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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4

토요일






점차 회복기에 들어서고 있는 쉰 목이 드디어 초음파의 영역에서 가청영역으로 돌아와, 시험삼아 불

러 본 소울풍의 노래들이 대박을 쳤다. 벅스뮤직에서 여러곡을 틀어 놓고 연습한 결과 저녁무렵에는

내 가슴에도 soul의 비트가.


스스로도 흡족했던 몇 곡을 골라 정인(情人)에게 전화로 들려주고 열렬한 호응을 받은 뒤 막무가내

영어통화를 시도해 보았는데 대화라기보다는 스피치였다.


어제, 신입생수련회의 마지막 행사로 신촌 홍매에서 이른 저녁을 먹은 뒤 오랜만에 들어온 수입을

들고 헌책방을 찾았다. 첫번째로 정문 앞 굴다리를 지나 얼마간 걸어가면 나오는 헌책방에 가는

길에, 역시 헌책방들을 돌고 있는 영전이형을 만났다. 갑작스런 만남이 반가와 길에 서서 잠시간 환

담을 나누었는데, 신촌의 헌책방이란 것이 어차피 같은 길을 따라 찾아가게 되어 있어 결국 나는 세

군데의 헌책방에서 영전이형을 계속 만났다. 두번째 헌책방에서 만나고 세번째 헌책방으로 가는

길에 동행하며, 영전이형이 어딘가의 비디오점이 망해서 떨이판매를 하고 있다는 정보를 알려 주

었다. 마침 가는 길 근처에 있었던 터라 잠시 들렀는데, 좋은 물건들을 좋은 가격에 팔고 있어 그만

눈이 뒤집혀 버렸다. 가난뱅이의 비애랄까. 평소엔 안 쓰면서 싼 물건 만났다 하면 무섭게 써 대는

것. 결국 총액 사만원으로 비디오 스물여덟장, DVD 두장을 구입하고 말았다. 개중 열두장을 내가

들고 왔으니, 정인은 그 아담하신 풍채로 열여섯장의 비디오와 두장의 DVD, 그리고 봄선물 삼아 사

드린 두권의 책과 신수 빨래거리까지 안고서는 낑낑 집에 가셨다.


그래서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슬쩍슬쩍 본 비디오는, '미션임파서블2', '묻지마 패밀리','라이터를

켜라', 그리고 '스내치'. 오, 스내치. 스내치같은 영화를 만든다면 십년동안 쉬어도 좋을 것 같다.

오늘의 추천 OST는 스내치. 개중 끝에서 두번째인 'Don't you just know it'이 강추다. 스탭롤이

올라갈 때 나오는 노래인데 아주 유쾌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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