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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0

조근태 현암사 회장 별세

오랜만에 쓰는 일기가 또다시 부음이라 마음이 무겁다. 군입대 관련 문제와 진로 문제 등의 고민을

떠안은 채 동문 합동 공연인 <꿈의 연극>의 기획으로 악전고투를 하고 있던 2003년 초, 연세대 철

학과 출신인 고인은 우리가 후원을 받기 위해 들어갔던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가 연습 시간을 쪼

개 돈을 부탁하러 다니는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서 수십 만원을 쾌척해 주었다. 기획이었던 나는

현금을 수령하고 팜플렛에 실을 현암사 광고 컨셉 등에 대해 듣기 위해 이후 현암사를 몇 차례 방문

하여 차를 얻어 마시거나 좋아하는 책을 얻는 등 더 두터운 후은을 입었다. 고택의 대청이나 서당의

너른 공부방처럼 높은 마루바닥을 깔아 놓은 사장실에서 무릎꿇고 앉아 인생이나 성공에 대해 듣던

기억이 난다. 큰 베스트셀러를 몇 번이나 낼 즈음이었으니 몇십 만원이래봐야 그에겐 그리 큰 돈이

아니었을테고, 사회의 범절을 모르던 시절이라 그 이후로 따로이 연락을 드린 적도 없으니 고인은 아

마 추모의 마음이 하나 더해졌는지 아닐지도 모를 것이다. 빈소는 세브란스라는데 장이 끝날 때까지

서울에 갈 수가 없어 값싸디 값싼 글로나마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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