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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7

예술기획경영 종강






이럴 때에는 본인의 컴퓨터실력이 형편없음을 탓하는 수밖에 없다. 기껏 취업이나 불륜등의 흥미로

운 소재로 스토리를 구성하여도 사진배치나 글씨를 삽입하는 등의 재주가 없으니 그저 주욱주욱

늘어 놓는 수밖에. 아무튼, 예술기획경영 수업의 종강 날 우리조 Bon Voyage와 찍은 사진이었다.


예술기획경영은 연계전공인 디지털예술학의 한 수업으로, 디지털예술학의 모든 수업은 학기가 끝날

무렵 'YONsei Digital Art festival', 대문자들을 따서 '연다 페스티벌'이라는 일종의 합동발표회를

여는 것으로 끝을 내 왔다고 한다. 기획부터 팜플렛 디자인, 스폰서, 심지어 장비대여까지 학생의

힘으로 이루어 내게 하는, 실로 경악할 만한 구성의 발표회였다. 꾀가 많거나 교수님의 눈에 크게

뜨이지 않은 학생들은 일찌감치 빠져 나갔지만 재주가 과하다거나 혹은 남의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 하는 어여쁜 심성의 소유자들은 결국 페스티벌 기획 팀으로 선정되어 죽을 지경의 고생을 했다고

전해진다. 우리조의 유지수양도 '미각'팀의 치프로 뽑혀 쿠키를 오십개나 구워야 했다. (그러나

본인의 아이디어였기 때문에 아무 소리도 하지 못 했다. 전형적인 자승자박 캐릭터 지수양.)


예술기획이나 영상문화, 표현주의영화 등의 수업에서 학생들이 조를 짜 한학기동안 준비한 프로젝

트를 발표하는 것이 페스티벌의 주요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홍보까지도 학생의 몫이었던 데다가

발표회도 토요일이었던 탓에, 모두가 예상했듯이 청중은 전부 그냥 해당 수업 수강생들. 그나마도

발표가 있는 조만 오거나 자신들의 발표가 끝나면 나가 버리는 일이 속출해서, 300석 정도의 좌석에

평균 청중은 심사위원을 포함해 30-50명 정도인 가족적 행사였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 조도

발표를 끝낸 뒤에는 나가서 사진을 찍으며 놀고 다녔다.)


행사는 여덟시간 가량 진행되었고, 마지막은 가장 크레이지한 팀에게 주는 다다상, 가장 크리에이티

브한 팀에게 주는 다빈치상, 그리고 뭐시기 상 하나 , 합해서 세 팀에게 상을 주는 것으로 장식되었

다. 거기에서, 생각지도 못 하게 우리 Bon Voyage가 다빈치 상을 타게 되었다. 물론 나가서 노느라

고 반 이상의 발표는 듣지 못 했지만, 그래도 이 연계전공의 수많은 학생들 가운데 단 한 팀만 탈 수

있는 상을 타게 된 것이 기뻤고, 무엇보다 그간 해 온 어떤 조모임과도 비교할 수 없이 정이 든 이 만

남이 값지게 끝을 맺을 수 있는 것이 더 기뻤다. (다만 주당 지수양이 며칠전 과음하시고 휴대폰을

분실하신 뒤라 다소간 음주를 자제한 것은 뒷풀이의 큰 흠이었다 하겠다.)


다들 디지털예술학에는 학을 뗀 뒤라 차마 이쪽 수업을 또 같이 듣자는 말은 하지 못 하고, 1학점인

체육쪽 수업이나 꼭 같이 듣자고 제안하기는 했지만, 사람 일이 어찌 그리 마음처럼만 되랴.


그러나 만나지 못 하더라도 항상 마음 한 구석에서 잘들 살고 있으려니 믿음이 가는, 서너살 차이

동생임에도 한번도 가벼이 볼 수 없었던 좋은 사람들이었다. 인턴 탈락 너무 괘념치 마시고 마지막

여름방학 푹 쉬시길. 이 곳에 그들의 소식을 또 전하는 일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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