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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2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수업시간에의 선생님 말씀이 아니어도 어쩐지 11월의 마지막즈음에 귀에 붙어 있던 노래이다. 국풍

가수 이용의 노래.  10월이 그립든, 5월이 그립든 이렇게 한해는 지나 오늘이 12월의 첫 밤이다.




볼 때는 재미있었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영화, 참 많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들다. 4월이야기는 내 그런 리스트에서 대장 자리를 놓아 본

적이 없다.  


그 영화를 보던 때에, 극장에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관람하는 시간도 어정쩡한 오후로 그리 적절하

지 못 했다. 배우들의 연기에서도 인상적인 부분이랄 것은 없었다. 여배우가 예쁜 것이야 이미 알고

간 것이니까. 연출상의 특이할 만한 점도 찾아 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잊고 살

정도로 그렇게 밍밍하게 지나갔던 것인데.



꽤 많은 시간이 지나, 지난 학기  일본학입문이라는 수업에서 나는 일본의 4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천부적으로 재미없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던 우리 교수님 덕

에 졸 듯 말 듯 하면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래서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이미지가 덧씌워졌는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는 신학기와 일정들이 4월에 시작됩니다. '4월이야기'라는 영화를 보았나요?...



거기까지 듣고, 아 그래. 그래서 4월 이야기였군, 하고 생각하며 기분좋게 사르르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마지막에 여주인공의 얼굴과 잘 오버랩되는 영화선전문구, '사랑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는

말도 다시 떠올랐다.




4월은 벌써 반년이 훌쩍 넘어버린 옛날의 일이다. 내 주위도 4월과는 많이 바뀌었고. 그렇지만, 사랑

이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OO는,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생각하기에 아직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요새의 내 주위가 그렇게 생각하게 해 준다. 나쁘지 않다. 겨울의 따뜻하고 안온한 분위기를 그 누

구보다 즐긴다고 자신하지만, 거기에 신선함이라는 느낌이 들어가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OO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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