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첩

붓펜 익숙해지기 두 번째. 100125, <해변>

최대호 2010. 1. 25. 22:09





청소년기에 숨막힐 정도로 고혹적인 동양화를 본 일이 있다. 여백이 풍부한 백지 위에 살짝살짝 몇 개만 나빈
 
선이 일산 받쳐 든 기생을 농염하게 표현한 그림이었는데, 문화적 교양도 일천했거니와
검색 환경 등도 지금에

비해 크게 열악했던 시절이라 작가를 알아본다든지 하는 것은 생각도 못 하고
그저 그 그림만 한참 쳐다보고 있

던 기억이 난다.



붓펜으로 그림을 그리려 하며 기실 의도했던 것은 그 때 보았던 그 그림과 같이 절제된 횟수의 먹선
으로 곡선이
 
잘 드러난 여체를 그려보자, 였는데 몇 번이고 덧칠할 수 있는 사인펜이나 연필과 달
리 붓펜은 일필에 자신 있

게 그어야 선의 맛이 살아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비율을 망치지 않으려
조심하다가 오히려 손이 떨려 몇 개나

선을 말아먹었다. 아울러 하수들의 필살기인 빗금긋기도 먹선
으로 하면 참 없어 보인다는 과외의 소득까지 얻

었다. 자습을 할 것이 아니라 좋은 선생님을 구해 봐
야 하는 때인가보다.


원 사진은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신인 탤런트의 스타 화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