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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2

푸른 바다로의 항해는 남자의 로망





오늘의 제목은, 말 자체로도 멋있기도 하지만, 다음(www.daum.net)에 있는 '대항해시대2를 사랑

하는 사람들'카페에서의 제 닉네임이기도 합니다.


아, 어쩐지 이야기하려는 '항해'와도 관련이 있고, 지난 번 주안사진의 호응이 굉장했던 사례도 있고

하여 이번에는 대한민국 제 2의 항만도시 인천의 자랑, 제물포항을 찍어 보았습니다. 마침 일몰이

겹쳐 주어 매우 흡족하게 나왔습니다.




세일러복같은 파란 스트라이프의 반팔 옷과 하얀 반바지, 그리고 머리에는 깃털이 꽂힌 모자를 쓰고

마스트에 올라 한 손은 눈썹 위에 대고 첫 항해를 시작하는, 그 순간의 남자의 로망!  크으!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는 256색 도트로 이루어진, 대항해시대 2 에서 형성된 것이 다입니다만, 의식

기저층에 항해에의 동경이 없었다면 어찌 이리 커다란 소망으로 자리를 잡았을까요. 인간 뿐 아니라

엘프한테까지도 해당되지 않습니까. 반지원정대가 개러드리엘님의 숲을 떠나올 때 레골라스는 갈

매기를 조심하라는 충고를 받지요. 영원히 바다에의 갈망을 멈출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이번 여름 강릉에 갔을 때에는 그래서 조그마한 범선 모형을 하나 사 왔습니다. 시범용으로 전시되어

있던 것이라 먼지가 소복히 쌓여 마치 골동품같이 보이는 것이 웃돈을 줬으면 줬지 깎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였는데, '위대한' neofish님이 '에이, 오래된 것 같은데 그냥 깎아줘요.'하자 주인이 대뜸

만원짜리를 팔천원에 줬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있지요. 덕분에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 조립했던

할리 데이비슨은 장식장 맨 윗자리를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얼마 전에는 신촌 녹색극장 근처에

있는 한 선물가게에서, 작은 유리병에 조약돌과 편지지가 담겨 있는 기막힌 상품을 발견해서, 대뜸

사다가 옆에 두었더니만 그 어찌나 oceanic하던지. 세상에, 세상에. 당장이라도 희망봉을 향해

떠나고픈 마음입니다.



그래서 이번 겨울 내 마음대로 여행에는, 산타기가 힘들것 같기도 하여 배를 타 볼까 생각 중입

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제주도가 유력하지만, 돈이 안 된다면야 적당히 시간 맞는 사람들과 무박

2일 정도로, 소래포구에서 조개 잔뜩 사 갖고설랑 서해 앞바다 쪽이라도 나가 볼 것입니다. 하다하다

안 되면야, 한강 가서 유람선 타야죠 뭐. 아니면 인천의 한 물 좋은 룸에 가서 양주 400만원어치쯤 마

시고 자고 일어나면 동해의 어느 새우잡이 배에서의 상쾌한 아침을 맞을 수도.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인간은 돌고래로 변신하여 바다를 돌아다닐

수가 있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너무 그 상태에 익숙해져 다시는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가 없었

다고 합니다.



Beyond the blue horizon. 끝나지 않는 그 곳엔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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