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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3

최대호

최(崔)는 고색창연한 역사와 가풍을 가졌으되, 내가 택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 이름을 꿰뚫고

있는 사람(人)을 품고 있음으로 보아 단순한 우연이라 넘길 수는 없다. 게다가 산과 사람을 취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大)는 성을 제한 나머지 이름의 두번째 자를 돌림으로 쓰는 나의 항렬 내에서 다른 이로부터 구분

시키는 기준이며, 사회에서도 대개 그러하지만 집안 내에서도 내 이름을 가장 인상적으로 규정짓는

특징이다. 사람이 두 팔을 벌려 누운 모양을 형상화했다고도 한다. 두 다리로 대지를 받쳐 중력에

거역하지 않고 대범히 등에 업었다는 것에서 크다라는 의미가 붙었는지도 모른다. 모양을 형상화한

자들이 대개 그러하듯 쓰기가 빨리 끝나는 탓에 멋진 모양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굵은 붓으로 쓰여

진 태(態)에서는 오만하지 않은 패기가 흐른다.


호(鎬)가 판서공파 34대의 돌림자이다. 금(金)자를 변으로 취한 것으로 보아 이 대에는 재물복이

덜한 사주가 끼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금(金)은 동전이 쌓여 있는 집간 위에 사람이 앉아 있는 모양

새를 하고 있다.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지만 나는 그렇게 본다.) 과연 돈과 철을 의미한다 할 만

할 것이고, 한편으로는 대(大)와 통하는 유연함, 여유로움, 대범함을 엿볼수도 있을 것이다.

호경 호, 라고 대개 부르는 호(鎬)에는 빛나다, 라는 또다른 뜻이 있는데 그것은 돈이나 쇠의 광택에

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면 어떨까.

고(高)는 이 글자에 음을 빌려준 자로 뜻은 통하지 않는다. 다만 모양을 살펴보면 갓(冠)을 쓴 사람

(口)이 관청과 같은 건물 위에 앉아 있는 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으니, 돈과 재물 위에 앉아 있는 태나

대지 위에 사지를 쭉 뻗고 누워 있음에서 오는 고귀함, 유연함을 볼 수 있다.



성은 높을 최, 이름은 큰 대에 빛날 호. 이름은 유치하게 지을수록 좋다지만 이렇게까지 찬란할

정도로 유치하게 지어 버리면 이쪽에서도 이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하는 수밖에 없다.


과연 나는 최대호. 뜻도 뜻이거니와, 이름에 사람이 셋이나 들어간 복이 흔히 있는 것도 아닐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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