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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4

좋지 않다.

몸이 아주 좋지 않다. 재작년은 기억할 수 없지만 적어도 작년과 올해 내에서는 가장 좋지 않은 한

때이다. 작년 아카라카때에는 살면서 가장 격심했던 몸살을 앓았었는데, 그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모자라지 않다. 요 며칠 영 마음에 걸리는 것도 있었고, 부모님은 친척누나의 남편이 갑자기 죽었다

고 해서 거기에 계속 가 있는 터라 집에 혼자 있어야 했던 것도 있고 해서 더 아픈 듯 했다.  

그나마 오늘은 조금 나아졌는데, 어제는 정말로 좋지 않았다. 갑자기 추워서 정신을 차려보니 찬물로

샤워를 하고 있는데,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걸어와 샤워기를 틀때까지의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

것이다. 또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 보면 TV를 보고 있고, 또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 보면 빌렸던

만화책을 다 들고서는 반납하러 가는 길이다. 방안 여기저기에 널부러져 있던 책들이 한권도

빠짐없이 봉지에 담겨 있는 데에는 놀랄 수밖에 없지만 놀랄 기운마저도 없었다. 기어이 새벽에는

헛것을 보고야 말았는데, 우리집의 마루에 전혀 있을 이유가 없는 희끄무레한 물체가 웅크리고 있었

는데도 나는 힘이 없어서 응...헛것이구나...하고 스윽 지나쳐 물을 마시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오늘도 안 하면 이번주에는 과외를 한번밖에 안 하는 것이라 나는 비척비척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데, 아무튼 총체적으로 좋지 않다. 이래서야, 나는 정신을 차려보니 눈앞에 트럭이 달려 오고 있어도

응...죽는구나...하고 가만히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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