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장/2007

한문학 입문 수업의 MT







임하는 내 마음가짐이 달라졌으니 이번 학기 수업들이 대부분 특별한 의미로 남은 것은 그리 놀라운

결과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박무영 선생님의 <한문학 입문>은 내게 개중 각별한 수업

이었다.


수업 자체로서도, 이제까지 취미 이상의 선을 넘지 못 하던 고전문학에서 생生과 이을 수 있는 고

민거리들을 찾게 해 주었고 그 생각의 과정에서 예기치 못 했던 양의 행복을 주었다. 화목했던 수업

분위기도 쉽게 잊기 어려운 미덕이었다. 다른 전공이나 교양 수업에서 느끼던 전투적 분위기야 복학

생으로서 흘러가 버린 옛 시절을 슬퍼한다 하더라도, 전공수업에서까지 학우들간에 경쟁이 조장되

는 것은 단지 피곤할 뿐만 아니라 마음의 쉼터를 잃어 버린 깊은 상실감을 주었다. 그 와중에 '공

부' 자체에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서로 공감하는 수업을 듣는 것이 내게 얼만큼의 위안을 주는가는 따

로이 형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수업의 사람들은 기말고사가 끝난 뒤에도 또 다시 모였다. 신촌의 동학에서 가졌던 그 모임까지만

하더라도, 참, 대단하다, 이렇게까지 모이기도 어려운 일인데 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무색하게도

이번에는 무려 엠티까지 다녀오게 된 것이다. 선생님도 안 계셨는데. 일처리 또박또박하게 하는 신각

이가 준비단을 맡았던 터라 돈계산이나 시간계산은 딱 맞겠거니, 호수나 한바퀴 휘 둘러오면 작은

호사이겠거니 하고 가볍게 생각했던 것인데, 다녀온 지금엔 여름날의 한 추억이 되었다. 사진은

출발하기 전 그랜드마트에서 1박 2일간의 엠티에는 가당치도 않은 호화 쇼핑을 한 뒤 기념 삼아

찍은 것.


신각이가 렌트해 온 스타렉스에 몸을 싣고 스피커에서 나오는 옛 노래들을 따라 부르며 포천으로 향

했다. 강원도 가는 길만큼은 아니지만은, 인천 태생의 내게는 이 땅 어느 산이든지 높고 아름다와

보인다. 나는 금방 젖었다.

'일기장 > 2007'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단상  (1) 2007.08.01
레고 크리에이터  (3) 2007.07.28
배상면 주가  (0) 2007.07.26
산정호수  (1) 2007.07.26
근황  (2) 2007.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