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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0

정국 관찰

천안함 침몰 사건의 지휘 보고 및 위기 대응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감사원은 군이 의도를 가지고

TOD 영상을 편집하였으며, 군이 사고 며칠 전 북한의 잠수정으로 보이는 물체를 인식하였음에도

상부에 '새떼'로 보고하도록 조치하였다는 사실 등을 공식 발표하였다. 모두, 약 열흘쯤 전에 있었던

선거 때만 하더라도 입에만 올렸다간 '북한을 욕해야지, 북한을 상대로 열심히 국방을 지키고 있는

같은 편에 의혹을 제기해서 어쩌자는 것이냐'는 답변을 받기 일쑤였던 '괴담'들이다.


야권 후보로 출마해 시장과 도지사에 당선된 이들간에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흐름이

형성되었다고 들었다. 진보 성향 포털의 기사들에서 얻은 정보를 종합해 보면 거칠게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4대강 사업 자체는 국토해양부에서 추진하는 국책 사업으로, 주체가 중앙정부이기

때문에 지방 자치 단체에는 반대하거나 저지할 권한이 없다. 그러나 실질적인 저항은 가능한데, 많

은 기사에서 예로 다루어지는 것이 '준설토 적치장'이다. 법령에 의해, 하천 준설 작업을 시행하려

면 강바닥에서 퍼올린 흙을 쌓아둘 수 있는 적치장이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바로 이 준설토

적치장의 허가를 내 주는 권한이 지방 자치 단체에 있다. 공사 현장이 포함된 지역의 자치 단체가

적치장 건설의 인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사업은 인근의 예정지를 찾고 그 지역의 자치 단체와 협상을

하는 기간 동안 지체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적합한 해당지를 찾는다 하더라도 이미 최적의 장소는 아

니기 때문에 추가적인 인건비와 시간이 들어갈 수 밖에 없게 된다. 현 정부의 집권 시기가 반 정도밖

에 남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이는 실질적인 저항 수단이 될 수 있다, 는 것이 야권 당선자들의 계획

이다. 관련된 기사와 인터뷰들을 찾아보며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 농후하며 게다가 유머러스한 계

획이다, 라고 무릎을 쳤었는데, 오늘자 한겨레 신문에 정부가 당선된 지방 자치 단체장들이 취임하

는 7월 1일 전에 해당 지방 정부와 계약을 체결하려 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정부 들어서 가장 화가 나는 것이 있다면, 눈가리고 아웅을 하는 데에도 너무 성의가 없다는 것이

다. 정권 출범 시기에 주어가 없다느니 하면서 말장난 쳤던 것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나마 혀라도

좀 놀려줬던 것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작은 점점 더 얄팍해지고, 수작을 수작이라 지적한 이들에

대한 실질적 보복 또한 심해진다.


그나마 속 시원했던 소식 하나. 지난 4월 말에 법의 날 특집으로 방송되었던 PD 수첩 '검사와 스폰

서' 편. 지검장은 물론 현 감찰부장까지 연루된 스폰서 사건에 많은 이목이 집중된 바 있다. 이후 조

직된 스폰서 검사 진상규명위원회가, 현직 검사 10명은 징계, 시효가 지난 검사 7명은 인사조치, 회식

에 '따라갔던' 검사 28명에게는 경고를 하도록 김준규 검찰총장에게 권고하며 조사를 일단락 지었

다. 성행위가 포함된 접대 여부는 사실로 확인되었지만 대가성은 없었다는 결론이 함께 발표되었다.

이 '권고'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권한을 가진 김준규 검찰 총장은 지난 PD 수첩 방송 이후

'검찰만큼 깨끗한 집단이 어디 있나'는 발언 한 마디로 호되게 후폭풍을 맞은 바 있었다. 앞뒤 문맥

없이 한 사람의 말 한 마디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그런 사건이 터진 이후에

해당 집단의 총수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이에게, 애당초 심정적으로 검찰과

가까운 이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조사와 그 조사의 결과가 '권고'라는 미온적 형태로 전달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한숨 쉬고 있었는데 이번 주 PD 수첩에서 '검사와 스폰서' 2편을 방송해 줬

다. 지난 방송 이후 검찰과 여권은 '지방에서나 있는 일이다', '지난 정권의 일이다' 등의 주장을 되

풀이해 왔는데, PD 수첩 측은 이번 방송에서 검사와 재벌 간의 유착이 전국 각지에서, 그리고 현재

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또한 분명한 대가성을 가지고 있는 것임을 여러 사례와 증거등을 통해 보여

주었다. 방송 후 진상규명위원회와 그들이 행한 조사의 진정성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르게 되는 것

을 보며, 오랜만에 일이 일답게 처리된다 싶어 속이 후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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