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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4

[태평광기]중 진거백(秦巨伯)

낭야사람 진거백은 60살이 되었는데, 한번은 술을 마시고 밤에 가다가 도중에 봉산묘(蓬山廟)를 지나

갔다. 그때 갑자기 두 손자가 나타나 진거백을 맞이하여 100여 보쯤 부축하고 가더니 냅다 그의

목덜미를 잡아채 땅에 처박으며 욕했다.

"이 늙은 놈! 네가 아무 날에 나를 때렸기에 지금 내가 너를 죽이겠다!"

진거백이 생각해보았더니 아무 날에 정말로 그 손자를 때린 적이 있었다. 그래서 진거백이 거짓으로

죽은 체하고 있었더니 그들은 진거백을 내버려두고 떠났다. 진거백이 집으로 돌아와 두 손자를

혼내주려고 하자, 두 손자는 놀라 탄식하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말했다.

"손자로서 어떻게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아마도 귀신의 장난일 것이니 다시 한번 시험해보십시오."

진거백은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며칠 뒤에 진거백은 거짓으로 취한 척하고 이전의 봉산묘를 지나갔다. 다시 두 손자가 와서 진거백을

부축하자, 진거백은 그들을 꽉 붙잡아 꼼짝 못하게 했다. 집에 도착해서 보았더니 다름 아닌 두

개의 인형이었다. 진거백이 불을 가져와 그것을 지져 배와 등이 모두 불에 타 터지자 뜰에 내다놓았

는데, 밤새 그것이 모두 도망쳐버렸다. 진거백은 그것을 잡지 못한 것을 몹시 한스러워했다.

한 달 뒤에 진거백은 또 술에 취한 척하고 밤길을 가면서 칼을 품고 있었는데 그의 집에서는 이를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진거백이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자, 그의 손자들은 그가 또 그 귀신들에게

곤욕을 치르고 있을까봐 걱정하여 함께 그를 마중하러 나갔는데, 진거백은 그 귀신들인 줄 알고

그들을 찔러 죽이고 말았다. ([수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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