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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3

어머, 귀걸이 하셨네요?

-...네? 아, 네에...

-귀걸이 했는지 안 했는지 그렇게 만져봐야 알아요?

-아뇨 뭐, 한지 꽤 오래 됐고, 이제는 멋부린다기보다는 그냥 달아놓고 있는 거라서. 내가 '귀걸이 한

  남자'로 보일 거라는 생각은 잘 안 하거든요.

-언제 뚫었는데요?

-맨 처음 뚫었던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인데, 그 때야 뭐 걸리면 다시 막고 그랬다가 또 뚫고 그런 거

  고... 지금 뚫은 건 스무살때 뚫은 거예요. 부모님이 별로 안 좋아하시는데, 스무살에는 재수 하느

  라고 계속 집밖에 있었거든요. 인천에는 한달에 한 번, 아니면 두 달에 한 번 정도 왔었으니까.

-왜 뚫었어요?

-그냥. 난 염색은 별로였는데 귀는 꼭 뚫고 싶었거든요.

-뚫으니까 좋았어요?

-변태같이 들리는데요. 좋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난 남한테 혼나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데, 귀

  뚫은 걸 가지고 어른들이 뭐라고 하면 할 말 없으니까.

-귀걸이 하고 있으면 신경 쓰이지 않아요?

-무지하게 큰 걸 달고 있지 않는 바에야, 별로. 어느 때에는, 내 귀에 귀걸이가 달려 있는게 더 익숙

  해 보였었는데, 이젠 달리나 안 달리나 별로 신경 안 쓰여요. 왜, 하얀 양말만 신던 사람이 검은

  양말 처음 신은 날엔 무지하게 신경 쓰지만 결국엔 자기만 신경 쓰는 거잖아요. 그런 거랄까?

-뭔 소린지 모르겠어요.

-그냥 그런 거예요. 귀 뚫은게 싫어요?

-아니요, 그렇다기보다...

-양아치같아 보여요?

-조금.

-그건 귀걸이 때문이 아니라 생긴 것 때문에 그래요.

-맞는 것 같아요.

-그렇게 빨리 긍정하면 못 써요. 귀 뚫은 남자 싫어요?

-한쪽만 뚫은 건 괜찮아요.

-미안하게 됐수다.

-두쪽 다 뚫으면, 불량해 보이잖아요. 너무 균형이 맞으니까, 촌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한쪽에 두개 뚫은 건 어때요?

-그건 좀 괜찮은데요.

-근데, 신기한게. 난 딴 남자들이 귀걸이하고 돌아다니는 걸 보면 '사내자식이...'하고 혀를 찬단

  말이예요.

-그게 뭐예요?

-그러게나.

-귀뚫으면, 정력이 약해진다던데.

-됐으니까, 이젠 귀걸이 얘기 그만하고 인터뷰하기로 한 거나 시작하죠.

-네.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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