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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8

잡상雜想

노 대통령 탄핵보다 더 어처구니 없었던 ‘친박연대’의 출현, 한동안 더 이상의 충격은 없을 거라 생각

했던 차에 일어난 삼성특검 참변. 생각을 밝히는 일기를 쓰지 않는 것이 직무유기라 부를 정도로 생활

으로서의 정치를 하는 국민에게 커다란 시험들이 연이어 있었음에도 마음에 큰 여유가 없어 그저

혀만 차며 지나가고 말았다.


지금 다시 말해 봐야 뒷북이지만 역시 한 마디는 하고 싶다. 아니, 도대체, ‘친박연대’가 투표용지에

기록되어도 좋을 이름인가? 정당이란 무엇인가. 정치란 무엇인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하나의 집단

이름만으로 이렇게까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하는 시도는 다시는 없을 것이다. - ‘없어야 할 것

이다’로 바꿔야 할까. ‘친박연대’를 만들어 낸 저들이니 또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르지. 많이 자제한

‘저들’이란 표현마저도 노무현식 편 가르기의 전형이라 비판받을까 두렵다. 박통, 죽었으면 제발 좀

죽은 채로 있어줬으면 좋겠다. -


삼성특검 사태를 지켜보면서 나는 사기 열전에서 읽었던 ‘한 명을 죽이면 살인자가 되지만 만 명을

죽이면 왕이 된다’는 글귀가 생각났다. - ‘소를 죽이면 도둑이 되지만 나라를 훔치면 왕이 된다’였던

가? - 말장난 좋아하는 꼬장꼬장한 유생이라면, 아니, 구천구백구십구 명까지는 안 되고 만 명부터는

되는 겁니까? 하고 따질지 모르겠지만, 삼성 특검팀은 인자하게도 그 기준까지 명확히 그어 주었다.

현대는 구속감이고, 삼성은 아닙니다. 그것 참. 정확하기도 하다. 문제의 특검 팀장 변호사는 어제

기자들을 상대로 ‘이건희를 구속했으면 구속한대로 뭐라고 했을거 아니냐’며 화를 냈다고 하는데,

아무튼 앞으로 일복 터질테니 좋긴 좋겠다.


이명박 당선만 해도 국민의식이 십년은 후퇴한 것만 같았는데 박정희면 장땡이다로 사십년은 뒤로

가더니 부자 앞에 장사없다로 조선 후기, 최소한 식민지 시대까지 되돌아간 것 같다. 우주인이 백

명을 가 봐야 무슨 소용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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