 함께 사진을 찍어줄 수 있느냐고 부탁하자 흔쾌히 들어주었다. 자세히 보.. 더보기
3일차 오후, 쁘레아 칸 운전사 헹 아저씨의 믿음직한 등판. 관찰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알 수 있겠지만, 오전과는 윗옷이 틀려졌다. 작은 아이스 박스에 물을 시원하게 보관했다가 틈 날 때마다 건네고,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낮잠을 자거나 다른 이들 과 환담을 나누다가도 멀리서 내가 보이면 금세 뚝뚝으로 뛰어가 시동을 걸던 좋은 아저씨. 고마워서 따로 홍보 를 해 드리고 싶지만 이미 인터넷 상에서 유명한 아저씨라고 한다. 혹 이 글을 읽고 캄보디아에 가서 헹 아저씨 를 만나게 되는 이가 있다면 하루종일 뚝뚝만 타고 다니지 말고 틈을 내어 헹 아저씨를 웃겨보기 바란다. 아이스 박스에 넣어두었던 물보다 청량한 헹 아저씨의 히히히 웃음. 오후에 찾은 첫 행선지는 쁘레아 칸. 자야바르만 7세가 즉위한 뒤 어머니를 위해 지은 것이 앞서 소개한.. 더보기
3일차 저녁, 쁘레 럽 4일차인 마지막 날에는 편안히 쉬며 씨엠 리업 시내를 활보하다 밤비행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공 식적으로는 마지막 방문 유적이 된 쁘레 럽. 공부하면서도 이 사원에 대해서는 각별히 특이한 설명을 찾아보기 가 어려웠지만, 붉은색의 사암이 일몰 때 멋지다는 평 때문에 길었던 하루의 끝에 들러보았다. 역시나 굉장한 각도와 높이. 도대체 왜 이런담. 세월 때문이 아니라 고의로 훼손된 것처럼 보이는 신상. 어딘가 섬뜩하기도 하고 처연하기도 한 그 모습이 심지 어 거대하기까지 하여, 기묘한 심상을 자아냈다. 다리가 이상하게 긴 것도 신기하다. 중앙 성소를 둘러싸고 있는 사자상. 맨 윗줄에 두 개, 아랫 줄에 두 개씩 서 있어야 하는데 윗 줄의 하나가 사라 졌길래 직접 재현해 보았다. 경건한 마음으로 최.. 더보기
4일차 오전-오후, 씨엠 리업 소의 깐 불알처럼 생긴 이것은 아보카도의 씨앗. 양 손에 진득진득 묻혀가며 힘들게 깠다. 깐 아보카도를 다시 잘게 썰고, 한국인이 주인인 마트에서 산 김과 함께 먹어보았다. 결과는 꽝. 이로부터 내 마음 속의 문화어 사전에는 '무척 기대했으나 형편없는 결과가 나온 경우를 이르는 말'로 '캄보디안 아보카도'라는 새 단어가 추가되었다. 또 다시 찾은 레드 피아노. 가게 안이 넓어서 무척 시원하고 가짓수 많은 메뉴가 시키는 것마다 맛이 있어서 마 지막 날까지 거듭하여 방문하였다. 콜라에도 라임을 넣어주는 마음씀. 맛은 안 넣으니만 못하다. 이번에 일기에 올린 사진들은 카메라로 찍은 것과 아이폰 4S로 찍은 것이 섞여 있다. 그 차이를 알 수 없거나, 혹은 아이폰으로 찍은 것이 더 잘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더보기
4일차 저녁, 아이스 목욕탕, 출국. 여행의 마지막에 들른, 무려 '아이스 목욕탕'! 경기도 외곽 쪽에 있는, 3층에서 4층 정도 되는 큰 찜질방을, 과장 한 마디 안 보태고 고대로 들어다가 캄보디아 한복판에 뚝 떨어놓은 듯한 기묘한 풍경. 사장님도, 매점 주인도, 식당 아줌마도, 심지어 이용객도 모두 한국인. 상하 2열로 쭉 늘어선 옷 보관함도, 냉탕에서 첨벙거리는 꼬마아 이도 분명히 한국 어딘가의 풍경이라 몹시 이상하였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장이 한국인이 니 한국 여행사들도 믿고 손님들을 넣어둘 수 있어 좋고, 한국 여행객들은 대부분 자정 무렵에 출국하는 비행기 편을 기다릴 때까지 캄보디아의 습기를 씻어낼 수 있어 좋고. 밖에서 이 목욕탕을 찍지는 못했는데, 이번 여행 중 자세한 사진을 못 찍은 것이 가장 아쉬운 1..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