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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0

왕경태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의 평일에 마침내 안경을 맞추러 가려고 한다. 독서와 오락을 좋아하고 노트

북을 내내 끼고 사는 직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항시 1.0 이상의 고공비행을 누려오던 복 받은 시력

의 혜택을, 이제는 영영 잃어버렸다는 것이 인정하기 싫어 차일피일 미뤄왔던 것이다. 쓰기 시작하면

내내 쭉 달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과 아무리 노력해도 연구자처럼 보이지 않는 외모를 상쇄하려는 수

작이라는 비난을 피하고 싶은 심정 등의 부차적인 이유 등도 있었으나, 학업을 넘어 일상에까지 심각

한 불편함이 생겨날 정도가 되어 숙제를 하듯 맞출 마음을 먹게 된 것이다.


앉아서 떠올려 보니 주위의 친한 사람들 중 백에 아흔 댓 쯤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러니, 눈의 인

생길로만 말하자면 탕아의 편력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방종하게 지내 온 주제에 서

른에야 안경 하나 걸쳐주면서 이래저래 궁시렁거리는 것이 유난스런 짓인 것은 알겠지마는, 아무튼

한 번만 살고 가는 내 몸이고 보니 건강이란 후퇴하기도 하는 것이구나, 하는 뻔한 사실에 새삼 주억

거리게 된다.


얼굴에 맞는 모양을 몇 개나 고르는 일이 어쩐지 멋적기도 하고 어차피 독서를 하거나 컴퓨터 작업

을 할 때에만 착용할 생각이어서 렌즈는 적당한 돈을 투자하되 테는 값싸고 평범한 것으로 맞출 생각

이다. 좋은 안경점이나 안경 관리법 등의 정보에 관한 안경 착용자 여러분의 많은 제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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