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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

밤에 늦은 밤. 밤을 새워 해야 할 일이 생겨 대충 옷을 걸쳐입고 편의점으로 나섰다. 평소 물 외의 음료를 거의 마시지 않는 터라 이따금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면 효과가 굉장하다. 사내 혼자 사는 것이 안돼 보였는지 나는 심심치 않게 불특정 다수로부터 밑반찬을 공급받는데,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것은 멸치볶음이다. 장조림이 상할 것 같으면 술안주로 먹으면 되고 카레가 남아돌면 우동면을 넣어 먹거나 돈까스 위에 부어 먹으면 된다. 하다못해 산더미같이 쌓인 김치도 작심하고 몇 끼쯤 곰탕을 끓여먹으면 군둥내 나기 전에 처리할 수가 있는데 멸치볶음만은 멸치볶음에다 밥을 말아 먹어도 도무지 줄지를 않는다. 도와주신 분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래서 나는 밤에 마실을 나갈 때엔 멸치볶음을 한줌씩 쥐고 나아가 골목길 언저리나 .. 더보기
몰랐던 마실 기다리던 저녁 약속이 몇 시간을 앞두고 무산되어, 홧김에 마트로 장 보러 가는 길에 버스를 잘못 타고 말았다. 타고 있던 버스의 차고지 한 정거장 앞에서 내린 것이라 다른 버스도 딱히 빨리 올 것 같지 않았고, 도로 위 표지판의 이름 들도 수색교니 DMC니 하는 낯익은 것들이어서 목적지까지 걸어 보기로 했다. 가다 보니 강북 살면서도 딱히 들어가 볼 일 없었던 난지 공원과 월드컵 공원이 눈에 띄어, 이곳을 통해서도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의 내비게이션 기능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 나이니, 이미 그쯤엔 목적지에 가거나 말거나 별 상관없는 심정이 되었던 것도 같다. 평일이라지만 얼추 퇴근 시간 근처였는데도 그 넓은 공원에서 마주친 사람이라곤 손 꼽을 정도였다. 일부 러 시계를 봐야 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