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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8

일천번째

천 번째 일기이다.


이 일기를 위해 지난 며칠동안 도대체 몇 편의 글을 썼다가 엎었는지 모르겠다. 소탈하게 쓰자니 범

박해서 마음에 차지 않고, 거창하게 쓰자니 읽는 재미가 없고. 계속해서 머리를 싸쥐고 있다가 이러

다가는 매일 일어나는 평범한 일기들도 못 쓰겠다 싶어 그렇게 고민할 정도로 이 곳을 사랑한다는 것

이니 알았으면 됐다, 하고 대승적으로 툭 치고 넘어간다.


일수를 세어보니 약간 모자란 이천일 정도가 흘렀다. 햇수로는 여섯해. 스물둘에 시작해 이제 스물

여덟이다. 그 중간에 쓰고 싶은 일이 많아도 마음대로 쓸 수 없었던 군생활이 있긴 했지만 아무튼

단순계산으로만 하자면, 다음 번 천 번째 일기를 쓰고 있을 때에는 아마도 삼십대 중반. 설마, 내가

그런 괴물같은 나이가 되겠어 하다가도 또 하루 멀어져 가는 서른즈음의 이제에는 언젠가 분명히 일

어날 참사임을 알 것도 같다.


그간의 일기를 모두 읽어 보았다. 몇 번이나 소리내어 웃고, 다 읽고 난 뒤 눈물이 조금 났다. 사랑

하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한 삶이었다. 이천 번째 일기에도 여전히 그때까지의 일기를 읽어 보며 웃

을 수 있길, 사람과 글의 힘을 믿고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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