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장/2003

취미는 취미일뿐 오버하지 말자.



새해에는 아낄 것은 철저히 아끼고 쓰고 싶었던 부분에 써 보자! 라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정력적으로 추진하려 하는 부문이 만화책과 장난감인데요, 그야말로 '들어가고 싶은 내 방' 혹은

'밖에 나와 있으면 생각나는 내 방'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나 좋자, 이거지요.


원래는 뭐랄까, 만들거나 길을 가다가 별 생각없이 틱 산 장난감, 프라모델들을 적당한 곳에 놓아

두는 것 뿐이었습니다. 꼭 장난감이 아니더라도, 이것저것 뭐. 팬시상품도 있고요.



스스로 조립한 오토바이 서너대, 강릉에서 사 온 범선 모형 하나, 3000원 주고 산 크리스탈 피아노,

크리스탈 사륜마차.(이것은 기억하는 분이 꽤 될 것입니다.) 뭐 그 외에 이런저런 조립품, 조그만한

인형, 장난감, 100원짜리 뽑기들들들.



이러한 취미가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12000원짜리 '피규어'를 사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물론

이전에 구입한 조립 오토바이들 중에서도 '할리 데이비슨'이라고, 13000원짜리가 있긴 했지만서도

그것은 그야말로 특별 케이스로, 이외의 오토바이들은 (아직 조립하지 않은 한두개까지 모두 포함

하여) 5000원을 넘는 것이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오토바이를 조금 아시는 분들은 이해하시겠지만,

이 할리 데이비슨이라는 물건이 그야말로 진품으로서, 한 번 타보면 영원히 그 느낌을 잊을 수 없

는...   오토바이 키드의 꿈이지요. 여하튼 그래서 큰 마음 먹고 구입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피규어'라는 놈은, 12000원이라는 가격에 사고도 큰 마음 먹었기는 커녕 이런 거저나

다름없는 가격에 피규어를 살 수 있다니!, 라고 생각해야 하는 부조리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 움직이

는 인형으로, 80년대의 소년 여러분은 G.I.유격대라는 꿈의 물건을 기억하고 계실 것입니다. 그것

도 조악하나마 피규어가 갖추어야 할 조건을 모두 가지고 있지요. 관절이 움직여지기 때문에 다양한

포즈가 가능하고, 특히나 요새의 '피규어'라는 말에는 '어쨌든 크다!'라는 의미가 대충 들어가 있는

것도 같습니다.



에에이, 남들 눈이 어때서! 난 큼지막한 장난감 가지고 재미있게 놀거다!



...라고 말할 수가 없는 것이, 사진으로 게시해 놓은 저 피규어는, (오늘의 제가 두번째로 침흘리는

물건입니다.) 말의 길이가 앞뒤 약 30cm, 높이는 약 17-20cm인 물건으로 쉽게 말해 농구선수 농구

화만한 것입니다. 아무튼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장난감이지만, 반나절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 찾아낸

최저가는 38000원....  세상에. 장난감이 사만원 돈 하다니... 어흑... 어쩌자고 가격도 모르고 이런 데

관심은 붙여 가지고...



여하튼 정신없이 컴퓨터 화면에 펼쳐지는 피규어의 향연을 보다가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옥션의 피규어란에 경매참여한 것이 총 합해 십오만원 정도더군요. 원 어이가 없어서... 지금은 수시

로 옥션사이트를 드나들면서 나보다 높은 가격을 누가 제시하기만 기다리는 중입니다.


정말이지 취미는 취미일 뿐 오버하지 말자입니다.


당신의 취미는, 돈 드는 물건인가요?

'일기장 > 2003'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제의 사진입니다.  (4) 2003.01.08
안산에서의 마지막 아침  (2) 2003.01.06
날으십쇼  (4) 2003.01.04
소품 [대나무]  (4) 2003.01.04
다시, 방학  (1) 2003.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